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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년 전 입단 동기, 돌고 돌아 '운명의 대결'
- 출처:한국일보|2015-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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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LG에 입단한 거포 유망주 둘이 강산이 한 번 변했을 10년 후 다른 팀 유니폼을 입고 칼을 겨눈다. 한 팀만 사는 외나무다리, 이들의 한방에 팀 운명이 갈릴 수 있다. 성남고 시절 4연타석 홈런을 쳤던 넥센 박병호(29), 그리고 부산고 4번 타자 출신 SK 정의윤(29)이 7일 목동구장에서 열리는 KBO리그 와일드카드 결정 1차전에서 화력 대결을 펼친다.
둘은 야구 인생이 쏙 빼 닮았다.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입단했지만 잠재력을 폭발시키지 못했다. LG에서 기회를 주고 키워보려 했으나 결실을 이루지 못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1군보다 2군에 머무는 시간도 길어졌다. 결국 둘 중 먼저 박병호가 팀을 떠났다. 2011년 7월31일 트레이드 마감일에 넥센 유니폼으로 바꿔 입었다.
이 때부터 박병호의 잠재력이 깨어났다. 이적 첫 해 13개의 홈런을 치더니 2012년 31홈런 105타점을 뽑아내며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에 올랐다. 그 해부터 당당한 거포 4번 타자로 입지를 굳힌 그는 올해까지 4년 연속 홈런왕과 타점왕을 차지했다. 또한 올 시즌 프로야구 최초로 2년 연속 50홈런(올해 53개)을 달성했고, 한 시즌 최다 타점 신기록(146개)을 세웠다.
올 시즌 최고의 한 해를 보낸 박병호는 경기마다 미국 메이저리그 스카우트가 몰려 집중 관찰했다. 본인 또한 시즌 종료 후 해외 진출 의지가 강하다. 특히 박빙 상황에서 승부를 뒤집거나 쐐기를 박는 홈런을 여러 차례 폭발시키며 존재감을 뽐냈다.
벌써부터 박병호 영입전에 뛰어들 복수의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언급되며 강정호(피츠버그)보다 높은 몸값으로 빅리그에 입성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강정호가 지난 시즌 한국시리즈 준우승에 그친 것을 두고두고 아쉽다고 표현한 것처럼 박병호에게도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한국에서의 가을 야구도 소중하게 다가온다.
박병호가 떠난 뒤에도 LG에 남아 있던 정의윤은 올해 7월24일 SK에 새 둥지를 틀었다. 공교롭게도 환경이 바뀌자 정의윤도 박병호의 전철을 밟았다. 전반기 타율 0.258에 홈런 없이 7타점에 그쳤지만 후반기 SK에서 타율 0.342(193타수 66안타) 14홈런 44타점을 수확했다.
팀의 4번 타자로 입지를 굳힌 9월은 정말 모두가 놀랐던 한 달이었다. 한 달 간 26경기에 나가 타율 0.422, 9홈런 23타점을 기록하며 월간 MVP를 수상했다. 정의윤이 4번에 포진하자 SK 중심 타선의 위력은 배가 됐다. 간판 타자 최정 없이도 SK가 정규시즌 5위로 가을 야구 막차를 탈 수 있었던 원동력은 누가 뭐래도 정의윤의 거포 본능이었다.
정의윤은 지난 2년간 플레이오프에서 들러리였다. 2013년 두산과의 플레이오프에 딱 한 차례 출전했지만 첫 타석에서 삼진을 당하고 곧바로 교체됐다. 이듬해에는 대주자로 한 번, 대타로 두 번 나가 모두 빈타에 그쳤다. 그러나 올해는 팀의 굳건한 4번 타자로 가을을 맞이한다. 김용희 SK 감독은 "정의윤의 컨디션이 지금 가장 좋다"고 기대를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