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의 외인투수 타일러 클로이드가 데뷔전서 느림의 미학을 펼칠 수 있을까.

아직 1군 무대서 실전 공개되지 않은 우완 클로이드는 전형적인 파워피쳐가 아니다. 한국무대서 여태까지 보여준 최고구속은 144km. 패스트볼 중에서도 투심패스트볼과 컷패스트볼을 주무기로 활용하는 유형이다.

강속구 투수들이 즐비한 외인 사이에서 클로이드는 다른 노선을 걷는 투수인 셈이다. 볼 끝의 움직임을 통해 범타를 이끌어내는 유형의 투수이며 변화구도 다채롭게 구사한다. 커브, 슬라이더, 체인지업도 실전서 활용가능한 수준이다.

우천으로 연기돼 하루 늦게 3일 잠실 LG전서 치르는 데뷔전서 클로이드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류 감독은 “팔 스윙이 잘 안 보이고 제구력이 있고 변화구 구사능력이 있어서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시범경기서는 들쑥날쑥하면서 다소 불안감도 생겼다. 2일 경기를 앞두고 류 감독은 “그런데 시범경기에서 그렇게 맞아 나가더라”며 “정규시즌에서는 어떻게 던질지 기대된다. 나도 궁금하다”며 솔직한 심경을 전하기도 했다.

클로이드는 시범경기에 2번 등판했다. 3월 12일 포항 LG전서는 3이닝 5피안타(3피홈런) 3볼넷 2탈삼진 8실점으로 무너졌다. 이어 3월 19일 마산 NC전에서는 5이닝 3피안타(1피홈런) 3사사구 3탈삼진 3실점으로 조금 나은 모습을 보였다.

이어 3월 25일 자체 평가전서는 4이닝 1피안타 1볼넷 2탈삼진 무실점으로 가장 좋은 투구를 했다.

결국 관건은 구속과 밸런스를 찾을 수 있는지 여부다. 빠르지 않은 공을 던지는 투수라면 완벽한 제구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거기에 더해 자신의 원래 평균 구속을 회복해야 하는 것도 과제다. 미국에서 클로이드는 마이너리그에서 181경기, 메이저리그에서 19경기에 나섰다. 하지만 최근 2년간은 구속이 약간 떨어지면서 피홈런 숫자가 꽤 늘어났다.

이 점은 한국에서도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앞서 클로이드가 시범경기서 보여준 모습이기도 하다. 140km 중반의 힘있는 속구는 경쟁력이 있지만 제구가 완벽하지 않은 140km 초반대의 속구나 130km 중후반대의 밋밋한 커터나 투심은 타자들에게 손쉬운 ‘홈런 먹잇감’이다.

클로이드가 경기당 2개 이하의 볼넷 숫자를 유지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한 번의 실투가 그날 결과를 망칠 수 있다. 클로이드가 전성기 시절의 구위를 한국에서도 계속 보여줄 수 있는 것이 과제다.

다른 접근도 중요하다. 바로 완급조절이다. 류 감독은 클로이드에 대해 “컷패스트볼과 슬라이더의 구속 차이가 나야 되는데 그점이 부족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유희관이 보여주고 있듯이 느린 구속으로도 완벽한 제구와 함께 충분한 속도변화가 동반된 완급조절이 된다면 ‘느린 공’도 타자들에게는 빠른 공으로 느껴질 수 있다. 결국 류 감독이 기대하는 것도 그런 투구다.

강속구 피쳐를 선호하는 삼성은 2년 연속 외국인 투수 한 자리를 두고 비슷한 선택을 했다. 지난해 J.D. 마틴이 클로이드와 유사한 유형의 투수였다. 마틴은 전반기 부진한 이후 후반기 선전을 펼쳤으나 9승6패 평균자책점 4.78의 성적을 남기고 한국 무대를 떠났다.

클로이드는 결국 마틴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될 투수다. 기대치는 그 이상이 맞다. 클로이드가 어떤 모습을 보여줄 지에 따라서 삼성의 통합 5연패 도전도 힘을 받을 수도, 혹은 어려움을 겪게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