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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수’ 유재학 감독, 제로의 영역에 도전한다
출처:OSEN|2016-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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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수’ 유재학(53) 감독이 코너에 몰렸다.

울산 모비스는 10일 오후 7시 울산 동천체육관에서 벌어진 2015-2016 KCC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고양 오리온에게 59-62로 패했다. 역대 4강 시리즈에서 1,2차전을 모두 이기고 챔프전 진출에 실패한 사례는 한 번도 없었다. 탈락위기에 몰린 모비스는 12일 고양에서 3차전에 돌입한다.

통계는 오리온의 편이다. 역대 4강시리즈 17회 중 1,2차전을 모두 잡은 팀은 100% 챔프전에 진출했다. 1차전을 패하고 2차전을 잡은 팀이 챔프전에 간 경우는 19회 중 9회였다. 하지만 모비스는 2차전을 잡지 못했다. 오리온이 매우 유리한 고지를 점령한 것은 사실이다. 오리온은 3,4차전 홈코트 어드밴티지까지 갖고 있으니 더욱 유리하다.

그러나 통계는 숫자일 뿐이다. 과거 시리즈와 이번 4강전은 ‘독립사건’으로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다. 모비스가 KBL 최초로 3차전부터 3연승을 거두는 ‘리버스 스윕’을 할 가능성도 남아있다. 희박한 확률도 현실이 될 수 있는 것이 스포츠의 가장 큰 묘미다. 물론 모비스는 여러 가지 숙제를 먼저 풀어야 한다.

 

 

▲ 저조한 공격력 뚫어야 한다

모비스의 수비는 성공적이다. 공격력이 좋은 오리온을 1,2차전 평균 65.5점으로 틀어막은 것은 효과적이었다. 유재학 감독은 “2점싸움으로 간다면 우리가 이길 수 있다”고 했다. 유재학 감독의 의중은 어느 정도 적중했다.

문제는 공격력이다. 모비스는 주도적으로 득점에 가세할 선수가 매우 제한적이다. 철저한 돌려막기에 고생하고 있는 양동근에게 짐이 너무 크다. 외국선수 아이라 클라크와 커스버트 빅터가 제공권을 확실히 장악하고 골밑득점을 올려줘야 한다. 하지만 두 선수는 체력문제를 노출하며 경기당 25점 합작에 그치고 있다.

외국선수 두 명이 동시에 뛰는 2,3쿼터에도 시너지 효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유재학 감독은 코트밸런스와 기동력 저하를 우려해 외국선수 2명과 함지훈을 함께 투입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좋은 볼핸들러 함지훈이 빠지면서 골밑에 공을 넣어줄 선수가 적다.

그렇다고 외곽지원이 확실한 것도 아니었다. 1,2차전 모비스의 3점슛 성공률은 20.9%에 불과하다. 수비수를 외곽으로 분산시켜줄 확실한 한 방이 터지지 않았다. 공격이 더욱 답답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 갈수록 떨어지는 체력, 부담스러운 시리즈

모비스는 오리온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전의존도가 높고, 가용할 수 있는 인원이 적다. 양동근과 함지훈을 제외하면 스타라고 할 수 있는 선수가 없다. 41세 노장 아이라 클라크를 비롯해 선수들의 나이도 많은 편이다. 시리즈를 오래 끌어서 좋을 것이 하나도 없다. 홈 2연패로 모든 것이 꼬였다. 이제 모비스는 무조건 5차전에 가지 못한다면 시즌을 접어야 하는 벼랑 끝이다.

양동근의 체력은 관건이다. 1,2차전 평균 양동근은 37분 56초동안 코트를 누볐다. 거의 쉬지 않은 셈이다. 양동근은 익히 알려진 ‘철인’이다. 36세의 나이에도 풀타임을 소화할 체력이 된다. 하지만 단순히 출전시간이 긴 것과 경기 중 가장 효과적으로 체력을 쓰는 것은 다른 문제다. 오리온은 양동근이 한 발 더 뛰며 체력을 일찍 소진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2차전서 양동근을 막기 위해 무려 6명의 선수가 동원됐다. 한호빈이 선봉에 나서 양동근을 귀찮게 했다. 조 잭슨은 엄청난 주력으로 양동근의 수비를 따돌렸다. 잭슨을 쫓아다니는 것 자체가 엄청난 노동이다. 최진수, 김동욱은 전후반 양동근을 교대로 막았다. 양동근이 이들을 제치기 위해서는 풀업점프슛 등 고난도 기술이 필요했다. 스크린에 이은 스위치는 이승현, 문태종이 대처했다. 미스매치를 유발하려는 작전이 큰 의미가 없는 상황이다.

공수의 핵 양동근이 지치면 모비스는 무너진다. 유재학 감독은 “시작부터 동근이가 생각이 너무 많았다. 본인이 해야 되는 플레이에 팀 리딩까지 여러 가지 생각이 많았다”고 풀었다. 그렇다면 동료들이 양동근의 짐을 하나씩 덜어줘야 한다. 어느 때보다 롤플레이어들의 활약이 필요한 때다.

 

 

▲ 유재학과 이세돌, 동병상련

만 가지 수를 지녔다는 유재학 감독은 프로농구 대표명장이다. 그는 프로농구 최초로 챔프전 3연패를 달성했다. 애런 헤인즈, 김선형, 데이본 제퍼슨, 김주성 등 쟁쟁한 경쟁자들이 도전장을 던졌지만 모두 모비스 우승에 희생양이 됐다.

올 시즌은 분위기가 다르다. 모비스는 1차전 68-69로 패했다. 다 잡았던 승리를 놓쳤다. 유재학 감독의 의도대로 99%가 흘러갔지만 막판 1%의 변수가 승부를 갈랐다. 2차전 모비스는 똑같은 전략에 또 당했다. 4쿼터 초반까지 모비스는 오리온의 속공에 속절없이 무너지는 모습도 노출했다. 오리온이 마무리를 제대로 했다면 대승을 했어야 맞는 경기였다.

감독이 전술을 아무리 잘 짜도 실행하는 것은 결국 선수들이다. 전략과 전술만으로 승리가 보장되지 않는다. 유재학 감독이 플레이오프에서 이렇게까지 일방적으로 코너에 몰린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과연 유 감독은 3차전에서 시리즈의 물줄기를 바꿀 수 있는 ‘묘수’를 보여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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