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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락하는 한국농구, 위로부터의 개선 시급
- 출처:데일리안|2015-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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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창사 아시아남자농구선수권은 한국농구에 또 한 번의 흑역사로 오래오래 남을 듯하다.
김동광 감독이 이끄는 농구대표팀은 이번 대회에서 6위에 그치며 리우올림픽 최종예선 티켓이 주어지는 4강 진입에 실패했다. 6위는 한국농구의 역대 아시아선수권 사상 두 번째로 나쁜 성적이다.
한국농구가 아시아선수권에서도 4강 진입에 실패한 것은 허재 감독이 이끌던 2009년 텐진 대회 이후 6년만이다. 당시 한국은 순위 결정전에서 대만에게도 일격을 당하는 수모를 겪은 끝에 역대 최악의 성적인 7위에 그쳤다.
한국은 불과 1년 전 홈에서 열린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영광의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이번 아시아선수권에서 중국-카타르-레바논 등에게 연달아 패한 뒤 순위결정전으로 밀리는 굴욕을 겪었다. ‘창사 참사‘가 6년전 ‘텐진 참사‘와 비교할 때 최악은 면했지만 실질적으로는 더 치욕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또한 한국농구가 96년 애틀란타 대회 이후 올림픽 본선무대를 밟지 못한 것은 이번 대회를 통해 5회 연속으로 늘어나며 햇수로는 20년을 넘기게 됐다.
6년전 텐진 대회 때와 비교해 더욱 실망스러운 것은 이번 대회의 부진이 사실상 예고된 참사라는 점이다. 텐진 대회 때만 하더라도 비판의 초점은 국내 선수들의 경쟁력 부족에 더 맞춰졌다. 당시에는 외국인 선수들에 의존하는 프로농구에 익숙해진 한국 선수들의 기량이 하향 평준화됐다는 비판이 많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여론이 다르다. 선수들의 부진보다는 이번 사태를 초래한 농구협회와 한국농구계의 구조적인 병폐에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사실 창사 대회를 앞두고 많은 이들이 농구대표팀에 대해 우려를 금치 못했다. 감독 선임에서 선수구성, 대표팀에 대한 지원까지 총체적인 부실의 연속이라는 것이 이미 수차례 언론 보도를 통해 대회 이전부터 드러난 바 있다. 하지만 농구협회는 예산과 인력부족을 핑계로 언제나 책임을 회피하며 무능한 행보로 일관했다.
이번 대회의 실패를 계기로 농구 행정 기구를 일원화해야하는 목소리가 다시 설득력을 얻고 있다. 현재 농구계 행정기구는 대한농구협회와 KBL-WKBL 등으로 나눠져 있다. 법적으로는 대한농구협회(KBA) 산하에 프로농구연맹들이 소속된 구조지만 실질적으로는 전혀 별개의 조직으로 운영되고 있다. 프로 기구들이 농구협회로부터 어떠한 관리나 통제를 받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몸집은 큰 프로 연맹들로부터 지원을 받아서 유지되는 모양새다.
이번 아시아선수권을 앞두고 KBL은 대표팀 운영에 사실상 손을 뗐다. KBL도 리그 흥행 침체에 승부조작-불법도박 등 대형 악재가 겹치면서 제 걱정하기에도 바빴다. 스폰서를 끌어올 재정적 자생력이 없는 농구협회는 그저 속수무책이었다.
두 기구의 수장은 모두 농구인 출신이었지만 정작 기대했던 최소한의 상호 공조나 소통 체계는 전무했다. 기본적인 협력 체계만 이뤄졌어도 이번 농구대표팀을 둘러싼 비행기 클래스나 도시락 해프닝 따위는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2017년부터는 FIBA의 지역예선과 A매치 체계도 완전히 달라진다. 홈 앤드 어웨이 제도가 도입되고 대표팀 운영의 상설화와 전임감독제 도입 등이 불가피해졌다. 예산이 없다고 해서 언제까지 책임 회피만 할 수는 없다. 유명무실한 농구협회나, 딴 살림만 차리고 있는 KBL을 통합해 농구계 행정력을 집중하려는 노력이 절실하다.
어쩌면 참사보다 더 무서운 것은 망각이다. 누구든 실수나 잘못은 저지를 수 있지만 과거의 과오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는 이들에게 역사는 언제나 반복되는 법이다.
중국은 2년전 마닐라아시아선수권에서도 올해의 한국처럼 4강에도 탈락하는 굴욕을 겪었지만 절치부심 끝에 이번 대회에서 세대교체에 성공했고 아시아 정상의 자리를 탈환했다. 지난해 인천 아시안게임 결승에서 한국에 패했던 이란도 이번 대회에서는 8강에서 한국을 완파하며 복수에 성공했다. 반면 아시안게임의 작은 성공에 안주하며 변화에 둔감했던 한국농구의 몰락은 당연한 귀결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