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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당 2.17골, K리그 덮친 '골가뭄'의 이면
- 출처:풋볼리스트|2014-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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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의 꽃은 골이라는데, 요즘 K리그 클래식 관중들은 꽃구경할 기회가 줄어들었다. 지난 주말 진행된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4‘ 31라운드 6경기에서 터진 골은 13골에 불과했다. 0-0 경기가 없긴 했지만 양팀 통틀어 4골 이상 터진 다득점 경기도 없었다.
31라운드만의 현상이 아니다. 이번 시즌 현재까지 K리그 클래식에서 난 골은 총 403골. 지금까지 경기수(186경기)로 나누면 경기당 약 2.17골이다. 지난 주말 터진 골과 평균치가 정확히 일치한다. K리그는 올해 내내 빈공에 시달리고 있다.
K리그에 골이 줄었다는 건 수치가 증명한다. 지난 5년을 돌아보면 2010년 경기당 2.86골, 2011년 2.72골, 2012년 2.54골, 2013년 2.54골이었다. 이번 시즌 뚝 떨어진 숫자를 알 수 있다.
빈공 현상은 시즌 초부터 분명히 나타났다. 4월에 열린 30경기 중 무려 6경기나 득점 없이 끝났을 정도였다. 시즌 중반 들어 득점력이 다소 회복됐지만 최근 또 떨어졌다. 9월엔 30경기 63골로 월간 경기당 평균 득점이 2.1골에 불과했다.
“이길 생각은 없고 지지 않을 생각만 한다”
가장 쉽게 찾을 수 있는 원인은 ‘각 팀이 수비적으로 경기한다’는 것이다. 이 입장을 고수하는 대표적 인물은 하위권팀의 수비 축구를 뚫어야 하는 최강희 전북현대 감독이다. 전북은 경기당 1.61골로 이번 시즌 최다득점팀이지만 ‘닥공’으로 유명했던 2011년의 경기당 2.22골보다는 크게 부족하다.
최 감독은 “시즌 초에는 FC서울만 스리백을 썼는데, 브라질월드컵에서 중남미 팀들이 스리백으로 선전하는걸 보고 K리그에도 스리백이 많아졌다. 스리백도 활용 방안이 다양한데 K리그엔 내려서서 하는 팀이 많다. 홈에서조차 수비에 치중하는 팀을 상대로 우리가 어떤 전술적 해법을 마련하든 깨는데 한계가 있다”며 수비 축구를 뚫기 어렵다고 했다.
스플릿 시스템과 승강제가 도입된 뒤 최소한의 승점을 얻기 위해 ‘지지 않는 경기’를 하는 팀이 늘었다는 점도 원인이다. “나도 버저비터 몇 방 맞은 뒤론 전처럼 과감하게 공격하기 힘들다. 활발한 경기가 줄어들고 1-0 승부가 늘어났다.”(최강희)
“상대 수비를 열만한 기술자들이 없다”
축구 이론가로 알려진 김학범 성남FC 감독은 다른 시각을 제시한다. 수비적인 태도가 아니라 경기력 자체가 문제라는 것이다. 상대 수비를 열 줄 아는 “기술자”들이 없기 때문에 리그 전체의 공격력이 떨어졌다는 설명이다. 최근 리그 전체의 긴축 정책에 따라 국내 스타들이 유럽과 중동으로 이적하고, 좋은 외국인 선수가 영입되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좋은 선수들이 거액의 돈을 받고 카타르 등지로 많이 나갔다. 골을 만들 줄 아는 선수들이 없기 때문에 리그 전체의 경기력이 떨어졌다. 그래서 경기 흐름이 더 빡빡해졌다. 골잡이의 부재는 물론 미드필더들의 빈 자리도 크다. 과거 국가대표팀은 박지성의 유무에 따라 공격 전개 능력이 달라지지 않았나. 그런 선수가 부족하다.”
김 감독의 설명에 따르면, 경기를 ‘만들 줄’ 아는 선수가 부족하면 공격 전개의 효율이 떨어진다. 경기 속도가 느려지기 때문에 양팀 모두 슈팅 횟수가 줄어들고, 자연스레 골도 줄어들게 된다.
“낡은 축구에 갇혀 있다”
스타들이 해외로 빠져나가더라도 한국 선수들의 전반적인 기술과 체력은 향상되고 있다. 그렇다면 선수 활용에 따라 공격력을 올릴 수도 있을 터다. 한 축구인은 “골이 많이 나는 축구를 고민할 수도 있는데 그러지 않고 옛 틀에 갇혀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조심스런 이야기지만 지도자들이 생각을 바꿔야 한다. 지고 있으면 롱볼을 띄우고, 경기장 사정이 나쁘면 긴 패스를 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있다. 오히려 그럴 때일수록 확률이 높은 공격 방법을 고민할 수도 있는데 감독들이 그러지 않고 과거의 축구에 머물러 있다.”
스리백이 수비적 축구로 이어지는 것 역시 감독들의 고정관념 때문이라고 했다. “최근 유럽 팀들은 스리백을 쓸 때 윙백이 대각선으로 침투하며 공격 숫자를 늘리는 경우가 많다. 이런 스리백은 포백보다 오히려 공격적이다. 그런데 K리그 팀들은 윙백을 측면에만 머무르게 한다. 낡은 축구다.”
팀의 성격을 결정하는 건 감독이다. 무리하게 공격에 무게중심을 두지 않더라도, 주어진 선수들로 최상의 공격력을 낼 참신한 방법을 궁리한다면 득점을 늘릴 수 있다. 득점이 늘면 승리가 늘고, 곧 성적이 좋아진다. 골이 더 줄어들기 전에 더 많은 연구와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제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