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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성용 있는데 굳이 4-2-3-1 써야 하나?
- 출처:축구전문가 박문성|2015-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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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웨이트전에 굳이 4-2-3-1을 써야 할까?
쿠웨이트전이 내일이다. 13일 화요일 오후 4시에 쿠웨이트와 싸운다. 2015아시안컵 조별리그 2차전으로 이기면 사실상의 8강 진출이다. 1차전 오만전 이은 연승으로 호주와 A조 1,2위 싸움만을 남겨둘 수 있다.
조별리그 마지막 상대 호주와 싸움을 앞두고 8강행을 확정해야 한다. 대회 개최국 호주전의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8강전 이후 토너먼트를 위해 힘의 안배가 필요하다. 만에 하나 쿠웨이트전을 승점 1점 이하 경기로 만들면 호주전 부담이 상당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쿠웨이트가 강한 상대는 아니다. 축구 전력을 수치로 나타내는 건 무리지만 여러 객관 지표상 우리에겐 어렵지 않은 상대다. 역대 상대 전적은 엇비슷하다. 21번 싸워 9승4무8패로 한국이 1승 앞서 있다. 하지만 2000년 아시안컵 본선 조별리그에서 패한 뒤로는 최근 5경기 4승1무 무패다. 최근 14년간 쿠웨이트에 진적이 없는 한국이다. 쿠웨이트는 FIFA 랭킹 125위로 69위인 한국에 한참 밀려있다. 쿠웨이트의 FIFA랭킹은 아시안컵 본선에 처음 나선 팔레스타인(115위)보다도 낮다. 1980년 자국에서 열린 아시안컵 우승과 1982년 월드컵 본선 진출 등 화려했던 시절이 있었지만 쿠웨이트가 2000년 이후엔 서아시아에서도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이라크 등에게 패권을 넘겨준 결과다.
쿠웨이트는 잡을 수 있는 상대지만, 문제는 골득실이다. 한국은 오만을 1-0으로 이겼다. 쿠웨이트는 호주에 1-4로 패했다. 한국과 호주는 나란히 1승을 챙겼지만 골득실에서 밀려 호주 1위, 한국 2위다. 물론 이번 대회는 승자승 원칙이 적용된다. 승점이 같으면 동률팀끼리 경기 결과를 따지는 승자승이 순위 구분의 기준이다. 승점이 같은 팀끼리의 맞대결에서 이긴 팀이 높은 순위에 오르는 방식이다. 맞대결 무승부로 승자승 원칙으로도 순위를 나눌 수 없다면 조별리그 전체 경기에서 기록한 골득실>다득점>(만약 동률 팀끼리 조별리그 최종전을 치르고 있었다면 그 자리에서 승부차기)>페어플레이 점수>추첨 순으로 순위를 따진다.
지독했던 이란과의 악연 되풀이해선 안 된다
한국으로선 좀 복잡하게 됐다. 쿠웨이트와의 경기에서 큰 점수 차로 승리해 2골 차로 벌어진 호주와의 골득실을 따라 잡지 못하면 조별리그 최종전 호주와의 경기에서 비겨서도 안 되고 이겨야지만 조1위로 올라갈 수 있게 된다. 한국이 속한 A조 1,2위는 8강에서 B조 1,2위와 크로스 토너먼트로 4강행을 결정한다. A조 1위와 B조 2위, B조 1위와 A조 2위가 싸우는 방식이다. A조 1위로 올라가야 B조 2위와 싸우는 것으로 상대적으로 수월한 팀과 경기를 할 수 있다. B조에는 우즈베키스탄과 중국, 북한, 사우디아라비아가 있다. 이 중 가장 껄끄러운 상대는 K리그에서도 재능을 인정받은 제파로프가 주장으로 뛰는 우즈베키스탄이다. 우즈베키스탄은 조별리그 1차전에서 복병 북한을 1-0으로 제압하며 유력한 조1위 후보임을 입증해 보였다. 한국이 8강에서 우즈베키스탄만 피한다면 4강까지 큰 무리 없이 치고 올라갈 수 있다. 또 호주전에서 쫓기지 않는 경기를 치러야 힘을 빼지 않을 수 있다. 그만큼 쿠웨이트전에서 대승한다면 전력 안배가 가능한 것이다.
한국이 근래 아시안컵 본선에서 우승하지 못하고 힘든 싸움을 이어온 여러 이유 중 하나는 지독했던 이란과의 8강 악연이 있었다. 한국은 1996년 대회를 시작으로 지난 대회까지 5번이나 연속해서 8강에서 이란을 만났다. 한국, 일본, 호주와 함께 이번 대회 우승후보로 꼽히는 이란과의 과거 5번이나 이어진 8강 승부로 한국은 매번 기진맥진한 상태로 4강전을 치러야 했다. 1996년엔 2-6 참패, 2004년엔 3-4패를 기록하기도 했지만 나머지 3번의 8강 승부에서는 모두 이겼는데 하지만 하나같이 연장 승부의 결과였다. 체력과 정신적 소모가 클 수밖에 없었다. 가장 가까운 2011년 대회만 하더라도 이란과의 8강전에서 연장전 끝에 승리하고 4강에 올랐지만 준결승에서 일본과 또다시 연장 승부를 펼치는 극심한 체력전 끝에 승부차기로 무너진 한국이었다.
아시안컵 본선은 20일 사이에 결승까지 쳤을 때 최대 6경기를 치러야 하는 빡빡한 일정이다. 3일 정도의 간격으로 경기를 계속 치러야 한다. 부상 관리와 함께 체력 안배가 결과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때 효과적인 로테이션을 구사하며 뛰어난 전술적 유연성을 보여준 우승팀 독일과 네이마르가 부상으로 빠진 이후 대체 전술을 찾지 못한 채 속절없이 무너졌던 브라질의 상반된 결과와 연결 지어 짚을 일이다.
4-3-3의 변형과 4-1-4-1의 전환
쿠웨이트전의 타깃은 두 가지다. 다득점을 통한 순위 선점과 대체 전술에 따른 전술 유연성의 획득이 그것이다. 당장 이청용, 조영철, 김창수가 부상 여파로 쿠웨이트전 출전 여부가 불투명하다. 1차전 오만 경기에서 입은 부상 때문이다. 다행히 세 선수 모두 부상이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슈틸리케 감독은 무리하다 부상이 악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오만전에 다친 선수들의 전력 복귀를 서둘지 않기로 했다. 대체 플랜이 필요하다. 월드컵이나 아시안컵 등 단기간 토너먼트 대회를 치르다보면 부상은 피할 수 없는 변수다. 줄일 수는 있지만 완벽히 피할 수는 없다. 한 선수가 여러 포지션을 보거나, 대회 엔트리를 한 포지션에 두 명의 선수를 뽑는 보통 23명으로 하는 것도 이러한 부상 변수 등의 대처 때문이다. 팀을 끌고 나가는 감독의 능력을 평가할 때 중요한 잣대가 되는 것도 이러한 대처 전술의 마련과 전술적 유연성의 실행이다.
포지션으로 보면 조영철 자리는 이근호, 이청용 포지션은 한교원, 김창수 위치는 차두리가 맡아 뛸 수 있다. 경험이 적은 한교원의 무게감이 아무래도 이청용에 비해선 부족하지만 자신의 강점과 특징이 또 분명한 선수다. 이청용의 빈자리로서가 아닌, 한교원 자신으로의 능력을 보여줄 수 있으면 된다. 차두리와 이근호는 언제든 선발로 뛸 수 있는 선수들로 무리가 없는 변화다.
부상 선수들을 대체하는 것에는 큰 무리가 없을 것 같은데 고민은 전술 형태와 공수 무게감을 여타의 경기들과 쿠웨이트전을 동일하게 가져갈 필요가 있느냐의 문제다. 슈틸리케 감독이 주로 쓴 포메이션은 4-2-3-1이다. 4-2-3-1은 미드필드에 공수 고리 역할(상대적으로 수비적 역할)을 하는 두 명의 MF를 두고 앞 선 2선 공격 3인 중 가운데에 공격형 미드필더(플레이메이커) 혹은 세컨드 스트라이커를 세우는 포메이션이다. 오만전으로 보자면 기성용과 박주호를 아래에 두고 구자철을 그 앞 선에 세운 형태였다. 이러한 4-2-3-1은 4-3-3의 변형 형태다. 공격과 수비의 균형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근래 전 세계적으로 많은 축구팀들이 활용한 포메이션이다. 슈틸리케 감독도 한국대표팀 부임 이후 치른 6경기 중 5경기를 한국영 등을 활용해 4-2-3-1 포메이션을 점검했다.
김진현은 왜 골키퍼 경쟁에서 김승규, 정성룡에 앞섰나?
익숙하고 또 강점이 많은 4-2-3-1이지만 쿠웨이트전에서도 이 포메이션을 유지할 지에 대해선 고민이 필요하다. 수비적으로 나설 쿠웨이트를 상대로 다득점을 노릴 한국의 주 포메이션으로는 적절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쿠웨이트가 호주전보다는 한국을 상대로 공격적으로 경기를 운영할 가능성이 있다. 호주에 1-4로 무너져 한국을 상대로 지킬 수만은 없게 됐기 때문이다. 쿠웨이트 입장에선 한국전에 승점을 추가하지 못하면 조별리그 마지막 승부도 치러보기 전에 대회를 마칠 수 있다.
쿠웨이트는 호주전에 스트라이커를 한 명도 선발로 세우지 않았다. 대신 벨기에와 체코리그를 경험한 공격형 미드필더이자 윙어인 압둘아지즈 미샨을 가짜 9번 자리에 올려놓고 수비하다 역공하는 형태로 경기를 끌고 나갔다. 그만큼 철저히 지키고자 했다. 후반 무너진 뒤에야 유세프 나세르와 바데르 알 모타와 같은 공격수를 투입했지만 한 번 뒤집어진 흐름을 바꾸지는 못했다. 한국 경기에선 한 때 잉글랜드 리그 진출을 시도했던 알 모타와나 체격 조건이 좋은 센터포워드 유세프 나세르를 선발로 내세워 호주전보다는 경기를 공격적으로 운영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쿠웨이트가 공격적으로 나선다 하더라도 그것은 호주전과 비교한 상대적 흐름이지 한국을 상대로 전면적인 공격 축구로의 전환은 예상하기 힘들다. 쿠웨이트가 한 두 명의 공격수는 더해 한국전에 나서겠지만 전술 무게 중심은 여전히 수비에 가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은 예상대로라면 우리가 굳이 수비 쪽에 불필요한 인원을 많이 남겨 놓은 채 쿠웨이트전을 치를 이유는 없다. 기본적으로 수비는 공격에 비해 숫자적 우위에 있어야 한다. 하지만 그 수가 너무 많으면 미드필드와 공격 등 다른 지역에서 숫자가 부족해 밀리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골키퍼가 후방 패스 플레이에 참가하면 미드필드 지역 숫자 싸움에서 유리한 흐름을 가져갈 수 있는 것과 반대의 경우다. 미드필더 한 명이 아래로 내려가 수비수들과 패스 플레이를 해줘야 할 것을 골키퍼가 대신 해주면 미드필드엔 한 명의 선수가 더 있는 효과가 가능한 것이다. 한국대표팀 골키퍼 경쟁에서 김진현이 김승규와 정성룡에 앞선 이유 중 하나기도 하다. 꼭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지만 공격에 비해 수비 숫자는 1,2명 많으면 큰 문제가 없다. 수비라인 앞에서 효과적으로 끊어 줄 수만 있다면 숫자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쿠웨이트의 공격수가 절대적으로 적다면 이에 맞설 한국으로선 선수 배열과 배치를 좀 더 공세적이며 효과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 쿠웨이트가 전방에 세울 공격수는 한 명, 많아야 두 명을 넘지 않을 것이다. 이 정도의 규모라면 이를 상대할 한국대표팀으로선 뒤로 물러나 수비 쪽에 많은 숫자를 둘 이유가 없다. 앞선 상대 진영에서부터 강하게 압박하고 끊어내는 공격적인 수비를 하는 동시에 상대의 공을 잘라 상대 수비 진영이 갖춰지기 전에 슈팅을 때리는 밀집 수비를 깨기 위한 공세적 전술 운영이 필요하다. 전방 압박과 역습의 재역습이다.
시도된 적 없었던 남태희+구자철의 공존
형태적으로는 4-2-3-1에서 4-1-4-1 포메이션으로의 전환이다. 4-1-4-1이 경기 흐름에 따라 공격과 수비 전 영역에서 숫자 싸움을 유리하게 가져갈 수 있는 효과적인 포메이션이지만 실제 쓰기는 어려운 이유는 혼자서 공격과 수비를 조율하고 통제해야 하는 중앙 미드필더 ‘1’과 경기 흐름에 따라 앞뒤좌우로 간격을 좁히고 효과적으로 흔들어줘야 하는 공격 2선 ‘4’의 역할을 맡을 존재 때문이다. 개인의 능력은 물론 호흡과 조합 면에서도 상당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야 맡을 수 있는 역할로 적임자를 찾기가 쉽지 않은 일이다. 우리가 월드컵 혹은 세계적 강팀과의 싸움을 앞두고 있다면 고민을 달리할 문제지만, 아시아권 대회에서 그것도 쿠웨이트를 상대하는 것이라면 공격적인 4-1-4-1 포메이션의 운영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또 이 포메이션에서 결코 쉽지 않은 중앙 미드필더 ‘1’의 문제는 기성용의 능력과 존재감이라면 충분히 풀어낼 만하다. 클래스가 다른 중원 통제력과 전방위 패스 능력을 갖춘 기성용의 능력은 후방 플레이메이커이자 홀딩 미드필더 모두를 소화해야 하는 ‘1’의 자리에 활용될 수 있다. 슈틸리케 감독은 지난해 11월 요르단과의 원정 평가전에 4-1-4-1 포메이션을 쓴 적이 있다. 전반전에 한국영을 중앙 미드필더 ‘1’의 자리에 두고 4-1-4-1 포메이션을 점검했는데 수비적인 영역에서는 문제없었지만 전방으로 뿌려주는 패스 줄기가 막히면서 미완의 시도로 끝나고 말았다. 당시 기성용은 뛰지 않았다. 기성용이 뛸 수 있는 이번은 사정이 다른 것이다.
4-1-4-1 포메이션을 고려해 볼 또 하나의 이유는 구자철과 남태희 공존의 실험이다. 슈틸리케 감독 부임 이후 구자철과 남태희는 한 번도 함께 경기에 나선 적이 없다. 구자철이 부상으로 대표팀에 들어오지 못했거나 남태희와 구자철이 맞교체로 경기장에 들어가거나 나오면서 동시에 필드를 밟은 시간이 없었다. 주 포지션과 역할이 겹친데 따른 흐름이었다.
구자철은 오만전을 통해 자신감을 끌어올렸다. 최전방 스트라이커 고민을 안고 있는 대표팀의 문제를 떠올리면 구자철의 자신감 회복은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아쉬운 건 남태희의 결장이다. 최근 대표팀 경기에서 꾸준한 모습을 보여주었던 남태희가 오만전에 뛰지 못한 건 아쉬운 일이다. 남태희가 과거처럼 측면으로 빠져 이청용의 자리를 대체할 수도 있지만 주 포지션인 세컨드 스트라이커 자리에 들어간다면 구자철과 포지션이 또 다시 겹친다. 현재로선 두 선수 중 누굴 빼고 누굴 뛰게 하는 건 힘든 결정이다. 선수 개인을 위해 팀을 조정하는 건 무리한 일이지만, 쿠웨이트전을 다득점 경기로 만들어야 하고 또 이를 위해 공격적 선수 배치를 한다면 구자철과 남태희의 동시 투입은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둘이 동시에 투입된다면 형태적으로는 손흥민과 한교원을 측면으로 벌려 세운 뒤 구자철과 남태희를 가운데 배치하는 4-1-4-1 포메이션이 가능하다. 구자철과 남태희가 동시 투입된다면 공격과 수비의 균형을 위해 상대적으로 시야와 패싱 능력이 좋은 구자철은 약간 아래서 공을 연결하고, 드리블과 스피드가 뛰어난 남태희는 위쪽에서 2대1 돌파와 개인 침투를 시도하는 그림이다.
남태희와 구자철의 공존은 손흥민과 제로톱의 고민을 풀 수 있는 실험적인 열쇠가 될 수도 있다. 제로톱은 공격수 개인의 움직임, 공격수끼리의 스위칭, 타깃이 아닌 움직이는 공격수를 보면서 2선 아래에서 넣어주는 절묘한 타이밍의 전진 패스 등이 하나로 결합하지 않으면 성공하기 어려운 전술이다. 제로톱이 쉬지 않고 주고 움직이는 패스 앤드 무브를 기본으로 하기 때문에 쉽지 않은 것이다. 손흥민이 소속팀과는 달리 대표팀에서의 골이 적은 건 동료 공격수들과의 호흡과 연계의 문제가 있다. 오만전에서 나타난 문제기도 했다. 특히 손흥민의 스피드와 돌파, 슈팅의 탁월한 재능이 극대화되기 위해서는 동료 공격수를 가까이 두고 2대1를 칠 수 있는 거리 유지, 돌파를 시도할 수 있도록 주위에서 수비수를 달고 도망가 공간을 만들어주는 플레이, 수비 배후로 빠져 들어갈 때 패스를 넣어 주는 공격 2선의 도움이 전제돼야 하는데 거리 유지와 공간 확보, 공격 2선의 패스라는 측면에서도 구자철과 남태희의 공존은 점검해볼 전술적 가치가 충분한 선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