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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선수 착하고 순진해 문제"
- 출처:풋볼리스트|2014-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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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현상에 대해 가장 의미 있는 평가를 할 수 있는 사람은 누굴까. 정답은 없지만, 외부인의 시선으로 내부를 구석구석 들여다보는 사람이라면 다양한 시각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안톤 두 샤트니에(55) 전 대표팀 코치가 그런 위치에 있었다.
‘2014 브라질월드컵’을 앞두고 홍명보 감독은 안지에서 함께 일했던 샤트니에를 코치로 영입했다. 상대의 전력 분석과 전략 수립을 위한다는 목적이었다. 유럽에서 뛰는 선수를 가까운 거리에서 관리하겠다는 의지도 있었다. 샤트니에는 ‘2014 브라질월드컵’을 위한 특별 스태프였다. 그러나 한국은 성공하지 못했다. 그가 잘 분석했다는 러시아전이 그나마 유일한 승점(1-1 무)을 가져오긴 했지만, 나머지 두 경기에서 패배한 한국은 조별리그 통과에 실패했다.
월드컵이 실패로 끝나면서 대표팀 전반에 대한 불신이 나왔다. 홍명보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와 선수에 이르기까지 논란에 휩싸이지 않은 부분이 없었다. 홍명보 감독은 ‘월드컵 준비 기간에 땅을 보러 다녔다’며 비난 받기도 했다. 샤트니에가 과연 제대로 역할을 했는지, 이케다 세이고가 세운 피지컬 전략은 제대로였는지, 황열병 주사 때문에 대표팀이 위기를 겪었는지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물론 당사자들은 말이 없었다.
‘풋볼리스트’가 이달 초 샤트니에 코치의 고향 네덜란드 위트레흐트를 찾았다. 우리는 그를 찾아 수많은 논란에 대한 진실과 한국이 월드컵에서 왜 실패했는지를 물었다. ‘숨겨진 진실’은 없었다. 그는 구체적인 문제를 지적하지 않았다. 대신 한국 축구의 근본적 문화가 대회에 맞지 않았다고 했다. 어쩌면 진부한 말이지만, 그의 설명을 천천히 들어보면 오랫동안 이어져온 한국축구의 문화 그리고 맨 얼굴을 만날 수 있다.
아래는 샤트니에와의 인터뷰 전문.
오랜만이다. 한국을 떠난 뒤 어떻게 지냈나?
“일단 휴식을 취했다. 아내와 2주 동안 스페인에서 쉰 뒤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경기를 봤다. 취직 제의도 받았는데 인도슈퍼리그에서 4개월 동안 일해달라는 이야기였다. 인도가 너무 멀고 그리 끌리지 않아 거절했다. 그 외에도 몇몇 제의가 있었지만 지금은 조용히 쉬고 있다. 한국에서 인연을 맺은 미스터 홍(명보), (이케다) 세이고 상, 몇몇 선수들과는 지금도 연락을 주고 받는다.”
지난 1월 대표팀에 합류한 뒤, 당신이 처음 화제를 모은 건 박지성을 언급해서였다. 홍 감독이 박지성을 만날 때 같이 있었다는 기사도 있었다
"아니, 홍 감독은 박지성과 둘이 직접 만났다. 박지성은 처음엔 대표팀 합류를 원했다. 얼마 뒤 홍 감독과 저녁을 먹는데 박지성에게 전화가 와서 대표팀에 합류할 수 없다고 했던 것이 기억난다. 박지성은 무릎 부상으로 고생한 것 때문에 월드컵에서 100%를 발휘할 수 없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한국은 어떤 나라로 기억되나
"유럽과 문화가 아주 다르다. 선수들은 아주 순수하고, 착하다. 바로 그게 한국의 가장 큰 문제였다고 생각한다. 월드컵에선 더 강한 상대를 만나기 마련인데 착한 축구만 해서는 이길 수 없다. 알제리전을 예로 들어보자. 두 명의 중앙 수비수 사이에 상대 공격수가 들어왔는데, 그럴 땐 걷어차서라도 막아야 한다. 한국은 그러지 않아서 첫 골을 실점했다. 너무 착하다는 것이 한국 대표팀의 가장 큰 문제다."
너무 깔끔하게만 플레이하는 것이 한국의 문제였다는 건데
“월드컵에서 오른쪽 수비를 맡은 이용보다 오른쪽 센터백 홍정호가 더 어렸다. 이용이 홍정호에게 두세 번 나쁜 패스를 하는 걸 봤다. 그런데 홍정호는 아무 말도 안하더라. 그 역시 대표 경험이 많은 선수인데도. 유럽에선 이러지 않는다. 나쁜 패스가 오면 “이봐, 뭐하는 거야?”라고 물어본다. 소리를 지를 수도 있다. 그게 큰 차이다.”
정신적인 부분이 가장 중요하다는 의견인 것 같다
“한국이 또 월드컵에 나가고 싶다면, 문화가 조금 유럽식으로 바뀌어야 한다. 거스 히딩크 감독이 한국 시절 가장 중요하게 싸운 것도 이 점이었다고 한다. 종종 상대를 ‘죽여버려야’ 될 필요가 있다. 한국은 월드컵에서 약체였다. 알제리는 체격, 벨기에는 기술 면에서 한국을 앞섰다. 선수들이 순진한 것 자체는 한국의 문화이므로 비판하고 싶진 않지만, 경기장 안에서만큼은 때로 치사해질 필요도 있다. 유럽에서 뛰는 선수들이 변화를 주도해야 할 텐데, 대표팀에 오면 똑같아지더라.”
당신은 ‘상대국들에 대한 정보가 많은 분석 전문가’로 소개되곤 했다. 실제 업무도 이와 같았나
“분석이 내 일이었다. 러시아 클럽 안지에서 일한 적 있기 때문에 러시아는 쉬웠고, 벨기에도 내 집에서 차로 갈 수 있는 가까운 거리다. 알제리는 조금 분석이 힘들어서 내 친구를 보냈다. 러시아와 벨기에는 현장에서 여러 번 관전했고, 알제리는 15개의 DVD를 봤다. 그리고 계속 경기에 대한 분석 영상을 만들어 홍 감독에게 보냈다. 코칭 스태프와 함께 영상을 보며 의견을 내는 것도 내 일이었다. 매일 영상을 보고, 감아서 또 보고, 또 봤다. 때론 새벽 2시 넘어서까지 이어졌다.”
그 결과가 각 경기마다 다양한 준비로 이어졌나?
“러시아, 알제리, 벨기에 상대로 모두 다른 영상을 만들어 이를 토대로 준비했다. 상대가 어떻게 공격하고, 수비하고, 공수를 전환하는지 봤다. 예를 들어 벨기에전을 앞두고는 에덴 아자르, 로멜로 루카쿠의 공격 스타일과 악셀 비첼, 마루안 펠라이니의 미드필드 스타일을 봤다. 상대팀의 모든 걸 다 분석해서 선수들에게 전달했다. 선수들과 개별적으로 대화를 나눈 적도 많았다.”
흥미로운 이야기다. 러시아전과 알제리전에서 한국 전술은 거의 같았다고 보는 사람이 많았다.
“시스템이 같았던 거다. 홍 감독의 전술은 아주 명백했다. 기다렸다 역습을 하길 원했다. 상대가 중앙선을 넘어왔을 때는 압박을 했다. 이 계획이 러시아전에선 잘 작동했다. 알제리전에선 실패했다. 벨기에전은 0-1로 지긴 했지만 괜찮은 경기였다.”
알제리와의 경기에서 0-2가 되자 홍 감독이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 쥐며 낙담하는 모습이 영상에 잡혔다. 나약한 모습이라고 비판하는 여론이 일었다.
“선수가 일단 경기장에 들어서면 감독이 할 수 있는 건 없어진다. 경기 전에야 어느 선수가 누굴 막을지 약속할 수 있지만, 먼저 2골을 내준 건 아주 나쁜 수비 때문이었다. 심지어 코너킥에서 그런 헤딩골이라니. 나쁜 수비의 결과는 감독이 어쩔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래도 후반전 초반에 골을 넣었고, 이어진 기회를 살려 2-3이 됐다면 희망이 있었을 것이다. 한 골을 더 허용한 순간 사실상 경기는 끝났다.”
이케다 세이고 코치가 전담한 체력 관리는 성공적이었나?
“젖산 검사, 요요 검사, 기타 의학적 검사의 결과가 모두 좋았다. 체력 관리는 잘 됐다고 본다. 한국은 전통적으로 실내에서 운동을 많이 하는 편이지만 우린 모든 체력훈련을 공과 함께 하는 게 낫다고 생각해 변화를 줬다.”
그렇다면 알제리와 벨기에를 상대로 한국이 일찍 지친 건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마음의 문제라고 봐야 한다. 선수들이 일찍 실망했을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우리가 너무 젊은 팀이라는 것이 문제였다. 박지성 같은 선수가 있다면 이럴 때 도움이 됐을 것이다. 낙담하고 있을 때, 옆에서 툭 치며 정신 차리게 해 주는 존재가 필요하다. 기성용, 구자철, 김영권 등이 경험을 바탕으로 주위 선수들을 도와줄 거라 기대했는데 자기 한 몸 챙기기도 벅차더라. 예를 들어 월드컵에서 좋은 플레이를 한 네덜란드는 로빈 판페르시, 아르연 로번, 니젤 더용 등이 공격, 미드필드, 수비에 포진해 젊은 선수를 도왔다.”
한국의 월드컵 행보에서 긍정적인 점은 무었이었나?
“한국 선수들의 자세는 아주 좋다. 언제나 일하고 싶어 하고, 언제나 훈련하고 싶어 했다. 유럽에선 아무리 대회 중일지라도 쉬는 날엔 다들 그냥 쉰다. 한국 선수들은 계속 훈련하고, 분석 영상을 보고 싶어 했다. 세월호 참사도 있었기 때문에 국민들을 위해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다들 갖고 있었다. 다들 ‘이 정도론 안 돼, 더 노력해야 돼’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보였다.”
지나치게 일에 몰두하는 것이 오히려 문제일 수도 있지 않을까?
“때론 문제이기도 했다. 한국은 늘 가장 빠른 템포로만 경기하려 하는 문제가 있다. 예를 들어, 알제리전에서 0-1이 됐을 때 한국은 전술적으로 시간을 끌었어야 했다. 코너킥이나 스로인을 천천히 처리하고, 부상당하면 천천히 일어나며 재정비할 시간을 벌어야 한다. 그런데 한국 선수들이 당장 상대 진영으로 전진하려고만 하더라. 더 지혜로워야 한다.”
한국의 월드컵 내용에 대해 히딩크 감독과 의견을 나눈 적이 있나?
“한 번, 골프 치고 나서 이야기했다. 그도 내가 지금 한 것과 비슷한 이야기, 한국 선수들이 너무 순진하고 착하다는 걸 지적했다. 히딩크 감독도 TV로 경기를 봤고, 월드컵 기간 중에도 종종 통화했다. 그는 2002 한일 월드컵을 준비할 때 4개월이나 소집훈련을 할 수 있었다고 들었다. 우린 단 4주였다. 약간 부족한 시간이었다.”
감독 홍명보의 장점과 약점을 말한다면?
“별다른 약점은 없다. 홍 감독은 전술적으로 훌륭하고, 선수 경력이 많고, 올림픽으로 경험을 쌓은 데다 자신감도 있었다. 월드컵 준비 기간에 선수들과 충분한 대화도 나눴다. 좋은 준비 과정이었다. 대회가 다 끝난 지금 와서 단점을 지적하긴 쉽겠지만, 결과가 나빴을 뿐 우리의 노력과 준비 과정은 괜찮았다고 본다. 홍 감독은 대회 결과에 대해 아주 슬퍼하고 있었다. 대회가 끝나고 얼마 뒤 서울에서 코칭 스태프가 모여 저녁을 먹었는데, 그때까지도 슬픔에서 헤어나지 못해 내가 위로해줘야 했다.”
한국 선수들의 재능은 16강을 노릴 자격이 있었나?
“그럼. 재능은 충분했다. 1월 전지훈련 때 본 국내파 중에서도 좋은 선수가 많았다. 그 선수들에게 필요한건 해외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문화, 다른 축구 스타일도 배울 필요가 있다. 퀸즈파크레인저스의 윤석영에 대해 해리 레드납 감독과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 전술과 수비법 등을 아주 빨리 습득한다고 했다.”
마지막이다. 지금 대표팀과 슈틸리케 감독에게 충고할 말이 있을까?
“슈틸리케 감독이 좋은 선수였다는 것 말고는 아는 것이 없다. 아마 한국 선수들만의 문화를 접했을 때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중요할 거라고 생각한다. 홍 감독은 같은 한국인이라 그나마 어떻게 해야 할지 알았다. 슈틸리케 감독에겐 어려울 것이다. 선수들이 슬픔에 빠졌을 때 어떻게 해야 할지, 대회 전 친선경기를 통해 미리 겪는 게 좋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