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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머신 재가동 어렵나' 리스티 잡는 체력
- 출처:데일리안|2015-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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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리(Glory) 전 라이트급 챔피언 ‘더 머신’ 앤디 리스티(33·수리남)가 챔피언 탈환에 실패했다.
리스티는 4일(한국시각) 두바이 월드 트레이드 센터에서 열린 ‘Glory 20’ 메인이벤트에서 현 챔피언 로빈 반 루스말렌(25·네덜란드)과 맞붙었다. 과거 한 차례 무너뜨린 상대라 정상 탈환의 가능성이 높았지만 체력이라는 고질적 약점을 노출하며 판정패했다.
리스티와 루스말렌의 대결은 누가 유리한 거리를 유지하느냐의 싸움. 장신 리스티(180cm)는 신장과 리치를 살려 거리를 유지한 채 다양한 공격을 시도했고, 단신 루스말렌(169cm)은 최대한 근거리로 좁혀 특유의 강펀치를 꽂아 넣는 전략을 들고 나왔다.
경기 중반까지는 리스티의 흐름이었다. 리스티는 ‘머신‘이라는 별명처럼 경기 내내 다양한 펀치와 킥, 그리고 무릎공격을 퍼부을 수 있다. 빠른 스텝과 프런트 킥으로 거리를 유지하면서 리듬을 타기 시작하면 화력을 절정에 달한다.
가드 빈곳 안면에 송곳 같은 펀치를 찔러 넣고 하체에는 끊임없이 로우킥을 가한다. 몸통을 향해 매섭게 들어가는 바디 블로우와 니킥도 위력적이다. 대부분의 승리를 넉아웃으로 따낸 것에서도 알 수 있듯, 쉴 새 없이 상대를 두들긴다.
이날도 비슷했다.
루스말렌은 안면가드를 단단히 한 채 묵직한 펀치를 내세워 한 방을 노렸다. 반면 리스티는 활발한 움직임으로 3라운드까지 부지런하게 루스말렌을 두들겼다. 비록 안면가드를 뚫고 송곳펀치가 들어가지는 못했지만 몸통과 다리에 많은 공격을 적중시켰다. 루스말렌으로서는 딱히 해법이 없어 보였다.
문제는 언제나 그랬듯 체력이었다. 웬만한 선수들 같으면 리스티의 체력이 떨어질 때까지 맹공을 견디기 힘들다. 하지만 챔피언 루스말렌은 그럴 능력이 있었다. 후반으로 접어들며 리스티 호흡이 거칠어지자 기다렸다는 듯 거친 강펀치를 휘둘렀고, 집중력이 깨진 리스티는 데미지가 축적됐다.
리스티는 정신력으로 버티는 듯했지만 4라운드 들어 두 번이나 다운되면서 흐름을 완전히 내줬다. 판정까지 버틴 것이 대단하게 느껴질 정도다.
어네스트 후스트, 레미 본야스키, 타이론 스퐁, 멜빈 마누프 등과 함께 수리남을 대표하는 입식 파이터 중 한 명인 리스티는 국내 팬들에게는 K-1 맥스 마지막 지존으로 불리던 ‘닥터‘ 조르지오 페트로시안(28·이탈리아)을 격파한 선수로도 유명하다.
페트로시안은 탄탄한 가드와 현란한 스탭 거기에 상대보다 반 박자 빠르게 치고 빠지는 테크닉 등을 통해 웬만한 공격은 스치는 정도도 허용하지 않았던 K-1 맥스의 괴물이었다.
수비뿐 아니라 상대의 약한 부위나 가드가 허술한 부분을 집중 타격하는 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프로복싱의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38·미국)가 그랬던 것처럼 정말 이기기 힘든 까다로운 스타일의 입식 타격가가 탄생했다는 분위기였다.
2013년 11월, 리스티는 그런 페트로시안을 거짓말처럼 눕혀버렸다. 이전부터 강한 선수라는 평가는 받았지만 페트로시안까지 꺾을 것이라고는 예상하기 어려웠다.
그런 리스티 상승세에 찬물을 끼얹은 선수가 다비트 키리아(27·조지아)다. 키리아는 리스티의 무시무시한 화력을 맷집과 근성으로 견디어내며 5라운드에 이변의 역전 KO승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키리아는 얼마 지나지 않아 루스말렌에게 접전 끝에 패하며 최고의 자리를 내놓게 된다.
그동안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거침없이 잘나가던 선수가 의외의 패배를 당하면 급격히 슬럼프에 빠지는 경우가 많았지만 리스티는 달랐다. 남다른 투지의 소유자였던 그는 큰 패배 이후 언제 그랬냐는 듯 또 연승을 이어가며 라이트급의 주인공은 여전히 자신이라는 것을 경기력으로 입증했다.
그러나 힘겹게 얻은 정상 재등극의 기회에서 과거에 꺾었던 선수에게 패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유의 공격력은 여전하지만 이전부터 지적받아온 체력 문제는 개선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더욱이 30대 중반에 접어드는 나이를 감안했을 때, 전성기가 지났다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전 세계 입식격투 경량급의 블루칩으로 떠올랐던 리스티가 부활할 수 있을까. 많은 입식 팬들은 다시 한 번 머신의 재가동을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