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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수영선수권 물 만난 중국 VS 물 먹은 한국
- 출처:SBS|2015-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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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21년 만에 종합 우승을 차지하며 러시아 카잔에서 열린 세계 수영 선수권 대회가 17일간의 열전을 마감했습니다. 12개의 세계 신기록이 쏟아지고 경영, 다이빙,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에 걸쳐 사상 첫 혼성 종목이 개최되며 질적으로 양적으로 모두 성공한 대회가 됐습니다. 하지만, 풍성한 잔치를 보면서도 남의 잔치라는 생각에 마음 한편이 씁쓸했습니다.
● 중국, 세계 최강으로 우뚝! 일본의 선전!
중국은 예상대로 다이빙에서 10개의 금메달을 휩쓸며 다이빙 최강국의 자리를 굳건히 지켰습니다. (다이빙 3종목만 금메달을 따지 못했는데 이들 3종목에서는 모두 은메달을 획득했습니다.) 여기에 경영 종목의 약진도 눈부셨습니다.
경영에서 금메달 5개, 은메달 1개, 동메달 7개를 따냈는데, 2관왕을 차지하며 2회 연속 MVP에 오른 쑨양을 비롯해 아시아 선수로는 사상 첫 자유형 100m를 제패한 닝쩌타오, 여자 배영 50m의 푸위안후이와 여자 혼계영 등 여러 선수가 다양한 종목에서 세계 정상에 올랐습니다.
또 개최국 러시아에 밀려 금메달 사냥에는 실패했지만 싱크로나이즈드스위밍에서도 은메달 6개를 따냈습니다. 이렇게 전 종목에 걸쳐 세계 정상급 실력을 과시한 중국은 미국의 7회 연속 종합우승을 저지하며 세계 정상으로 우뚝 섰습니다. 일본의 선전도 돋보였습니다.
에이스인 하기노 고스케가 부상으로 빠진 상황에서도 경영에서 금메달 3개, 은메달 1개를 따냈고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에서는 동메달 4개를 획득하며 아시아 수영의 힘을 과시했습니다.
● 경험 부족! 고개 숙인 한국
여자 3m 스프링보드 다이빙에 출전한 우리 대표팀의 김나미 선수는 2번 연속 0점을 기록하는 진풍경을 연출했습니다. 긴장한 모습이 역력하던 4차 시기에서는 아예 연기를 시도하지도 못하고 다리부터 입수했고, 마지막 5차 시기에서는 회전하다가 옆으로 물에 떨어졌습니다.
김나미는 지난달 광주 유니버시아드 대회 때만 해도 은메달 4개, 동메달 1개를 따내며 최고의 유망주로 기대를 모았는데 세계 최고 무대에서 긴장감을 극복하지 못한 것입니다.
김나미 선수 본인의 아쉬움은 더할 나위 없이 크겠지만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 이런 실수는 앞으로 큰 대회에 많이 나서 경험을 쌓는다면 나중에는 약이 될 수도 있습니다. (박태환도 처음 참가한 아테네 올림픽에서는 부정 출발로 경기도 뛰지 못하고 돌아섰지만 4년 뒤 베이징에서 금메달 신화를 썼습니다.) 문제는 우리 선수들이 경험을 쌓을 기회를 잡기가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 웬만해서는 출전할 수 없다! 세계 벽보다 높은 국내 벽!
대한수영연맹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국제수영연맹의 ‘B 기준 기록‘보다 더 높은 자체적인 출전 기준 기록을 정했습니다.
국제 수영 연맹의 ‘B 기준 기록‘을 통과해 세계 선수권 출전권을 획득한 선수라도 국내에서 정한 기준 기록을 넘어서지 못하면 출전하지 못하게 한 겁니다. (국제수영연맹은 세계선수권 경영 부문 출전을 위해 종목별로 ‘A 기준 기록‘과 ‘B 기준 기록‘을 정하는데 ‘B 기준 기록‘을 통과한 선수가 있는 국가는 그 종목에 1명의 출전이 가능하고, ‘A 기준기록‘을 통과한 선수가 2명 이상인 국가는 그 종목에 2명 출전이 가능합니다.)
가뜩이나 ‘B 기준 기록‘을 통과한 선수도 드물고 국제 경쟁력이 부족한 한국 수영이 세계 선수권 같은 큰 무대에서 경험을 쌓을 기회를 스스로 제한해 버린 겁니다. 이 때문에 이번 세계선수권 경영 종목에는 FINA가 ‘기준기록‘ 제도를 도입한 2011년 이후 가장 적은 인원인 9명의 선수만 출전했고 특히 남자는 박선관 선수 한 명만 나섰습니다. 그리고 경영 종목에서 단 한 명의 결승 진출자도 배출하지 못하는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왔습니다.
● 자비로 훈련…국가대표 아닌 국가대표
이번 세계 선수권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에 출전한 우리 선수들은 한국을 대표했지만, 국가대표가 아니었습니다. 말이 안 되는 것 같은데 사실입니다. 이번에 출전한 싱크로 선수들은 지난 4월 열린 세계선수권 대표 선발전에서 현 국가대표 선수들을 꺾고 러시아 카잔행 티켓을 따냈습니다.
하지만, 연맹은 이들에게 선수촌 입촌도 허용하지 않았고 훈련비 지원도 하지 않았습니다. 협회 규정상 이들은 국가대표가 아니라는 게 이유입니다. 반면에 세계선수권 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한 국가대표 선수들은 출전할 대회가 없어도 선수촌에서 마음껏 훈련했습니다. 규정이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만 개선해야 할 부분이 확실히 있어 보입니다.
더구나 현재 국가대표 선수들은 금품 수수 등 혐의로 고발돼 재판을 받고 있는 수영연맹 김모 상임이사가 막강한 권력을 휘두를 때 뽑은 선수들인 반면, 세계 선수권 출전 선수들은 김모 이사를 반대하는 코치들로부터 지도를 받고 있는 선수들입니다. 사실 관계는 명확히 알 수 없지만 이번에 출전한 선수들이 고발된 연맹 이사와 관련해 불이익을 당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 아몰랑~ 관심 없는 대한수영연맹
이번 세계선수권과 관련한 대한수영연맹의 보도 자료는 한 번도 보지 못했습니다. 대한수영연맹 홈페이지에 들어가 봐도 이번 대회에 관한 단 한 줄의 기사도, 우리 선수들의 성적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선수들이 경험을 쌓을 기회는 제한하고, 기회를 잡은 선수들에 대한 지원도 하지 않고, 당장 대회가 열려도 무관심하고…. 대한수영연맹이 해야 하는 일이 과연 무엇인지 모르겠습니다. 철저한 무관심속에 2015년 최악의 성적을 기록한 한국 수영은 4년 뒤 광주에서 세계 수영선수권을 개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