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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승준:농구,할아버지 됐을 때도 좋은 기억이길
- 출처:점프볼|2015-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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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패션의 완성은 얼굴이었다. 아직 훈련 유니폼조차 나오지 않아 주름 가득한 코트니 심스의 유니폼을 입었지만, 이승준(37, 205cm)의 외모는 역시 빛났다. 깔끔한 매너도 그대로였다. 이제 자신이 건재하다는 것을 증명해보일 일만 남았다.
※ 본 기사는 월간 점프볼 2015년 7월호에 실린 기사임을 알립니다.
“개인적으로는 다음에 기회가 닿으면 꼭 잡고 싶은 선수입니다.” 약 2년 전 쯤으로 기억된다. 서울 SK 관계자는 원주 동부 소속으로 뛰는 이승준을 보며 군침을 흘렸다. 이 관계자의 의사가 얼마나 반영됐는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SK는 실제로 FA(자유계약) 자격을 취득한 이승준을 손에 넣었다. 울산 모비스와 인천 전자랜드도 영입의향서를 제출했지만, SK는 3억 6,200만원을 베팅하며 전력을 보강했다. 부상 때문에 한 시즌을 통째로 날린 선수에게 거액을 투자한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터. 이승준 역시 벌써부터 SK의 믿음에 보답하겠다는 각오가 대단하다.
전담 트레이너 동원
이승준의 KBL 커리어가 꼬인 건 2013-2014시즌 막판의 일이다. 이승준은 안양 KGC인삼공사와의 원정경기에서 슛을 던진 후 착지과정에서 왼 발목 부상을 입었다. 상대선수와 충돌이 있었던 건 아니지만, 결과는 예상외로 아킬레스건 파열. 이승준은 곧바로 수술대에 올랐고, 이후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코트로 돌아오지 못했다. “다칠 때만 해도 ‘큰 부상은 아니겠지’라고 여겼다. 그런데 MRI를 찍어보니 아킬레스건이 끊어졌다고 하더라. 순간 대학 때 무릎을 크게 다쳤던 게 떠올랐다. 그때도 1년 넘게 재활을 받았는데, 이번 역시 만만치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승준의 말이다.
국가대표에 대한 자부심이 남달랐던 만큼, 부상 때문에 2014 인천아시안게임 출전이 좌절된 것에 대한 허탈감도 컸다. 대표팀은 결과적으로 문태종을 선발, 12년만의 금메달을 따냈지만 말이다. “대표팀에 몇 년간 선발되면서 한국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에 대한 욕심도 컸다. 부상 때문에 예비명단에도 포함되지 않아 정말 아쉬웠다. 물론 금메달을 딴 선수들은 자랑스러웠다. (유재학)감독님께 문자도 보내드렸다(웃음).”
넋 놓고 현실을 아쉬워할 수만은 없는 노릇. 이승준은 흉터가 아물자마자 수영을 통해 체력을 관리했고, 재활센터에서 약 3시간 동안 근력강화훈련을 소화했다. 이어 한의원에서 침을 맞고, 아파트 계단도 1시간 이상 오르내리는 등 회복을 위한 모든 방법을 동원했다. 이승준은 “재활센터에 있는 분들이 1년 동안 고생을 많이 하셨다. 그 분들이 없었다면 나의 복귀도 없었을 것”이라며 고마움을 전했다. 또한 그는 휴가차 미국을 방문했을 때는 다친 부위의 회복속도를 높여주는 주사를 맞았다. 약 1,000만원에 달하는 이 주사는 유도니스 하슬렘(마이애미 히트)을 비롯한 NBA, 메이저리그 선수들의 컨디션을 빠르게 회복시키기도 했다.
SK에 합류한 후에도 이승준은 재활에 성실히 임하고 있다. SK도 이승준의 재기를 위해 전담 트레이너까지 붙여주는 정성을 보였다. “아직 컨디션이 100%는 아니지만, 매일 매일 몸이 좋아지는 게 느껴진다. 트레이너와 1대1로 재활을 해서 신체 밸런스를 빠르게 되찾아가고 있다. 빠져나갔던 근력도 다시 키웠다. (덩크슛 하고 싶어 몸이 근질거릴 것 같다고 묻자)경기장에서 덩크슛 할 날만 기다리고 있다. 하하.” 이승준의 말이다. 그는 이어 특유의 익살스러운 표정과 함께 팔 근육을 자랑하며 웃었다.
간절함을 더하다
SK는 이승준 영입에 성공, 화제의 중심에 섰다. 특히 모델을 연상케 하는 외모와 늘씬한 몸매를 지닌 이승준-동준 형제가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한 팀에서 뛰게 돼 연일 기사가 쏟아졌다. 이승준은 “동생과 같이 출근해서 운동하고, 퇴근도 같이 한다. 동생이랑 같은 팀인 게 정말 기분 좋다”라며 웃었다. 그는 이어 “(이)동준이랑 같은 팀에서 뛰는 건 프로 데뷔 후 처음인데, 사실 우리는 그동안 여건상 같은 팀이 될 수 없을 거라 생각했다. 99% 확률 정도로. 하하. 하지만 동준이가 SK로 사인&트레이드됐을 때 꿈이 이뤄질 것 같은 기분이 들더라”라고 회상했다.
동생을 생각하는 이승준의 마음은 등번호에서도 알 수 있다. 이승준이 서울 삼성, 동부에서 달았던 14번은 최근 군 입대한 최부경이 사용해온 번호다. 14번을 쓸 수 없게 된 이승준은 “어쩔 수 없이 어릴 때 달았던 번호를 다시 쓰려고 했다. 그런데 7번은 (변)기훈이가 주인이고, 10번(문경은)과 13번(전희철)은 영구결번 됐더라”라며 아쉬움을 삼켰다. 그가 택한 9번은 이동준이 학창시절 썼던 번호라고.
이승준이 건강한 상태로 복귀한다고 가정했을 때, 관건은 SK와의 조화다. SK는 최부경의 군 입대, 박상오의 이적으로 포워드 전력이 약화된 가운데 이승준을 영입했다. 이승준에겐 이들의 공백을 메워야 한다는 과제가 주어진 셈이다. 그는 “SK는 강팀인데다 농구도 재밌게 한다. 특히 속공을 많이 전개하는 게 인상 깊었다. (김)선형이, (김)민수와 재밌고 빠른 농구를 보여줄 것”이라고 포부를 전했다.
코칭스태프와의 호흡도 중요하다. “위험한 선수였다. 오픈찬스면 3점슛을 100% 넣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3점슛을 레이업슛 던지든 쉽게 던지셨다”라며 ‘선수 문경은’을 되돌아본 이승준은 이어 “감독님이 팀 훈련할 때 수비를 강조하시는 게 인상 깊었다. 수비에 대해 디테일하게 주문하신다”라고 덧붙였다.
전희철 코치의 족집게 과외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전희철 코치가 현역시절 보여줬던 화려한 풋워크를 흡수한다면, 이승준은 화려함에 간결함까지 갖춘 빅맨으로 발전할 수 있을 터. “코치님이 포스트 플레이, 스크린, 공격 찬스를 만드는 법 등 다양한 기술에 대해 잘 알려주신다. 매일 하나씩 좋은 것을 배워가고 있다.” 이승준의 말이다.
지난 1년간 이승준에겐 말로 다 못할 악재가 끊이지 않았다. 동부로부터 웨이버 공시되는 수모를 겪었고, 보수총액이 크게 깎이기도 했다.
또한 혼기가 꽉 찬 이승준은 최근 약혼 소식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결혼 얘기를 묻자 그는 이렇게 답했다. “가족들도 계속 결혼 얘기를 하는데 지금은 농구만 생각하고 있다. 앞으로 뛸 수 있는 시간이 얼마 안 남은 만큼, 마무리를 잘하고 싶다. 올 시즌이 (선수로서)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나중에 할아버지가 됐을 때 ‘농구’하면 좋은 기억만 떠올랐으면 한다. 우승도 한 번 해보고 싶다.” 어쩌면 지금의 이승준에게 가장 큰 무기는 운동신경이 아닌 간절함이 아닐까.
BONUS ONE SHOT 못 다한 이야기
Q.문신을 추가할 생각은 없나?
A.없다. 어머니가 안 좋아하셔서…. 하하. 동생은 주사 맞는 걸 싫어해서 문신도 안 한다.
Q.수많은 팬들 중 가장 기억에 남는 팬은?
A.어머니다. 목소리가 크셔서 어릴 때부터 경기장에 오셔서 응원을 열정적으로 해주셨다. 감독님, 코치님보다 목소리가 크다. 하하.
Q.KBL 최고의 선수를 1명만 꼽는다면?
A.(김)주성이가 최고다. 농구를 머리로 하는 선수다. 헬프 디펜스, 맨투맨 등 수비는 물론 패스해주는 타이밍도 정말 좋다. (오)세근이, (김)종규 등 좋은 빅맨이 많이 나오고 있지만 여전히 최고는 주성이다. 이번 시즌부터 막아야 하는데 큰일이다. 하하.
Q.이종현이 최근 NBA에 도전한 게 화제가 됐다. 이에 대한 견해는?
A.(이)종현이는 똑똑한데다 기술도 갖춰서 선수생활을 잘해낼 것이다. 다만, NBA에서 뛰려면 힘이 더 세야 한다. 근력을 더 키워야 할 것 같다. 나도 서머리그에서 뛰어봤는데 다들 힘이 엄청 세다. (두 팔을 위 아래로 벌리며)점프도 이만큼씩 뛴다. NBA는 ‘특별함’이 있어야 살아남는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