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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보물' 레일리, 개막전 선발 되기까지...
출처:스포츠조선|2015-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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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시작 전부터 ‘보물이 나타났다‘라는 평가를 들으며 큰 기대를 받고 있는 선수가 있다. 바로 롯데 자이언츠 외국인 투수 브룩스 레일리다. 거물급 투수 조쉬 린드블럼에 가려져 처음부터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시범경기 강력한 포스를 발산하며 결국 28일 열리는 kt 위즈와의 개막전 선발의 영예까지 안게 됐다. 레일리가 한국 데뷔 첫 해 부산 사직구장 개막전 투수로 낙점되기까지의 과정이 흥미로워 소개하고자 한다.

사실 롯데의 개막전 선발은 린드블럼이 유력했다. 아니, 더 정확히 표현하면 이종운 감독은 린드블럼으로 마음을 90% 이상 굳혔었다. 에이스 역할을 해달라고 많은 돈을 주고 데려온 투수. 당연히 개막전 등판으로 상징성을 표출해야 했다. 여기에 개막전 상대인 kt는 우타자 일색의 라인업이다. 아무래도 우완 정통파인 린드블럼이 유리하다. 롯데는 kt와의 2연전을 치른 후 다음 주중 LG 트윈스와의 3연전을 치르는데, 공교롭게도 LG는 강한 좌타자들이 많기에 좌투수인 레일리가 첫 경기 기선제압 의미로 등판할 예정이었다.

문제는 린드블럼의 컨디션, 그리고 지나친 자신감이었다. 지난 22일 NC 다이노스와의 시범경기 마지막 실전 등판에서 4이닝 4실점(3자책점)하며 부진했다. 150㎞에 이르는 빠른 직구는 좋았지만 지나치게 직구 승부를 고집하는 패턴이 문제였다. 그렇다고 그 직구가 상대에게 위압감을 줄 정도의 구위와 제구도 아니었다.

이 감독은 고심했다. 소위 말하는 ‘좌-우 놀이‘를 떠나 무조건 이겨야 하는 개막전에 어떤 투수가 어울리는지를 말이다. 그래서 23일 열린 미디어데이에서도 개막전 선발투수를 공개하지 못했다.

마지막 체크 포인트는 레일리의 등판 간격이었다. 레일리가 개막전에 던지면 4일을 쉬고 LG와의 3연전 마지막 경기에 다시 나설 수 있는데 이 스케줄이 괜찮은지, 무리가 따르는지 코칭스태프와 장고를 거듭했다. 그리고 레일리를 LG 3연전 마지막 경기에 다시 투입한다는 결론을 내고 개막전 선발로 낙점했다. 이렇게 되면 롯데는 당장 개막 5연전을 4명의 선발로 치르게 되는데, 이 감독은 홍성민을 이 5연전 동안 롱릴리프로 활용하고 그 다음 선발 로테이션부터 합류시킨다는 생각이다.

더 이전 얘기로 돌아가보자. 레일리가 한국, 그리고 부산에 오기까지의 과정이다. 사실 굉장히 험난한 과정이 있었다. 이 감독은 신임 감독이 된 후 도미니카공화국으로 날아갔다. 외국인 선수들을 직접 보고 판단하겠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운명처럼 레일리의 투구를 봤다. 한눈에 반했다. 이 감독은 확신이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구단에 레일리 영입을 요청했다. 하지만 구단은 처음에 난색을 표명했다. 미국 무대에서의 커리어가 너무 보잘 것 없었기 때문. 결국 이 감독이 설득에 나섰다. 이 감독은 "진짜 누구라도 납득할 만한 거물급 투수를 영입하는 것이 아니라면, 레일리로 가달라"라고 간곡히 요청했다. 결국 구단도 손을 들고 이 감독의 뜻을 받아들였다. 항간에는 최근 스카우트 코치로 영입된 사도스키가 레일리를 추천했다고 알려졌는데, 이는 잘못된 정보다. 이 감독이 레일리 영입을 끝내고 나서 사도스키는 롯데에 합류했다.

일단 이 감독의 안목은 정확했던 것으로 보인다. 단순히 시범경기 잘 던지고 성적이 좋아서가 아니다. 이 감독은 레일리 영입 당시 "볼끝이 매우 지저분하고 영리한 피칭을 한다. 주자를 내보내도 당황하지 않고 땅볼을 유도해 점수를 주지 않는 피칭이 인상적이었다"라고 했다. 진짜 그런 피칭을 한국에서도 하고 있다. 시범경기에서 뛰어난 병살 유도 능력을 자랑했다.

포수 강민호는 "타자 없이 그냥 던지는 공을 받는 것도 처음에 힘들었다. 공이 미트에 들어올 때까지 계속해서 흔들려 들어온다"라고 설명했다. 레일리는 투구 동작 시 오른발이 앞으로 더 나가 스리쿼터에 가까운 폼으로 던지는 투수인데, 좌타자가 볼 때는 죽을 맛이다. 자신의 등 뒤에서 공이 날아오는 느낌. 그런데 레일리는 거침없이 좌타자를 상대로 몸쪽공을 던진다. 움찔할 수밖에 없는 공 궤적이다. 강민호는 "좌타자가 레일리의 몸쪽공을 잘못 건드렸다가는 십중팔구 자신의 발목을 공으로 때릴 것"이라고 했다. 우타자를 상대로는 스트라이크존으로 오다 발목쪽으로 뚝 떨어지는 커브의 각이 일품이다.

레일리는 "감독이 당신을 직접 선택했다. 감독의 운명이 당신에게 달렸다"라는 농담섞인 질문에 "그만큼 믿음이 더 크다는 뜻 아니겠나. 정말 열심히 던지겠다"라고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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