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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이 명문이 된 진짜 원동력은?
출처:베스트 일레븐|2014-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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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공원의 축구 현장

전북 현대가 K리그 클래식 우승을 차지했다. 2009년 처음으로 정상에 오른 후 벌써 세 번째 우승이다. 성남 일화, FC 서울, 수원 삼성 등 그간 K리그에서 내로라하는 클럽들이 존재감을 뽐냈으나, 최소한 최근 10년 사이에는 전북만큼 도드라진 족적을 남긴 팀은 없는 것같다. 신흥 강호이자 더 밝은 미래가 기대되는 팀이다.

이 팀의 성공 사례에 대해 많은 분석이 오가고 있다. 뛰어난 지도력과 빼어난 기량을 갖춘 선수들이 한데 뭉쳐 낸 결과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이면에 자리한 파트너십을 주목하고 싶다. 이철근 단장과 최강의 감독의 파트너십이다. 두 사람 관계는 K리그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사례다. 감독이 십 년에 가까운 긴 시간 한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도 놀랍지만, 그 감독과 함께 같은 세월을 보낸 단장도 보기 참 힘들다. 이 긴 세월 동안 두 사람은 많은 것을 이뤄 냈다. 우승컵은 둘째 치고 전북이라는 브랜드가 한국과 아시아에서 명문 클럽이라는 이미지를 뽐내는 데 있어 결정적 구실을 했다. 처음 이 두 사람이 전북에 자리했을 때를 떠올리면 격세지감까지 느껴질 정도다.

K리그 타 팀들은 두 사람의 끈끈한 호흡이 만들어 낸 명문 구단 전북을 주목하고 배워야 한다. 사실 감독과 단장은 직책상 서로 충돌할 수밖에 없는 관계다. 감독은 선수단을 관리하면서 당장 성적을 내야만 하는 처지다. 단장은 구단의 살림살이를 떠맡아야 함은 물론 더 많은 관중이 경기장을 찾을 수 있도록 흥행 몰이를 해야 한다. 자칫하면 이기는 경기에만 함몰될 수 있는 감독과 축구단 운영에 현실 감각을 잃은 단장이 만나면 열이면 열 싸울 수밖에 없다. 생각하고 바라보는 면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두 사람은 달랐다. 서로 이해하고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서로 도왔다. 서로 다른 처지라는 여건은 충돌이 아닌 시너지 효과를 내는 요소가 됐다. 전북의 성공은 당연하다.

호흡만큼이나 주목해야 할 게 또 있다. 바로 인내다. 최 감독은 종종 전북에 처음 자리했을 때를 떠올린다. 팀 분위기가 매우 좋지 못하고 훈련 여건도 굉장히 나빴던 시절이다. 당연히 처음에는 원하는 대로 성적이 나질 않았고, 지금은 생각지도 못하겠지만 팬들에게서도 비판을 많이 받았다. 쉽게 자리를 뜨고 앉는 감독계 생리를 감안하면 최 감독이 전북 사령탑을 물러나고 싶었을 때는 숱하게 많았을 것이다. 그런 최 감독이 미래에 대한 비전을 같이 그릴 수 있었던 버팀목 구실을 한 이가 바로 이 단장이었다고 본다. 긴 호흡으로 최 감독이 구상하는 팀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도왔을뿐더러 구단에 애정을 가지고 어지간한 외풍에 흔들리지 않는 토대를 다지도록 애썼다. 전북이 명문이 될 수 있도록 먼 미래를 바라보고 힘을 합친 것이다. 그 결과가 세 차례 K리그 클래식 우승을 비롯한 수많은 트로피, 그리고 유럽 클럽들도 샘날 만큼 멋지게 건설한 클럽하우스다.

전북은 사실 독특한 케이스다. 앞서 잠깐 언급했지만 K리그는 선수단을 꾸려가야 할 감독과 클럽의 살림살이를 책임지는 단장이 지나치게 빨리 교체된다. 성적 여부를 떠나 좀 심각할 정도다. 개인적으로 전남 드래곤즈, 경남 FC, 안산 경찰청 프로축구단을 거치며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현장에 있으며 모신 대표이사만 열 명이 넘는다. 운영의 주체가 이처럼 쉽게 바뀌면 구단이 확립해야 할 장기적 마스터 플랜을 마련할 수 없다. 명문은커녕 강팀이 되기도 힘들다.

전북은 어느 한순간에 만들어진 강호가 아니다. 십 년간 수차례 고비를 넘고 넘어 명문의 입지에 닿은 팀이다. 그래서 박수를 보내야 한다. 전북을 보고 배워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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