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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韓축구, '박주영 바라기'는 끝났다
- 출처:조이뉴스24|2014-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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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5년 6월3일, 2006 독일월드컵을 앞두고 가진 우즈베키스탄과의 월드컵 예선. 이날 한국 축구의 미래라 불린, 스타 한 명이 탄생했다.
박주영이었다. 이 경기는 박주영의 성인 국가대표 데뷔전이었다. 그리고 박주영은 A매치 데뷔전에서 데뷔골을 넣으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후 박주영은 2006년 독일 월드컵 최종엔트리에 발탁돼 월드컵과의 인연을 시작했다.
강렬했던 박주영의 A대표팀의 시작, 하지만 독일 월드컵이 끝난 후 박주영은 대표팀에서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다. 2006년 8월 대만과의 아시안컵 예선을 마지막으로 박주영은 오랫동안 대표팀의 부름을 받지 못했다. 2007 아시안컵 본선에도 경쟁에서 밀려 출전하지 못했다. 박주영은 한국 축구대표팀 공격수 유망주 정도로 평가됐다.
그런데 2008년부터 흐름이 바뀌었다. 2008년 1월 다시 대표팀의 부름을 받은 박주영, 이후 한국 대표팀 공격수 부문에는 ‘박주영의 시대‘가 도래하게 된다. 박주영의 경쟁자는 없었고, 박주영은 독보적인 존재감과 영향력을 대표팀에서 발휘하게 됐다. 특히 2008년 9월 FC서울에서 프랑스 AS모나코로 이적하면서, 유럽파 프리미엄이 붙은 박주영의 앞에 장애물은 없었다.
박주영은 꾸준히 대표팀에 발탁되며 한국 대표팀 공격수의 ‘간판‘으로 자리잡았고, 2010 남아공 월드컵에도 출전하게 된다. 월드컵 2회 연속 출전이었다. 한국의 사상 첫 원정 16강에 박주영은 큰 공헌을 했다. 그리고 2011 카타르 아시안컵에도 한국 대표팀의 간판 공격수로 나서려 했지만, 부상으로 출전하지 못했다.
분명 ‘박주영의 시대‘였다. 이 때까지만 하더라도 박주영이 한국 대표팀 간판 공격수로 중용되는 것에 그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었다. 박주영은 최고의 흐름을 이어갔고, 박주영을 위협할 만한 경쟁자는 등장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대표팀 감독은 누구라도 공격수 1순위로 박주영을 꼽았다. 부상이 아니라면 박주영이 뽑히지 않는 일은 없었다. 박주영은 한국 최고의 공격수였다. 당연한 현상이었다.
문제는 2011년부터 시작됐다. 2011년 8월 박주영이 AS모나코에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명가‘ 아스널로 이적하면서 박주영의 재앙은 시작됐다. 명문클럽 입성에 처음에는 팬들 모두가 환호했다. 하지만 박주영은 아스널이라는 높은 벽을 실감해야 했고, 팀내 주전경쟁에서 밀려나며 경기에서 제외됐다. 박주영은 경기에 뛰지 못하면서 감각과 결정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박주영의 상황은 이렇게 달라졌는데 한국 축구가 박주영을 바라보는 시각은 달라지지 않았다. 워낙 특출한 재능의 선수였기에 박주영을 향한 기대감은 그의 현재 상황에 개의치 않았다. 다른 그 어떤 선수들보다 기대감은 오히려 더 컸다. 박주영을 이을 만한 제대로 된 공격수가 등장하지 않았다는 것도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만들었다.
소속팀 경기에 뛰지 못하는 박주영, 그래도 박주영이기에 대표팀 감독들은 박주영을 대표팀으로 불러 들였다. 박주영에 대해서만은 다른 선수들과 ‘다른 기준‘으로 평가했다. 다른 선수들이 가지지 못한 능력이 있다며 박주영의 손을 잡았다. 박주영의 공백을 메울 만한 다른 공격수가 나타나지 않는다며, 차라리 박주영이 낫다며 계속 태극마크를 달아줬다.
현재 상황보다 예전의 명성을 바라봤던 것이다. 지금의 하락세보다 박주영이기에 다시 예전 기량을 되찾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먼저였다. 막연한 기대감, 일종의 ‘박주영 바라기‘였다.
부족한 공격력과 자원을 다른 곳에서 해결하려는 노력보다 박주영이라는 존재감에 의존하려 한 것이다. 분명 박주영의 시대가 끝났음을 감지하고 있는데도 ‘박주영 바라기‘를 멈추지 않았다. 부진하다가도 소속팀에서 1골만 넣으면 ‘역시 박주영‘이라며 찬사가 쏟아졌다. 그리고 소속팀에서 부진하더라도 대표팀에 와서는 어느 정도 역할을 한 것이 더 큰 함정으로 빠져들게 만들었다.
결국 멈추지 않았던 ‘박주영 바라기‘는 큰 탈이 났다. 2014 브라질 월드컵이 ‘박주영 바라기‘로 인한 악몽의 최고봉이었다. 당시 홍명보 대표팀 감독은 소속팀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박주영을 브라질 월드컵 대표팀 최종엔트리에 발탁했다. 큰 논란 속에 박주영은 세 번째 월드컵에 출전했다. 컨디션이 떨어져 있는 그에게 특별 개인 훈련까지 시키면서 부활을 바랐지만, 결과는 처참한 실패였다. 박주영은 브라질 월드컵 본선 2경기에 나서 슈팅 1개에 그쳤다.
브라질 월드컵에서 홍명보호 실패의 결정적 요인이 바로 ‘박주영 바라기‘였다. 박주영이라면 현재 상황과 상관 없이 무언가 해줄 거라는 막연한 기대감을 가졌다. 박주영의 지금은 보지 않고 과거만 본 것이다. ‘천하‘의 박주영이라고 해도 소속팀 경기에 나서지 못한다면, 꾸준히 경기에 나서며 좋은 활약을 하는 다른 일반적인 선수보다 못하다는 것을, 월드컵이라는 큰 대회를 통해 한국 축구는 배워야 했다. 뼈아픈 교훈이었다.
그런데 이제 한국 축구에 ‘박주영 바라기‘는 끝났다.
브라질 월드컵 후 박주영은 새로운 소속팀을 찾아 나섰고, 알 샤밥으로 이적하며 부활의 신호탄을 쐈다. 얄 샤밥 데뷔전에서 데뷔골을 넣으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하지만 여기까지였다. 이후 박주영은 6경기 연속 침묵했다. 울리 슈틸리케 한국 대표팀 감독이 요르단-이란 원정 평가전에 직접 박주영을 불러 테스트했다.
분명한 것은 박주영이 브라질 월드컵 때와는 상황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골을 넣지 못하고 있지만 꾸준히 소속팀 경기에 뛰고 있었다. 꾸준한 출전은 지금 상황을 대신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박주영은 경기에 뛰는데는 전혀 문제가 없는, 정상적인 컨디션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다.
이런 상황에서, 그것도 아시안컵이라는 큰 대회를 앞두고 있는 현실에서, 박주영이라는 카드를 저버릴 수 있는 한국 대표팀 감독이 몇이나 될 것인가. 박주영은 그만큼 매력적인 카드다. 큰 대회 경험, 국제적 경험은 현역 한국 선수 중 1등인 선수다. 그런데 슈틸리케 감독은 22일 발표한 아시안컵 최종엔트리에서 박주영을 제외시켰다.
슈틸리케 감독의 ‘파격적 선택‘이다. 한국 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하면서 ‘제로베이스‘에서 시작하겠다고 공언한 슈틸리케 감독이었다. 과거의 명성을 빼고 제로베이스에서 보면 박주영의 지금은 대표팀 다른 공격수들보다는 떨어진다. 슈틸리케 감독은 과거가 아닌 현재를 본 것이다. 즉 슈틸리케 감독이, 한국 축구가 박주영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시작한 것이다.
슈틸리케 감독으로 인해 한국 축구에 ‘박주영 바라기‘는 끝났다. 박주영도 다시 대표팀에 오기 위해서는 제로베이스에서 자신의 능력을 어필해야 한다. 과거의 명성으로 대표팀에 선발되는 일은 이제 없어졌다. 현재 자신의 진가를 증명해야만 한다. 박주영도 이제 검증을 받아야만 대표팀에 들어올 수 있게, 대표팀은 변했다.
이는 곧 대표팀은 이름값이 아닌, 유럽파 프리미엄이 아닌 현재 실력과 상태로 발탁한다는 원칙, 철학, 방향을 정한 것이다. 또 박주영에 의존하기보다 차라리 새로운 대안을 찾겠다는, 이전에 없었던 신선한 시도가 이뤄졌다. 공정해진 것이고, 올바른 과정인 것이고, 결과보다는 과정을 우선시 한 것이다. 슈틸리케 감독의 파격적 선택이 뜨거운 박수를 받아야 할 이유다.
슈틸리케 감독은 "감독으로서 박주영을 소집하는 것이 더 수월한 결정일 수 있다. 경험이 풍부한 박주영이 큰 대회에 출전 기회를 받았을 때 더 큰 책임감이 부여될 것이다. 그런데 경험이 전무한 이정협을 뽑았다. A매치 경험도 전무하지만 소속팀에서도 선발이 아닌 후보로 출전한 선수다"라며 큰 고민 끝에 박주영을 제외하고 이정협을 대표팀 공격수로 선발했다고 밝혔다.
이정협의 손을 잡은 것은 확신이 있어서였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정협은 K리그 경기를 통해서 확인했고, 제주 전지훈련에서도 확인했다. 이정협은 내가 찾았던 전형적인 타깃형 스트라이커 역할을 해줄 것이다. 이정협이 경기에 출전을 해서 어떤 모습을 보여주는지에 대한 책임은 나에게 있다"며 책임도 본인이 지겠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국민들과 축구팬들이 슈틸리케 감독의 파격적 선택에 열렬히 지지를 보내고 있다. 이는 박주영이 싫어서도, 이정협이 좋아서도 아니다. 공정한 기준에서 공정한 선발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지난 브라질 월드컵에서 국민들은 1무2패, 16강 진출 실패라는 성적보다 박주영 논란을 포함한 대표팀의 일부 뒤틀린 과정에 가장 분노했다. 이렇게 실망하고 아파했던 부분을, 슈틸리케 감독이 따뜻하고 깨끗하게 어루만져줬기 때문에 축구팬들이 열광할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브라질 월드컵 이후 붕괴된 한국대표팀이 다시 국민과 하나 된 국가대표팀으로서 출항을 알렸다. 달라진 배경과 분위기에서 태극전사들이 또 하나의 메이저대회에 나선다.
이런 과정을 거치며 시작된 슈틸리케호의 아시안컵은 분명 끝날 때도 뜨거운 박수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성적과는 별개의 문제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