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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테랑 김현수, 괜찮냐는 말은 사양한다
- 출처:OSEN|2015-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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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수(27, 두산 베어스)는 이미 베테랑이다.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스스로를 키 플레이어로 꼽는 부담도 주저하지 않는다. 기저에는 자신만 잘 하면 팀이 승리할 수 있다는, 동료들에 대한 믿음도 있다.
김현수는 10일부터 있을 넥센 히어로즈와의 준플레이오프에 팀의 4번타자로 나선다. 김태형 감독은 정규시즌 후반과 비교해 라인업에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점을 확인시켰다. 3번으로 시즌을 시작했다가 4번으로 마친 김현수는 포스트시즌에도 4번타자로 출전한다.
상대인 넥센은 2년 전에 만났던 팀이다. 당시 정규시즌 4위였던 두산은 3위 넥센을 맞아 목동에서 2연패를 당한 뒤 3차전부터 3연승하며 시리즈 승리를 가져갔다. 그때와 달라진 점을 묻자 김현수는 "(강)정호가 없다"는 말부터 꺼내며 웃었다. 그의 말대로 지금은 강정호(피츠버그 파이어리츠)가 없어 부담스런 타자 한 명이 줄었다.
그간 김현수에게는 가을에 부진하다는 꼬리표가 붙어다녔다. 하지만 김현수는 "사실 나는 별로 스트레스가 없는데 주변에서 그렇게 말한다. 가을에 잘 했을 때도 있었고, 꾸준히 못하지는 않았는데 (부진했을 때) 임팩트가 커서 그런 것 같다"며 담담하게 말했다.
역시 가장 크게 각인되어 있는 장면은 SK와 벌였던 2008년 한국시리즈 5차전을 끝내는 1-2-3 병살타다. 수많은 위로가 그의 몫이었다. 김현수도 "나만큼 ‘괜찮아‘라는 말을 많이 들은 사람도 없을 것이다"라며 웃었다. 김현수의 말을 빌리면 위로하는 사람은 한 번이지만, 받는 사람은 수십 번이다. 괜찮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당시 그의 기분도 착잡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시간들이 상처로만 자리잡지는 않았다. 숱한 경험들을 통해 김현수는 모든 일들을 웃으며 넘길 수 있게 됐다. 그랬기에 올해 타율 3할2푼6리, 28홈런 121타점이라는 좋은 성적도 거둘 수 있었다. 준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에서도 김현수는 "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핵인데, 내가 핵인 것 같다. 우리 팀에 터뜨리느냐, 넥센에 터뜨리느냐에 달린 것 같다"며 자신이 키 플레이어라고 말할 만큼 성숙해 있었다.
사실 김현수가 자신을 시리즈 키 플레이어로 지목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정규시즌이 끝났을 때부터 줄곧 해왔던 말이다. 그 바탕에는 자신만 잘 하면 팀이 승리할 수 있다는 믿음이 깔려 있다. 동료인 오재원을 이번 시리즈의 MVP 후보로 꼽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책임감은 한 팀의 주전인 선수라면 누구에게나 찾아볼 수 있는 덕목이다. 하지만 김현수는 한발 더 나아가 꼭 자신이 아니더라도 팀을 승리로 이끌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깨달았다. 동료와 하나로 어우러져 팀의 승리를 만들 수 있는 베테랑의 길을 가고 있는 것이다. 반드시 자기가 해결해야 한다는 부담에서 벗어났기에 홀가분하다. 지금의 김현수는 성공했을 때 찬사도, 실패했을 때 받는 위로도 한 발치 물러나서 바라볼 수 있는 베테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