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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효주 “남규만 같은 악역도 삭발도 모두 OK”
- 출처:스포츠동아|2016-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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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현재 한국 영화판은 철저하게 남성 중심이다. 작품도 배우도 남성에 초점 맞춘 영화가 주가 되고 있다. 2015년 2014년 그 이전에도 여성 중심 영화는 가뭄에 콩 나듯 개봉했다. 여배우도 남배우도 모두 입을 모아 안타까워하지만 이것이 현실이다.
그렇기에 영화 ‘섬. 사라진 사람들’은 배우 박효주에게 더더욱 결코 놓을 수 없는, 놓치기 싫은 작품이었다. ‘섬. 사라진 사람들’은 염전노예사건 관련자가 전원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후 유일한 생존자이자 목격자인 이혜리 기자가 혼수상태가 되고 사건 현장을 모두 담은 취재용 카메라 역시 사라지면서 미궁에 빠진 사건을 파헤치는 스릴러 영화. 박효주는 극 중 사건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극 전체를 이끌어가는 열혈 기자 이혜리를 연기했다.
Q. 기자간담회 당시 “여자가 주체적으로 헤쳐 나가는 과정을 담은 작품이어서 좋았다. 누군가에게 의존하거나 도움 주는 인물보다 훨씬 구체적이고 입체적이라서 욕심났다”는 발언이 와닿더라. 여성 중심 작품뿐 아니라 주체적인 캐릭터조차 희박한 게 현실인데.
A. 특히 스릴러물의 경우 남자 중심 작품이 더 많다. 과거 작품 가운데 의존적이거나 도움 주는 인물에 그치는 부분이 많았다. 해결사는 아니더라도 주체적으로 사건을 끌고 나가는 모습이 좋아보였다. 욕심도 났다.
그렇지만 주체적인 주인공은 두 번째 선택 이유였다.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은 원테이크로 작업할 수 있는 환경이었다. 연극처럼 한정된 무대가 아닌 움직이는 장소에서 끊지 않고 연기를 하면서 영화적으로 필름에 담는다는 게 매력있었다. 감독님이 남긴 메모에 ‘어떤 배우든 이 역을 하게 되면 쉽지 않을 것입니다’라고 적혀 있더라. 쉽지 않은 것을 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촬영 기간 내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니까 매일 긴장했다. 덕분에 집중과 몰입을 크게 할 수 있었다. 한 신 한 신 마치고 그날 잠들 때마다 뿌듯하게 잠들었다. 오랜만에 긴장을 신나게 한 것 같다.
Q. 섬에서 촬영하면서 힘들지 않았나.
A. 섬에서 20일 정도 있었다. 엄청 추웠지만 힘든 것보다 좋았던 기억이 훨씬 많았던 것 같다. 집에서 출퇴근 하는 것보다 지방 촬영을 좋아하는 편이다. 치킨집이 없어서 아쉽긴 했지만 조용하고 자연이 아름다운 곳이었다.
Q. 현장에서 홍일점 우대는 없었나.
A. 하하. 특별히 그런 기억은 없다. 그래도 혼자 여자라서 다들 잘해주고 많이 배려해준 것 같다.
Q. ‘열혈’ 기자를 준비하고 연기하면서 어떤 부분에 중점을 뒀나.
A. 혜리가 그렇게까지 염전노예사건을 취재하려고 하는 이유와 행동의 정당성에 대해 생각했다. 그 답을 나에게서 찾으려고 했다. 기자인 혜리와는 직업이 다르지만 10년 넘게 연기하면서 나에게도 그렇게 무모한 모습이 있었을 것이다. 나도 모르게 몰입하거나 말도 안 되는 상황에서 배우기도 하고. 이런 것들이 기자가 취재하는 열성과 같은 것이라고 생각이 들더라.
과거 여행 프로그램을 할 때 만났던 PD들을 많이 생각했다. 그분들에게서 굉장히 열정적인 모습과 강한 취재의식, 진실이 묵살될 때 분개하면서 눈물을 글썽이는 모습을 봤다. 그렇게 자신의 직업군에서 정의롭게 살아가는 분들이 있지 않느냐. 그리고 영화보다는 시사 프로그램을 보면서 기자들이 물어보는 톤을 참고하기도 했다.
Q. 형사부터 기자까지 다양한 인물을 연기했는데 성격도 스타일도 천차만별이다. 캐릭터적으로 갈증을 많이 느끼나.
A. 배우들은 누구나 변화에 대한 갈망이 있다. 배우에게 이미지 변신은 의미가 없다. 매번 다른 역할을 하는 것은 당연하니까. 그동안 다양한 역할을 많이 할 수 있었던 것에 대해 감사하고 앞으로도 더 다양해질 것 같다.
한때는 목마름을 느낄 때도 있었다. 그럴 때는 다른 장르에 가서 갈증을 해소하기도 하고 연극을 하기도 하는 등 다양한 것을 해왔다. 형사를 많이 하긴 했지만 그런 캐릭터로 임한 작품이 잘 되고 인기를 얻어서 더 그렇게 보이는 것도 있다. 최근 영화 ‘더 파이브’와 ‘완득이’ ‘타짜2’ 그리고 드라마 ‘두번째 스무살’을 보면 다 다른 인물들이다.
‘형사 이미지가 강한데 이 이미지에 갇힐까봐 걱정한 적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그러나 갇힌 이미지를 깨주려고 하는 감독님들이 더 많아지고 있다. 전작과 반대적인 캐릭터로 찾아줘서 감사하다.
Q. ‘섬. 사라진 사람들’로 얻은 점이 있나.
A. 이 영화를 통해서 내 (연기) 안에 있던 충치를 많이 발견했다. 연기할 때 ‘익숙해진’ 무거운 것들을 버렸다. 내 스스로 익숙해진 연기를 하고 있는데 그게 좋은 건 아니더라. 스케일링한 기분이다. 속이 시원하다.
Q. 만약 배우가 되지 않았다면 지금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을까.
A. 그런 생각 많이 해봤다. 결과적으로 배우가 되지 않았다고 해도 이 언저리에 있었을 것 같다. 대학교에 다닐 때도 편집 기술에 재미를 느꼈다. 아마 편집실 막내가 되거나 기획 파트에서 일하고 있지 않았을까 싶다.
Q. 박효주하면 단발머리인데. 작품 선택에 따른 우연의 연속인가 개인의 취향인가.
A. 내 취향이 큰 것 같다. 짧은 머리가 더 좋다. 그리고 긴 머리보다는 단발이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연기하면서 역할에 따라 헤어스타일에 변화를 주는 게 재밌다. 어린 시절부터 삭발을 꼭 해보고 싶은데 혼자서는 못하겠고 작품이 들어오면 해보고 싶다. 원래 호기심이 많은 편인데 삭발하면 재밌을 것 같다.
Q. 지난해 12월 비공개 결혼했다. 결혼 후 작품을 보는 시선에서 달라진 점이 있나.
A. 아직 두 달밖에 안 돼서인지 달라진 게 없다. 예전에 인터뷰에서 ‘조금 바뀐 것 같다’고 한 적 있지만 사실상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지금은 그냥 좋다. 결혼은 친구 같은 사람과 재밌고 편하게 지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남편은 나에게 좋은 친구고 긍정적인 힘을 주는 사람이다. 그에게 많이 의지하는 편인데 좋은 기운을 얻는 점이 좋더라.
Q. 대중이 볼 때 여배우에게 결혼은 하나의 전환점이 되기도 한다. 이러한 시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A. 지금은 잘 가고 있는 것 같다. 나는 앞으로 나이 먹어서도 오래 연기하고 싶다.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엄마 역할도 맡고 가족 영화도 할 것이다. 친구 배우들과 ‘할망구 되어도 방송국 다니면서 연기하자’고 했는데 그게 내 바람이다. 별다른 격변 없이 그렇게 흘러가고 싶다.
Q. 배우로서 올해 목표와 욕심이 있다면.
A. 배우로서 늘 더 좋은 작품을 만나고 싶고 더 좋은 연기를 하고 싶은 마음이다. 그리고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Q. 예능에 대한 생각은 없나.
A. 있다. 예전에 ‘강심장’ 같은 프로그램에 나갔을 때는 내가 이야기해야 하니까 힘들었다. ‘라디오스타’ 같은 토크쇼나 리얼 예능이라면 재밌을 것 같다. ‘꽃누나’처럼 여행 예능도 좋다. 예능에 대한 거부감은 전혀 없다. 나를 안 불러줘서 그렇지. 내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팬들에게는 오히려 그게 색다르게 느껴지나 보더라. ‘라디오스타’에 나간 후에 ‘더 가까워진 것 같다’ 등 반응이 좋았다. 나 또한 그렇게 느껴서 좋았다.
Q. 사람들의 반응과 댓글을 다 챙겨보나.
A. 많지 않아서 챙겨본다(웃음). 악플도 꽤 있지만 나는 선플만 본다. 기분 나쁘더라도 맞는 악플이면 귀담아 듣겠지만 뭐라고 하는지도 이해야 안 되는 수준의 악플은 넘긴다.
Q. 앞서 언급한 ‘좋은 작품’의 기준은 무엇인가.
A. 배우로서 선택할 때는 늘 작품의 ‘스토리’가 첫번째다. 내 마음의 목표와 기대는 또 다른 연기와 다양한 캐릭터를 만다는 것이다. 늘 희망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변화가 있었고 새로움이 가득하니까 다음 작품이 더 기대된다.
‘리멤버’에서 남규만을 연기한 남궁민 오빠와 이야기를 나눴는데 ‘연기하기 힘들긴 한데 재밌었다’고 하더라. 나도 남규만처럼 심의에 걸리지 않은 수준에서 모든 악행을 저지르는 악역도 해보고 싶다. 그런 걸 보면 내가 강한 영화에 끌리는 것 같은데 또 ‘완득이’처럼 소소하게 사람 냄새 나는 이야기도 좋아한다. 1인2역도 해보고 싶다. 아직도 뭐가 하고 싶은 게 많은 가 보다. 올해 할 게 참 많아진다.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