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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마크 달고 뛰고 싶다"
출처:아시아경제|2015-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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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 선수 윌슨 로야나에 에루페(27ㆍ케냐)에게 대한민국은 희망이다. 서울, 경주 등에서 열린 네 차례 국제마라톤대회에서 우승했다. 그는 상금으로 케냐 서부 엘도렛에 집을 지어 임대사업을 한다. 2013년에 결혼해 딸도 얻었다. 그전까진 농부였다. 태어나고 자란 투루카나는 케냐에서 손꼽히는 빈민가. 물이 없어 구호단체들의 원조에 기대어 살아간다. 에루페 역시 도움을 받아 콩을 심고 가축을 길렀다. "먹고살기 위해 뭐든 했죠. 마라톤도 그렇게 시작했어요."

뜀박질은 세계 정상급이다. 2012년 서울국제마라톤대회에서 2시간5분37초로 대회신기록을 세웠다. 지난 15일 열린 서울국제마라톤대회에서도 2시간6분11초로 우승했다. 그는 깜짝 발언으로 모두를 놀라게 했다. "대한민국으로 귀화해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리우)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고 싶다." 즉흥적으로 꺼낸 말이 아니다. 3년 전부터 대한육상경기연맹과 이 문제를 논의했다. 오창석(53) 대한육상경기연맹 이사는 "2012년 서울국제마라톤대회에서 우승한 뒤 오동진(67) 육상연맹 회장의 동의를 얻어 귀화를 추진했다"고 했다.

귀화는 에루페가 지난 2013년 2월 23일 육상경기연맹(IAAF)의 금지약물 검사에서 양성반응을 보여 선수자격이 2년 동안 정지되는 바람에 지체됐다. 말라리아 예방접종주사를 잘못 맞아 생긴 일이었다. 오 이사는 "케냐에 번진 말라리아는 50여 가지다. 예방접종이 필수"라며 "제대로 변호를 받지 못해 최악의 결과가 나왔다"고 했다. 에루페는 "케냐육상연맹은 절망에 빠진 내게 아무 도움도 주지 않았다. 징계를 마치고 국제대회 참가 확인서를 받는 데만 2000달러(약 220만원)가 들었다"고 했다.

에루페는 엘도렛 고지대를 홀로 달리며 공백을 지웠다. 일주일에 두 번 엘리자 무타이(36ㆍ케냐) 코치도 만났다. 춘천마라톤대회를 4연패(2003년~2006년)한 무타이는 에루페의 기술코치다. 오 이사를 도와 케냐에서 유망주를 발굴해 육성한다. 에루페의 경기력이 변함없음을 확인한 세계적인 에이전시들은 징계가 끝나자 다투어 러브콜을 보냈다. 에루페는 모두 거절했다. "어려울 때 도와준 오 이사에게 은혜를 갚고 싶었어요."

대한민국으로 귀화한 마라톤 선수는 아직 없다. 최근 한국어 공부를 시작한 에루페는 ‘떼돈‘은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한국선수들과 비슷한 월급을 받으면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더 좋은 조건에서 훈련하면 세계기록에 도전할 수 있다"고 했다. 목표는 리우올림픽. 에루페는 "(리우는) 매우 더운 곳이라고 들었지만 문제없다. 나는 투루카나에서 자라 더위에 강하다"고 했다. 그는 "피부색도 자라온 환경도 다르지만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마음은 이곳 국민들과 같다. 리우에서 태극기를 정상에 올려놓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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