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밴헤켄이 올 시즌 마지막 선발 등판에서 극적으로 20승을 완성했다. 프로야구 역대 7번째 기록이자 2007년 두산의 다니엘 리오스(22승) 이후 7년 만에 나온 대기록. 과연 그는 어떻게 시즌을 준비해 온 걸까.

사실 캠프 당시만해도 밴헤켄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있었다. 하지만 밴헤켄은 모든 걱정들을 훌훌 털어내고 한국 최고의 투수로 거듭났고 한국 야구사도 다시 썼다.

7개월 전인 지난 3월 초 일본 오키나와에서 일이다. 삼성과 넥센의 연습 경기가 벌어진 3일. 이날 넥센의 선발은 밴헤켄이었다. 했다.

첫 등판에서 3이닝 1피안타 무실점으로 순조로운 출발을 보인 밴헤켄. 그러나 두 번째 경기에선 시작부터 일격을 당했다. 1회부터 첫 타자였던 김상수에게 솔로홈런을 얻어맞은 것. 첫 상대부터 쉽지 않은 승부가 계속됐다. 밴헤켄은 채태인과 이승엽에게 연이어 안타를 맞고 점수를 더 뺐겼다. 이날 최종 성적은 4이닝 6피안타 1사사구 3실점.

물론 오키나와 연습경기는 말그대로 연습경기일 뿐이다. 그러나 오키나와에서 맞은 첫 홈런에 의미를 두는 선수들도 있었다. 경기 후 삼성의 한 베테랑 선수는 이런 이야기를 했다.

“밴헤켄이 오늘 경기로 인해 앞으로가 꼬일 수가 있다. 아무리 연습경기라지만 경기 시작부터 첫 타자에게, 그것도 홈런이 많지 않은 선수에게 홈런을 맞으면 심적으로 타격이 있을 수 있다.”

김상수는 6시즌 동안 홈런이 16개밖에 되지 않는 타자. 이러한 선수에게 시작부터 홈런을 허용한다는 건 투수로서 충분히 기분 나쁠 수도 있는 상황이라는 의미였다.

캠프 때 안좋았던 기억이 시즌에서도 잔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선수들은 입을 모았다. 그들 역시 그러했던 경험들이 있기 때문이다. 밴헤켄은 오키나와에 이어 시범경기서도 썩 만족할만한 모습을 보여주진 못했다. 오키나와에서의 ‘안좋은 추억’이 밴헤켄을 괴롭힐 수 있다는 지적에 힘이 실리는듯 했다.

그러나 밴헤켄은 달라져갔다. 기록이 증명하듯 리그 최고의 투수가 됐고 한국 프로야구 역사도 새로 썼다.

이에 대해 염경엽 넥센 감독은 “물론 캠프 경기들이 시즌 때도 영향을 미치긴 할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그 상황을 선수가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달렸다. 당시 몸과 마음이 어떤 상태에서 맞았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만약 밴헤켄이 당시 컨디션에 자신이 없는데다 몸상태에도 문제가 있었다면 ‘안좋은 추억’이 진짜 ‘안좋은 추억’으로 남았을지 모른다. 그러나 밴헤켄은 당시 몸상태나 준비 과정에 대한 자신감도 있었기 때문에 홈런에도 전혀 개의치 않아했다. 밴헤켄이 올시즌 승승장구할 수 있었던 이유다.

밴헤켄도 당시 그 홈런을 기억하고 있다. 그는 “기억이 난다”면서 “크게 신경쓰진 않았다. 내가 준비 과정에 있었던 상황에서 맞은 것이었기에 기억은 하고 있었지만 마음에 담아두진 않았다”고 말했다.

염 감독은 “연습경기는 자신을 확인하는 시기다. 그 이후에도 밴헤켄이 자신이 준비하고 있는 과정에 확신을 갖고 열심히 준비했고, 더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가졌기에 극복할 수 있었다고 본다. 만약 그 상태에서 시즌 초 4월까지 좋지 않았다면 그런 희망이 깨질 수 있었겠지만 그렇지 않았다”고 설명을 덧붙였다.

결국 벤헤켄의 오키나와 첫 피홈런은 결과적으로 밴헤켄의 더 큰 성장에 자양분이 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