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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착한 감독' 전성시대, 앞으로 한달이 고비
- 출처:이데일리|2015-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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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적이 또 있었을까 싶을 정도다. 스프링캠프가 한창인 각 팀 별로 좋은 소식만 전해진다. 부상 선수들이 나온다는 아픈 이야기들도 있지만 분위기 하나 만은 최고라는 팀 들이 여기 저기서 손을 들고 있다.
스프링캠프는 원래 희망을 이야기하는 시기다. 하지만 그런 점을 감안하더라도 이번 캠프는 유독 희망적이다. 캠프 훈련 분위기가 좋다는 이야기가 줄을 잇는다. 우승 후보부터 꼴찌 유력팀까지 대부분 좋은 분위기 속에서 훈련이 진행되고 있다. 압박감이나 긴장감이 심하게 느껴지는 팀은 정말 얼마 되지 않는다.
전체적으로 신임 감독들이 ‘좋은 사람’이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가장 적절해 보인다. 한 베테랑 전임 감독은 “각 팀들이 새로 감독을 선임하며 성품이 좋은 사람들을 주로 뽑았다. 감독이 바뀌었다는 건 성적이 나빴다는 뜻인데, 그런 팀에 좋은 인품을 지닌 감독들이 가다보니 개혁이나 변화 보다는 안정감 위주로 팀을 꾸려가고 있는 듯 하다”고 분석했다.
김용희 SK 감독을 시작으로 이종운 롯데 감독, 김기태 KIA 감독, 김태형 두산 감독 등은 대표적으로 야구계에 적이 없는 스타일의 감독이다. 말 많고 편 가르기 좋아하는 야구판에서 그 정도 평판을 듣는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팀을 이끌어나가는 방식도 성품과 닮았다.
성적이 나빠 기가 죽어 있는 선수들에게 마음의 짐을 덜어주는 방식을 쓰고 있다. 여기 저기서 ‘감동’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자주 눈에 띄는 이유다.
그러나 감독이 언제까지 좋은 얼굴만 보여줄 수는 없다. 프로는 곧 경쟁이다. 지금은 40명 이상의 선수들이 모여 있지만 시범 경기에 접어들면 1차적으로 선수단 정리가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27명 개막 엔트리를 짜야 한다.
어제까지만 해도 세상에서 가장 좋은 사람이었던 감독이 하루 아침에 자신의 입지를 결정짓는 저승사자가 된다.
40대에 감독을 맡았던 또 다른 전임 감독은 “선수를 그만둔지 얼마 되지 않아 선수 마음을 잘 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엔트리를 짤 때는 전혀 달랐다. 감독과 선수 사이가 그렇게 먼 것이라는 걸 처음 느꼈다. 이후엔 어떻게 다가가야할지 솔직히 헷갈렸다. 결국 이도 저도 아닌 어정쩡한 사이로 감독을 그만두고 말았다”고 털어 놓앗다.
지금 감독들의 방식이 틀렸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사람 좋으면 꼴찌’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은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생각해 봐야 할 대목이다. 좋은 사람이 좋은 감독으로 오래 남지 못했다는 건 그 나름의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엔트리 문제는 가장 대표적 현안이다. 한정된 자원을 어떻게 배분하고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따라 성품이 아닌 성적이 갈린다. 이제 개막까지 한달 여. 착한 감독들의 전성 시대, 과연 그들이 솔로몬의 지혜를 발휘해 진짜 승부에서도 웃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