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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연재 “머리는 차갑게 가슴은 뜨겁게”
- 출처:KBS TV |2014-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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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는 차갑게 하되, 가슴은 뜨겁게 해서, 동작에 대한 표현은 후회없이 하되 기술에 있어선 냉정한 마음을 갖고 하려고 해요."
손연재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의외의 대답이 툭 튀어나왔다.
자신의 마지막 무대라고 생각하고 덤벼든 인천 아시안 게임.
모든 걸 걸고 일궈낸 금메달이기에 허무함에 사로잡혀 있을 법했는데, 꽃보다 아름다운 20대 청춘치고는 꽤 진지한 문장을 술술 내뱉었다. 러시아 코치들이 안무를 지도해주면서 해줬다는 말인데, 익숙한 것 같으면서도 뼈있는 대답이다. 우아하게만 보이는 리듬체조를 차갑게 하라니, 처음엔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다. 머리로는 수구 동작들을 냉철하게 계산해서 완료하되, 음악에 감정을 실어서 관객들을 매료시키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 같다.
러시아 모스크바 생활 4년차. 어느덧 손연재는 반 러시아 인이 다 된 것 같았다. 러시아어로 코치와 자연스럽게 대화하고, 세계 최고의 리듬체조 선수라는 야나 쿠드랍체바, 마르가리타 마문 등과 친구처럼 지낸다고 하니 역시 큰 물에서 놀아야 생각과 시야가 트인다는 말이 떠오른다. 가끔 러시아 동료들도 손연재가 아시아 인인지 깜박하고 이런 질문을 하기도 한다고...
"연재, 너 왜 유럽 선수권 안 나가?(야나)
응? 나 아시안 게임 나가는데...(손연재)
아...너 아시아 인이었지?(야나)"
야나 쿠드랍체바(세계랭킹 1위)와 주고받은 대화를 재구성해보면 대략 이런 식이다. 혈혈단신 동양인으로 리듬체조 좀 한다는 러시아 선수들이 우글대는 모스크바,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단련된 손연재였기에 아시안 게임 금메달이란 달콤한 열매를 딸 수 있지 않았을까. 아직도 인터넷 상에선 손연재의 연기를 두고 실력보다 후한 점수를 받았다며 그녀의 약점을 낱낱이 파헤치는 블로커들이 득실대고 있지만 인정해 줄 건 인정해줘야 된다. 극심한 스트레스로 위경련이 일어나 팀 경기를 포기할 뻔하고, 진통제 주사를 맞아가면서 개인종합 경기에서 큰 실수 없이 금메달을 따낸 손연재의 투지는 박수받아 마땅한 가치가 있다.
유독 발레 음악을 좋아하고, 후프 배경 음악 ‘돈키호테‘가 가장 마음에 든다는 손연재는 다음 시즌에는 한국적인 음악과 안무를 사용해보기로 진지하게 고민 중이었다. 한국하면 떠오르는 아리랑을 이미 사용하는 선수들은 몇몇 있지만, 손연재가 재해석해는 아리랑이라면 다르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든다. 물론 최종 결정은 옐레나 코치와의 상의를 통해 드러나겠지만, 벌써부터 내년 시즌 손연재가 어떤 연기로 다시 돌아올지 궁금해진다.
오는 18일과 19일 일산 킨텍스에서 열리는 리드믹 올스타즈 갈라쇼에서 또 한번 발레리나로 변신해 ‘로미오와 줄리엣‘의 줄리엣으로 국내 팬들을 만나는 손연재는 2016년 리우 올림픽에 대한 목표를 묻는 질문에 애교섞인 대답으로 정곡을 피해갔다. 사상 첫 동메달이니 하는 구체적인 목표보다 일단은 좀 쉬고 싶다는, 생각할 겨를을 달라고 애원한다. 생글생글한 미소와 함께...
P.S> 손연재는 징크스가 없다고 한다. 루틴은 있다. 아침 밥을 먹고, 훈련장에 경기장에 나가기 전에 이미지 트레이닝을 꼭 한다. 그날 자신의 연기를 미리 머릿속으로 그려보고 극심한 스트레스를 조금이나마 덜어보려는 노력이다. 그런 부담감을 이길 수 있게 도와주는 음악이 있냐는 질문에, 영화 ‘비긴 어게인‘에 나오는 마룬 파이브의 OST ‘Lost Stars‘를 꼽았다. 차분해지고 가슴 따뜻해지는 음악한 곡을 추천하며 손연재와의 뒷 이야기를 마무리한다. 마지막으로 손연재가 밝힌 전성기는 지금이라고 했다. 10년 후, 손연재는 2014년의 지금 이 시간을 가장 아름다웠던 순간으로 추억하게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