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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경 이겨낸 총잡이 다음과녁 리우
- 출처: 조선일보|2014-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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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女 10m 공기권총 세계 2위 정지혜
부상으로 육상 꿈 접고 대상포진에 합병증 겹쳐 사격마저 포기 "왜 내게…
-두 번 좌절에도… 다시 방아쇠
강아지 키우면서 희망 얻어… 올 세계선수권서 사상 첫金
정지혜(25·부산시청)는 올해 인생의 ‘반전 드라마‘를 썼다.
지난 9월 4년 만에 출전한 국제대회였던 스페인 그라나다 세계선수권 여자 사격 10m 공기권총에서 금메달을 땄고, 같은 달 열린 인천아시안게임에서는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세계선수권 10m 공기권총 금메달은 한국 여자 사격 사상 처음이었다. 정지혜는 11월 현재 올레나 코체브이크(우크라이나)에 이어 ISSF(국제사격연맹) 10m 공기권총 세계랭킹 2위다.
지난달 말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만난 정지혜는 "세계랭킹 2위도 생애 처음이지만 내년엔 공기권총 세계 정상에 서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 여자 권총은 김장미(우리은행)가 25m에서 런던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는 등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10m는 그동안 세계적 수준과는 거리가 있었다. 올림픽에서 아직 메달을 따낸 적도 없다.
정지혜는 두 번의 좌절을 딛고 지금의 위치까지 올라섰다.
인천 문학초등학교 시절엔 육상 트랙 단거리 선수였다. 하지만 인천여중 1학년 때 훈련 도중 오른쪽 아킬레스건 부상을 입어 육상의 꿈을 접었다. 첫 번째 시련이었다.
운동을 그만두며 1학년 2학기에 전학 간 관교여중에서 뜻하지 않게 사격 선수의 길을 걷게 된다. 전학 직후 치른 체력장에서 남다른 운동신경을 보였는데, 이를 본 사격부 감독이 10m 공기권총 5발을 쏴보라고 시켰다. 결과는 모두 10점 이상(10.9점 만점)이었다.
고요하면서도 폭발적인 사격의 매력에 빠진 그는 입문을 결심했다. 부모님이 반대하자 안방 화장대 서랍에 있던 부모님의 도장을 훔쳐 선수 등록을 할 정도로 적극적이었다. 정지혜는 "원래 하나에 꽂히면 어떻게든 해버리는 성격"이라고 했다.
그는 국내 대회는 여러 차례 우승한 유망주였다. 하지만 국제대회는 올해 전까지 5위(2010년 시드니월드컵)가 최고였다. 2011년 11월, 인생 최대이자 두 번째 시련이 찾아왔다. 몇 달 전 발병했던 대상포진에 위경련 등 합병증이 왔다. 대상포진은 몸에 잠복해 있던 수두 바이러스가 면역력이 떨어진 틈을 타 생기는 병이다. 등에서부터 시작된 붉은반점이 가슴까지 덮칠 정도였다. 사대(射臺)에 제대로 서 있기도 힘들었던 정지혜는 소속팀(기업은행)을 떠났다.
사격을 그만둔 정지혜는 석 달가량 온종일 집에 틀어박혀 TV만 봤다. "나에게 왜 이런 일이 생겨 사격을 그만둬야 하나"라는 생각에 밤마다 눈물을 흘렸다. 지인의 연락도 받지 않았다. 그의 부모님도 무슨 일이 생길까 봐 외출하지 못할 정도였다고 한다.
어두웠던 정지혜를 밝게 만든 건 부모님이 데려온 강아지 ‘초코‘였다. 자신을 따르는 강아지를 보며 삶의 희망을 얻었고, 함께 산책도 나가면서 외출하기 시작했다. 서서히 몸이 나아진 정지혜는 한 스포츠 의류기업 판매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세상을 대하는 법을 다시 배웠다. 그러던 중 기업은행 소속 시절 동료이자 선배였던 김병희(당시 서울시청)에게 ‘다시 해보자‘는 연락을 받았다. 2012년 5월 서울시청에 입단하면서 다시 총을 잡았다.
정지혜는 "예전에는 나보다는 주변을 의식해서 운동을 했다"며 "병을 극복하고 난 후엔 제 행복을 위해 총을 쏜다는 생각으로 바뀌었고 성적도 더 좋아졌다"고 말했다.
복귀 1개월 만인 2012년 6월 열린 한화회장배 사격대회 10m 공기권총에서 개인전 2위를 했고, 단체전에선 동료들과 함께 우승했다. 올해 6차례 나눠 열린 국가대표 선발전에서는 김장미(우리은행), 오민경(기업은행)에 이어 종합 3위로 태극마크를 달았다.
세계선수권에서는 본선에서 결선 진출 커트라인인 8위를 했는데, 결선에서는 1위를 하며 금메달을 땄다. 지난해부터 국제사격연맹이 바꾼 결선 규정이 정지혜에겐 유리하다. 과거엔 본선에 결선 점수를 합쳐 순위를 가렸는데, 새 규정에서는 본선 성적과 관계없이 결선 성적으로만 순위를 매긴다.
올겨울 웨이트트레이닝과 등산으로 체력을 끌어올리겠다는 정지혜는 눈빛을 반짝이며 말했다. "제가 세계선수권에서 따낸 올림픽 쿼터로 2016 리우올림픽에 나가서 금메달을 따고 싶어요. 첫 올림픽 무대가 벌써 설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