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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조 언더핸드' 박정현, 박종훈 향한 특급조언
출처:마이데일리|2015-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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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 운동을 많이 해야 한다."

SK가 15일 인천 두산전서 특별한 시구행사를 진행했다. ‘원조 언더핸드‘ 박정현과 ‘신형 언더핸드‘ 박종훈이 마운드에서 동시에 시구를 했다. SK는 본래 박정현을 한번쯤 시구자로 초청하려고 했다. 그러다 1달 반 정도 전 캐나다에 머물던 박정현이 한국에 들어온 사실을 알고 본격적으로 섭외에 들어갔다. 처음에는 박정현 홀로 시구를 하고 박종훈이 시포를 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요즘 보기 드문 두 언더핸드 투수가 동시에 시구하는 게 더 흥미롭겠다는 아이디어가 나왔고, 성사됐다. 상당히 이색적이었고, 신선했다.

박정현은 1988년부터 2000년까지 태평양, 현대, 쌍방울을 거쳐 SK에서 선수생활을 마감했다. 1990년대만 하더라도 정통 언더핸드 투수가 적지 않았는데, 박정현은 그 원조 격이었다. 태평양 시절이던 1989년부터 1992년까지는 4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도 따냈다. 프로 통산 253경기서 65승54패21세이브 평균자책점 3.45.

▲도플갱어

2010년 입단한 박종훈은 SK 언더핸드 계보를 잇는다. 요즘 옆구리 투수들은 대부분 스리쿼터 혹은 사이드암. 그러나 박종훈은 국내에서 릴리스포인트가 가장 낮은 투수. 공을 던질 때 거의 마운드 지면을 스치듯 한다. 완벽한 언더핸드. 과거 일본야구를 주름 잡았던 언더핸드 와타나베 순스케를 연상시킬 정도.

2011년과 2012년 7~8경기 출전에 그쳤다. 그러나 상무에서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올 시즌, 24경기서 3승6패 평균자책점 5.11을 기록 중이다. 그런 박종훈은 대선배 박정현과 함께 시구하는 15일을 손꼽아 기다렸다. SK 관계자에 따르면 본래 박종훈의 롤모델이 박정현이었다. 박종훈은 실제 박정현을 만나면 물어보고 싶은 게 너무 많아서 질문들을 미래 노트에 정리까지 해뒀다.

박종훈은 박정현과 비슷한 점이 있다. 박정현은 "원래 언더, 오버를 다 같이 던졌는데 중 3때부터 언더로만 던지기 시작했다"라고 회상했다. 박종훈 역시 "신기하다. 나도 중학교 때까지는 언더와 오버를 같이 하다 고등학교 입학 이후 언더로 자리 잡았다"라고 했다. 박종훈에 따르면, 태평양과 현대에서 박정현과 선수생활을 함께했던 김경기 코치가 자신을 볼 때마다 박정현이 생각난다고 했다. 박정현도 SK에 좋은 기억이 있다. "상무에서 코치생활을 했는데, 그 당시 유독 SK 선수들이 많았다"라고 웃었다.



▲부상조심

두 사람은 15일 처음으로 만났다. 자리에 앉자마자 박종훈은 질문을 쏟아냈다. 박정현은 상세하게 답했다. 박정현은 "언더핸드는 폼 특성상 부상이 따라올 수밖에 없다"라고 했다. 이어 "허리와 엉덩이, 허벅지 뒷부분 등에 보강 운동을 많이 해야 한다"라고 당부했다. 자신도 현역 말년 고생했기에 젊은 후배가 훗날 고생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사실 최근 언더핸드 투수가 사실상 멸종한 것도 부상에 대한 위험과 부담감 때문이다. 어릴 때 언더로 던졌던 투수들도 프로에 와서 팔 높이를 높여 스리쿼터나 사이드암으로 던지는 경우가 많다.

박정현은 "박종훈의 폼을 봤는데 나보다 허리를 더 꺾는 것 같다. 허리도 허리지만, 몸을 돌릴 때 무릎도 뒤틀릴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박종훈은 "아직 큰 부상은 없다. 허리 통증은 없는데 다리가 조금 뻣뻣한 편"이라고 했다. 박정현도 "종훈이가 어떻게 보면 힘든 길을 가고 있는데 부상 없이 선수생활을 했으면 좋겠다"라고 덕담을 건넸다.



▲앞으로 밀고 나가라

박정현은 박종훈에게 기술적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그는 "하체를 조금 더 밀고 나갈 필요가 있다. 나도 젊었을 때는 다리를 앞으로 쭉 밀고 나가서 던졌고, 릴리스포인트도 앞으로 나갔다. 그렇게 하면 공 끝이 좋아진다"라고 했다. 오버핸드로 던지는 투수와 마찬가지 논리. 모든 투수 지도자가 투수들에게 릴리스포인트를 최대한 타자 쪽으로 끌고 가서 던지라고 지도한다. 박정현은 "현역 말년 때 몸을 앞으로 밀고 나가지 못하니 팔이 위로 뜨면서 고생했다"라고 회상했다.

또한, 박정현은 "언더핸드는 커브와 싱커를 동시에 던지면 좋다"라고 했다. 변화구의 각도를 살리기 위해 박종훈이 상체를 좀 덜 꺾더라도 몸을 최대한 앞으로 끌고 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 박종훈의 투구 스타일은 변화구 각이 덜 깎인다"라고 했다.

박종훈도 박정현의 설명에 고개를 끄덕였다. 꿈에 그리던 롤모델을 만나 시구까지 같이 했다.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도 들었다. 박종훈은 2015년 8월 15일을 절대로 잊을 수 없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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