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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연아 없는 은반, 기대주에게 필요한 '애정'
- 출처:OSEN|2015-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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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방에서 열린 사대륙선수권대회에서 한국은 오랜만에 소외감을 느꼈다. 사대륙선수권대회 개최국이지만 포디움에는 단 한 명의 한국 선수도 없었고, 외신의 관심을 받는 선수도 없었다.
한국 취재진들은 마지막날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 경기가 끝난 후 기자회견장에서 둥글게 모여 라운드 인터뷰를 진행하는 일본 외신들을 바라보며 더이상 은반에 김연아(25)가 없다는 사실을 체감했다.
이번 대회에 출전한 남녀 여섯 명(아이스댄스 1팀) 중 가장 좋은 성적표를 받아든 이는 총점 163.75점(SP 53.47점, FS 110.28점)으로 종합 9위에 오른 박소연(18, 신목고)이다. 김해진(18, 과천고)은 11위(147.3점) 채송주(17, 화정고)는 13위(139.09점)로 대회를 마쳤다.
남자 싱글도 괄목할 만한 성적은 없었다. 김진서(19, 갑천고)는 프리스케이팅에서 자신의 개인 최고 점수(138.11점)을 받으며 총점 199.64점을 기록했으나 순위는 24명 중 15위였고, 이준형(19, 수리고)도 180.64점을 받아 18위에 머물렀다. 대회 첫 출전의 변세종(17, 화정고)은 154.20점으로 23위에 올랐다.
사대륙선수권대회는 피겨스케이팅에서 강세를 보이는 유럽을 제외한 아시아, 아프리카, 아메리카, 오세아니아 4개 대륙 선수들만 출전하는 만큼, 내심 좋은 성적을 기대했던 선수들도 풀이 죽었다. 국내에서 치르는 대회에 쏟아진 관심과 성적에 대한 기대는 어린 선수들에게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한국 피겨스케이팅의 역사는 짧지만은 않은 편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피겨스케이팅은 김연아 이전과 이후로 나뉠 수밖에 없다. 1968년 그레노블 동계올림픽에서 피겨스케이팅 종목에 첫 출전한 한국은 이후 꾸준히 선수를 파견했으나 이렇다할 성적을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불모지에서 피어난 김연아라는 꽃은 세계 정상에서 화려하게 꽃피었다. 박지성(34)과 함께 한국 스포츠를 대표하는 하나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했을 정도로, 김연아에게 쏟는 한국인들의 애정은 각별했다. 압도적인 실력으로 세계를 제패한 김연아는 한국의 자랑 그 자체였다.
떠나간 여왕에 대한 그리움은 클 수 밖에 없다. 피겨스케이팅이라는 종목을 관심있게 바라보기 시작한 많은 팬들은 어미오리를 찾는 아기오리들처럼, 눈에 각인된 김연아의 그림자를 쫓았다. 비단 팬뿐만이 아니다. 언론도, 연맹도, 그리고 나라 전체에 있어 피겨스케이팅은 곧 김연아였다.
때문에 김연아가 없는 은반을 보는 생소함은 많은 이들에게 일종의 상실감마저 안겨줬다. 많은 이들이 김연아의 뒤를 이을 선수가 없다는 사실을 걱정하고, 김연아처럼 압도적으로 세계 무대를 휘어잡을 선수가 탄생하기를 바란다. ‘포스트 김연아‘로 불리는 김연아 이후 세대들의 부담이 막중한 이유다.
이번 대회에서도 선수들의 발목을 잡은 것은 부담감과 긴장감이었다. 국제대회는 누구에게나 긴장되는 무대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한국에서 열리는 대회에 출전한 한국 선수들이 느끼는 긴장감은 오히려 어웨이보다 더 강렬했다.
‘김연아 키즈‘의 대표주자인 박소연은 "부담감은 물론 느끼지만 자신감을 잃지 말아야한다. 익숙해져야하는데 아직도 떨린다"고 털어놨고, 김해진도 "한국에서 열리는 국제대회라 잘하려 노력했지만 그만큼 긴장도 많이 됐다"고 이야기했다.
물론 긴장감을 극복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선수들의 몫이다. 이 정도 부담감은 견뎌내야 세계를 노릴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들은 아직 성장 중인 선수들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기대주‘. ‘유망주‘라는 말 하나하나에 김연아와 비교하는 지적이 빗발치고, 성적을 전하는 기사 밑에 노골적인 실망의 댓글이 주르륵 달리는 상황에서 선수들이 부담감을 털어내기를 바랄 수 있을까.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선수들이 계속해서 더 높은 곳을 향한 꿈을 꿀 수 있는 이유는 김연아라는 훌륭한 선배가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김연아라는 불세출의 목표를 쫓으며 성장해나가는 선수들에게 필요한 것은 따뜻한 애정이지 비교와 조소가 아니다. 우리는 이제, 1등이 아닌 한국 피겨스케이팅의 ‘지금‘을 그저 비관하기만 할 것이 아니라 앞으로를 향해 선수들을 애정으로 지켜보며 4년 후 평창, 그 이후의 미래를 만들어나가야할 중대한 기로에 서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