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28ㆍLA 다저스)은 불펜 피칭, 강정호(28ㆍ피츠버그)는 레그킥(왼발을 크게 들고 타격하는 자세)이 문제인가 보다.

피츠버그 지역 언론이 강정호를 흔들고 있다. 홈런이 나온 30일 이전까지 적어도 그랬다. 피츠버그 지역 매체 DK 온 피츠버그 스포츠의 칼럼니스트 존 페로토는 26일 ‘강정호는 준비가 됐는가?’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강정호는 빅리그 투수의 공을 칠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혹평을 쏟아냈다. 그는 “큰 레그킥 동작 이후 나오는 배트는 너무 느리다”며 “메이저리그 투수들은 한국 투수들과 다르다. 강정호는 메이저리그에 적응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고 사실상 레그킥을 버리라는 뉘앙스로 글을 썼다.

레그킥은 왼발을 크게 들고 내린 뒤 타격하는 자세다. 국내 무대에서 타격 7관왕에 오른 이후 일본 프로야구에 진출한 이대호(소프트뱅크)가 대표적이다. 그런데 강정호는 이대호보다 왼발의 움직임이 많다. 발을 들어올린 뒤 홈 플레이트 쪽으로 한 번 젖혔다가 앞으로 뻗기까지 한다.

하체의 움직임이 많을수록 빠른 공을 정확히 때릴 수 없다는 것은 중론이다. 컨디션이 나쁠 경우 변화구에 속수무책이라는 단점도 있다. 두산 김현수 역시 올해 다리를 들어올리지 않는 이유에 대해 “히팅 포인트를 넓히기 위해서”라고 했다. “몸의 움직임을 최소화 해 곧바로 투수의 공에 반응하기 위해서”라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존 페로토는 ‘레그킥 때문에 강정호가 못 치고 있다’고 확신하는 듯 하다.

차가운 시선은 다른 지역 신문도 비슷하다. 피츠버그 포스트 가제트의 칼럼니스트 밥 스미지크는 “강정호가 시범경기 7경기 19타수에서 10차례나 삼진을 당했다. 피츠버그는 그가 인디애나폴리스(트리플A)에서 시즌을 시작하는 것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기에 현지 적응을 위해 인터뷰를 고사하고 있는 강정호의 태도를 문제 삼는 언론도 여러 곳이다.

이쯤 되면 류현진의 첫 스프링캠프가 생각난다.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의욕적으로 캠프를 소화하던 그는 장거리 달리기 훈련 도중 뒤로 처지자 ‘담배를 끊어야 한다’는 지적을 MLB의 켄 거닉 기자로부터 받았다. 또 감히(?) 불펜 피칭을 안 하는 모습에 현지 언론은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고, 시즌 때는 1루로 전력 질주 하지 않자 독설이 잇따라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류현진은 실력과 성적으로 악조건을 이겨냈다. 한국인 왼손 투수가 클레이튼 커쇼, 잭 그레인키 뒤를 잇는 다저스의 3선발로 당당히 자리 잡은 것이다. 이후 류현진은 국내로 돌아와 “김병현 선배의 조언이 컸다. ‘네가 하던 대로 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말을 믿고 따른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첫 해를 돌아 봤다.

강정호도 마찬가지다. 조급할 이유가 없다. 한국에서 하던 대로 투수들의 공을 눈에 익히면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스몰마켓인 피츠버그는 이례적으로 올해를 포함해 4년 동안 1,600만 달러를 강정호에게 투자한다. 원 소속팀인 넥센에도 이미 이적료 개념으로 500만2,015 달러를 입금했다. 강정호가 마이너리그에서 시즌을 맞이할 일은 없고 충분한 기회가 주어질 것이라는 얘기다.

기술적으로도 류현진처럼 차츰 바꿔가면 된다. 류현진은 지구 라이벌 샌프란시스코만 만나면 고전하자 와인드업을 버리고 세트 포지션으로 공을 던지거나, 체인지업 투구시 일부러 팔각도를 떨어뜨리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해봤다. 작년에도 타점을 높게 해 빠른 슬라이더를 던지며 거포들에게 재미를 봤다.

강정호도 당장 레그킥을 버릴 이유가 없다. 유격수로는 사상 최초로 40홈런을 넘길 수 있던 첫 번째 이유가 레그킥에서 나오는 파워였기 때문이다. 다만 불리한 볼카운트였을 때는 변화가 필요해 보인다. 강정호도 이를 준비하고 있다.

강정호는 30일 애틀란타 전에서 레그킥을 사용해 타점을 올렸다. 7회 2사 2루에서 초구를, 9회 1사 2루에서는 2볼 이후 3구 째 직구를 잡아 당겨 왼쪽 담을 넘어가는 투런 아치를 그렸다.모두 유리한 카운트, 우리가 알던 강정호였다. 그리고 28일 미네소타 전에는 레그킥을 버린 채로 장타를 날렸다. 당시 6번 타자 유격수로 나선 그는 2회 첫 타석에서 다리를 들지 않고 타격을 했다. 방망이 중심에 제대로 걸린 타구는 중견수 키를 넘어 원 바운드로 담장을 때렸다. 앞으로 강정호가 불리한 카운트에서 어떻게 칠지, 중요한 힌트가 되는 장면이었다.

송재우 MBC SPORTS+ 해설위원은 “메이저리그에서도 레그킥으로 타격하는 선수가 꽤 많다. 나이가 들어 방망이 스피드가 떨어지면 레그킥을 문제 삼곤 하는데, 지금 강정호는 나이도 젊고 파워도 있다. 레그킥으로 한국에서 숱한 업적을 쌓은 선수”라며 “시범 경기 초반 안 맞으면서 전형적인 흔들기가 나왔다. 한국에서처럼 실투(높은 공)를 놓치지 않고 장타를 때리면 언론의 차가운 시선은 쏙 들어갈 것이다. 지금은 빅리그 투수들의 공을 눈으로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