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5연패는 무산됐다. 이제 삼성은 다시 동여매고 새 출발을 해야한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일이 남았다. 해외원정도박 의혹을 받고 있는 주축 선수들에 대한 거취문제다.

삼성은 지난달 31일 두산과의 한국시리즈 잠실 5차전마저 패했다. 대구 1차전 역전승으로 기세를 잡는 듯했지만 내리 2∼5차전을 내주곤 무너졌다. 통합 5연패의 꿈도 사라졌고, 류중일 감독은 “프로에서 2등은 비참한 것”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물론 삼성 선수단은 도열해 두산의 시상식을 끝까지 지켜보고 박수를 보냈지만 마음엔 ‘설욕’을 아로새겼을 터다.

이번 시리즈의 가장 근본적인 패퇴원인은 주축투수들의 이탈이다. 정규시즌 5연패를 달성한 뒤 한국시리즈를 준비하는 동안 초대형 악재가 터졌다. 조폭의 자금을 빌려 마카오 해외원정도박을 다녀왔다는 보도로 사달이 났다. 결국 삼성은 긴급회견까지 열며 이들을 한국시리즈서 기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되돌아보면 터지지 않은 화력이 가장 아쉬웠다. 의외로 마운드는 꾸역꾸역 버텨내 맞불을 지폈지만 득점권에서 침묵한 방망이는 손을 쓰지 못했다. 하지만 시리즈 개막 전 터진 도박파문은 분명 영향이 있었다. 선수들은 말조심을 하기 시작했고, 야수들은 “점수를 내야 이긴다”는 부담을 가졌다. 또 선발싸움에서 매번 밀려도 빠른 투수교체의 패를 던지지 못했다.

이제 도박의혹 선수들의 결과를 기다리며 고심하는 시기가 왔다. 통합 5연패 무산이라는 뼈아픈 결과를 가져다준 악재였고, 이들의 거취부터 해결해야 내년 시즌 구상을 할 수 있다. 모 야구계 인사는 “앞으로 20∼30년 동안 통합 5연패에 도전이라도 하는 팀이 있을까”라고 아쉬워했다. 그리곤 “무혐의 처분을 받더라도 이미 낙인이 찍혔는데 과연 삼성이 그들을 안고 갈 수 있을 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