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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시 "여성래퍼 역사 잇고 싶다"
- 출처:연합뉴스|2015-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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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넷 ‘언프리티 랩스타‘서 랩 실력·‘기 센 언니‘ 캐릭터로 화제
"육지담의 10년 후 기대돼…아이돌 지민도 무시 못할 래퍼"
"아이 엠 더(I‘m the) C.E.O, 나머지 애들은 다 병풍~ (중략) 나는 폭풍처럼 나타날 테니 우천에 대비해, 내 안에 화를 태워서 분위기를 태워, 뒤에서 떠드는 암캐들 역광을 태우지~."
여성 래퍼 제시(본명 호현주·27)가 비수 같은 랩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비트를 타는 플로우(소리 톤, 박자를 밀고 당기는 스타일 등 랩의 흐름)에, 스타일, 제스처까지 힙합 에너지가 뚝뚝 흘렀다.
지난 5일 방송된 엠넷 ‘언프리티 랩스타‘(Unpretty Rapstar) 2화에서다.
앞서 첫 미션에서 탈락해 감정이 격해있던 제시는 이날 "잠깐 할 얘기가 있다"며 프리스타일로 랩을 뱉었다.
프로듀서로 참여한 래퍼 지코는 놀란 표정으로 입을 ‘딱‘ 벌렸고 MC인 래퍼 산이는 ‘오~‘라며 감탄했다. 제시의 돌발 행동에 긴장한 여성 래퍼들도 절로 박수를 쳤다.
‘언프리티 랩스타‘는 여성 래퍼 컴필레이션(편집) 앨범 제작을 놓고 제시, 졸리브이, 치타, AOA의 지민, 타이미, 키썸, 릴샴, 육지담 등 8인의 래퍼들이 경쟁을 펼치는 힙합 프로그램이다.
독보적인 윤미래 외에는 여성 래퍼가 부재한 가요계 현실에서 신선한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특히 제시는 보컬리스트이면서도 걸출한 랩 실력, 솔직하다 못해 거친 입담, ‘기 센 언니‘ 캐릭터를 무기로 단연 이 프로그램이 발굴한 ‘에이스‘로 떠올랐다.
그가 치타, 강남과 함께 선보인 이 프로그램의 음원 ‘마이 타입‘(My Type)은 공개 15일째인 27일에도 멜론 차트 2위에 올라있다.
최근 인터뷰한 제시는 "2005년 그룹 업타운으로 데뷔해 올해로 10년이 됐는데 사람들이 이제 막 알아봐주고 칭찬해주신다"며 "상상도 못한 일이어서 진심으로 꿈만 같다"고 시원스레 웃었다.
다음은 제시와의 일문일답.
-- 데뷔 10년 만에 화제의 인물이 됐는데.
▲ 업타운을 하고서 힘들어 미국으로 돌아가 4년간 있었다. 다시 한국으로 와 2009년 ‘인생은 즐거워‘를 내고 또다시 4년간 미국에 있었다. 그땐 포기하고 싶었다. 어린 나이에 부모님과 떨어져 산데다, 사람들이 날 이해해주지 못하는 것도 힘들었다. 미국에서 공부하면서 나 자신을 찾으니 다시 음악이더라. 운명이라 여겼고 사람들이 나를 사랑해주지 않더라도 하고 싶었다. 그러니 지금의 호응은 생각지도 못했다.
-- 미국 뉴욕 출신으로 한국말도 서툴고 래퍼 출신도 아니어서 출연을 망설였을 것 같다.
▲ 태생적으로 래퍼가 아니었고, 국내 리얼리티 프로그램도 처음이어서 걱정됐고 긴장했다. 게다가 한국말도 서툴러 ‘어떻게 해야 하나‘란 고민도 있었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을 하면서 한국말이 많이 늘었다. 이 쇼가 도움이 됐다.
-- 남성보다 여성 래퍼의 존재감이 미비해 프로그램의 주목도가 높은데.
▲ 윤미래 선배는 레전드다. 한국에서 최고지 않나. 그런데 그 이후론 여성 래퍼의 역사가 없는 것 같다. 잘하는 여성 래퍼가 많지만, 기회가 없었던 만큼 (윤미래 선배의) 뒤를 잇고 싶어 나간 것이다. 육지담이 왠지 그런 가능성이 있다. 10년 후에 보면 무시무시한 래퍼가 될 것 같아 기대된다.
-- 방송에서 캐릭터가 세던데 ‘안티‘ 걱정은 안 되던가.
▲ 캐릭터를 잡으려 한 건 아니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솔직히 걱정이 좀 됐지만 가식으로 할 순 없었다. 또 데뷔 때보다 나이도 좀 먹었고 솔직한 내 성격을 보여줄 때도 된 것 같았다. 이 프로그램을 계속 보면 내가 화난 모습, 행복한 모습, 우는 모습을 다 볼 수 있을 것이다. 난 착한 면도 있는 여자다. 하하.
-- 거침없는 모습이 많이 보여 제작진이 ‘악마의 편집‘을 한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 내가 감정을 못 가려 표정 관리를 잘 못한다. 처음엔 서운했는데 크게 개의치 않는다.
-- 릴샴을 향해 "래퍼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치와와 같다"며 유독 공격하는 느낌이던데.(릴샴은 26일 방송된 4화에서 영구 탈락했다.)
▲ 나쁜 감정도 없고 전혀 안 미워한다. 하하. 당시 화가 난 상태였는데 나도 마음이 약해 그런 말을 하고도 마음이 안 좋았다. 그때의 감정이었을 뿐 릴샴과 자주 통화하고 문자도 한다. 내가 10년 만에 비로소 주목받은 것처럼 데뷔 4년차인 릴샴에게 "모두 때가 있는 것 같다"고 격려도 하는 사이다.
-- 여성들끼리 경쟁인데도 긴장감과 신경전이 팽팽하다. 경쟁자들을 평한다면.
▲ 누굴 이기기보다 모두 자신의 실력을 보여주러 나온 것이다. 8명의 색깔이 다 다르다. ‘잘한다, 못한다‘를 평가할 순 없지만 내 취향은 있다. 난 치타와 육지담의 랩 스타일이 좋다.
-- 지난해 엠넷 ‘쇼미더머니 3‘에 나왔던 육지담을 무척 칭찬하던데.
▲ 육지담은 아끼는 동생인데 ‘쇼미더머니 3‘ 당시 (구설에 올라) 힘들었을 텐데도 다시 용기 내 시작했다. 나보다 9살 어린 데 학교에 다니면서도 재치있는 가사를 쓴다. 열심히 하고 잘해서 자랑스럽다.
-- AOA의 지민은 아이돌이어서 처음엔 모두 평가절하하는 분위기였다.
▲ 아이돌이라고 무시하면 안 된다. 들어보지 않고 판단하는 건 위험하다. 솔직히 지민이의 랩을 들을 때마다 깜짝 놀란다. ‘비트를 던져주면 이만큼 할 것‘이란 예상이 있는데 늘 더 잘한다. 무시할 수 없는 래퍼이고 인정하는 부분이 있다. 사람을 첫눈에 판단하지 말란 말이 있듯이 난 아무도 처음부터 판단하지 않는다.
-- 미션의 랩 가사를 짧은 시간에 써야 해 스트레스가 엄청날 것 같다.
▲ 2화 때 선보인 (공격적인) 랩은 녹화 전 차에서 대기하며 썼다. 어떨 땐 6시간, 어떨 땐 하루를 줘 시간이 없어 빡빡하다. 한국말이 서툴러 쓰고 외우는데 시간이 걸린다. 그래도 생각보다 잘 나왔을 때는 정말 뿌듯하다.
-- 평소 좋아하는 여성 래퍼가 있다면.
▲ 윤미래 선배도 존경하고 해외 래퍼로는 로린 힐, 니키 미나즈 등의 음악을 즐겨 듣는다.
-- 현재 혼성그룹 럭키제이로 활동 중인데 이 프로그램을 계기로 래퍼로서의 활동이 더 두드러지는 건가.
▲ 래퍼로 앨범도 내고 싶지만 노래와 랩 모두 들려주고 싶다. 럭키제이가 좋은 건 다이내믹한 그룹이어서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린 보여줄 게 너무 많다. 앨범 준비도 차근차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