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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로지 야구밖에 모른다니까요
- 출처:경향신문|2015-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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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짧아서 더 달콤했던 ‘12월의 휴가’ 이용규-유하나 부부
ㆍ상남자, 하지만 가정적인 ‘용규’
ㆍ오매불망 남편바라기 ‘하나’
12월은 프로야구 선수 가족들이 1년 중 유일하게 마음 놓고 함께 쉴 수 있는 기간이다. 하지만 그 시간마저 여유롭게 누리지 못하는 가족이 있다.
‘열혈남아’ 이용규(30·한화)는 이번 12월도 해외에서 방망이와 씨름하며 보내고 있다. 아내 유하나씨(29)는 한국에 남아 바다 건너 남편을 그리워하며 12월을 보내고 있다.
그래서 미리 만났다. 동료 선수들의 결혼식 덕분에 나들이에 나선 이용규·유하나 부부를 이용규가 훈련을 떠나기 전인 지난 6일 인터뷰했다.
- 두 사람의 연애 스토리가 참 궁금합니다. 어떻게 만났나요.
이용규(이하 남편)=이 사람이 항공사 모델이었는데 공항에서 사진을 보고 제가 반했어요. 아는 사람을 총동원해서 연락처를 알아냈죠. 2년 동안 알고 지내다가 정식으로 교제했고요.
유하나(이하 아내)=제가 야구를 전혀 몰랐어요. 야구선수라기에 검색을 좀 해봤죠. 잘생겼더라고요. 야구선수도 이런 사람이 있구나 생각했어요. 키를 보니 많이 작았지만 ‘뭐 교제할 것도 아니니까’ 생각하고 연락하고 지냈죠. 그러다 직접 만났는데 생각보다 훨씬 괜찮은 사람이었어요. 이상한 것은 만난 자리에서는 저한테 눈길을 안 주더라고요. 친구하고만 얘기하고요. 그 다음에 만났는데 또 적극적이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세번째 만났을 때 제가 들이댔죠. ‘우리 사귀는 거예요, 아니에요?’라고요.
- 왜 그랬죠. 작전이었나요.
남편=사실 그때는 치아 교정 중이라 그랬어요. 보고 싶어서 만나기는 했는데 얼굴 보면서 말하기는 꺼려져서 그랬죠. 하하.
- 이용규 선수는 집에서도 터프가이인가요.
아내=아들한테는 정말 장난꾸러기인데, 저한테는 ‘상남자’예요. 정말 남자죠. 제가 반한 것도 그런 면이었어요. 함부로 대할 수 없는 모습에 결혼해야겠다고 마음먹었으니까요.
- 야구선수랑 사는 것 어때요.
아내=저보다 남편을 좀 더 생각해야 되는 것 같아요. 제 감정을 조금 덜 드러낸다고 해야 할까요. 좋은 것은, 남편이 정말 가정적이에요. 설거지 같은 건 절대 안 하지만 아기한테는 정말 잘 해요. 저는 아직도 너무 좋아하고 사랑받고 싶은데 저 사람은 너무 야구밖에 모르니까 한동안 굉장히 힘들었거든요. 아기가 태어나면서 우리 부부 요즘 너무 좋아요. 결혼한 지 4년 됐는데 전 아직도 전지훈련 가면 그렇게 눈물이 나요. 시즌 중엔 정신없다가 이렇게 잠깐 정말 가깝게 있다가 또 떨어져 지내야 하는 게 적응이 안되네요. 아기가 이렇게 아빠랑 놀다가 또 얼마나 보고 싶어할지 생각하면 마음도 아프고요.
- 이제 연말인데 2015년 정리를 한번 해볼까요.
남편=팀도 개인적으로도 아쉬웠죠. 기회는 왔을 때 잡아야 되는데 그 상황에 다친 것도 아쉬웠고. 하지만 재미있었죠. 끝까지 순위 싸움을 했으니까. 좋은 선수들이 왔으니까 내년엔 좀 더 목표치를 높게 잡아야 할 것 같아요. 내년에는 5강 이상 목표로 잡을 거예요.
아내=입장권 부탁하는 사람이 정말 많이 늘었던 해였어요. 야구장 가봐도 관중석도 꽉 차 있고. 저도 정말 이번 시즌 재미있었어요. 남편은 아마 아쉬운 점이 많고 만족하지 못하겠지만 아내인 제 입장에서는 그래도 잘 보낸 시즌이었다고 생각해요.
- 올해 가장 감사하게 생각하는 일이 있다면.
남편=우리 팀 트레이너들한테 가장 고마워요. 다쳤을 때 몸 관리를 잘 해주셔서 이렇게 잘 마쳤으니까요. 김성근 감독님도, 타격코치님들도 다 감사하죠.
- 아내한테는요?
남편=(침묵)
- 말하기 쑥스러워 그러나요.
남편=당연한 건데 뭘 굳이…. 당연히 고맙죠. 그런데 지금 고맙다고 하기엔 너무 이르잖아요. 마흔 넘어서까지도 야구할 건데.
아내=고맙겠죠. 하하. 쑥스러워 그런지 말은 못하는데 글로는 표현을 잘 해요. 손편지도 잊을 만하면 한번씩 써줘요. 최근에도 받았는데 너무 감동받아서 갖고 다녀요. 글로 보면 그렇게 다정하고 로맨틱한 사람인데 말로는 표현이 안되나봐요. 문자 메시지로도 표현 많이 해주고요. 여기 이런 자리에서는 안 하죠. 서운해질 때쯤 한번씩 사랑스럽게 편지도 주고, 참 저를 들었다 놨다 잘하는 능력자예요.
- 올해 남편이 가장 멋져보일 때가 언제였나요.
아내=저는 남편이 늘 멋있어요. 빨리 이 콩깍지가 벗겨져야 제가 좀 편할 텐데…. 올해는 프리미어12 대표팀 때 가장 멋져보였어요. 특히 아기한테 태극마크 달고 있는 아빠를 보여주는 게 정말 뿌듯했거든요.
- 내년 계획은요.
남편=일단 둘째를 가져야죠. 그리고 타격 폼이….
- 또 야구 얘기 시작인가요.
남편=지금 내 최대 고민은 타격 폼이에요. 올해 잘 안됐으면 당연히 바꾸는 건데 프로 들어와서 타율이 제일 높았으니까요. 그럼에도 바꾸려고 하는 건 내가 정말 생각하는 게 따로 있는 거니까요.
아내=(남편의 둘째 계획 발언에 깜짝 놀라다가) 이런다니까요. 야구밖에 모르는 사람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