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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표팀 하소연, 번지수 잘못됐다
- 출처:이데일리|2014-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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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주 동안 많은 국민들을 웃기고 울린 2014인천아시안게임이 이제 마지막 골인 지점만을 남겨 놓고 있다. 한국 야구도 5전 전승을 거두며 2회 연속 우승, 기대에 부응했다.
그러나 금메달 주역들은 요즘 심기가 그리 편치 않은 듯 하다. 최선을 다해 최고의 결과를 냈음에도 팬들의 반응이 썩 좋지 않은 탓이다.
야구는 변수가 많은 스포츠다. 류현진이 말했던 것 처럼 어떤 금메달도 결코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아시안게임 야구 대표팀을 향한 시선이 곱지 못하다.
류중일 감독을 비롯한 선수들은 금메달의 가치가 폄하되는 분위기에 심기가 무척 불편하다. “금메달 까지 가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선수 선발도 당시 가장 좋은 선수들을 뽑은 것이다. 야구만 병역 혜택을 받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라고 항변하고 있다. 한 마디도 틀린 부분이 없다.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한 것은 결코 잘못이 아니다.
그런데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한 가지 있다. 야구 금메달을 향한 싸늘한 시선이 단순히 쉽게 금메달을 딴 것 처럼 느껴져서가 아니라는 점이다.
많은 국민들은 야구 대표팀 자체가 아니라 상대적으로 아시안게임이 금메달을 따기 쉬운 종목으로 여기는 야구계 전반의 분위기에 실망한 것이다. 순수성을 의심받으니 이렇다 할 모습도 보여주지 못한 몇몇 선수들에게 화살이 향하고 있다.
선수 선발에는 이런 저런 말이 나오기 마련이다. 100% 만족할 수 있는 선수 구성이란 애초부터 불가능하다.
하지만 이번 대표팀 엔트리가 과연 ‘아시안게임을 쉽게 생각하지 않았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일까.
이번 대표팀엔 아마추어 엔트리가 한 명 포함 돼 있었다. 홍성무는 분명 가능성 있는 좋은 유망주지만 당장 그 보다 나은 프로 투수들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아마추어가 주관하는 대회인 만큼 아마추어 선수가 포함돼야 한다는 관례에 따라 이견 없이 아마추어에서 가장 좋은 선수가 ‘프로의 보다 나은 투수 대신’ 선발 됐다.
그런데 이 원칙이 지켜지지 않은 대회가 있다. 2008 베이징 올림픽이었다. 당시 대표팀 엔트리엔 단 한 명의 아마추어 선수도 포함되지 않았다.
한국 야구 입장에선 매우 중요한 대회였다. 야구는 올림픽에서 퇴출 될 위기였다. 또 국내 리그의 살아난 야구 인기를 이어가야 한다는 책임감도 무거웠다. 일본이 프로 정예 선수들로 대표팀을 구성한 것도 우리를 자극했다.
물론 재정 자립도가 떨어졌던 당시 대한야구협회와 현재 대한야구협회의 발언권 차이도 있었겠지만 어떻게든 최고의 팀을 꾸려야 한다는 것이 당시 대표팀의 목표였다.
아마추어 선수가 포함돼야 한다는 원칙은 반드시 성과를 내야 한다는 목표 아래 잠시 허물어졌다.
그때는 안됐던 것이 이번엔 됐다. 누가 크게 문제 삼지도 않았다. 한국 야구계가 아시안게임을 상대적으로 쉽게 생각하지 않았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없는 이유다.
아마추어 선수를 데려간 것이 문제가 아니라 은연중에, 또는 암암리에 우리 야구계가 아시안게임은 쉽게 생각했던 것은 아닌지 반성해 보자는 뜻이다.
국민들의 비판을 단순히 억울해 해선 안되는 이유 또한 이 지점에 위치한다. 열심히 노력해서 좋은 결과를 낸 대표팀이 비난을 받는 현실은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하지만 왜 이런 상황까지 오게 됐는지에 대해선 냉정한 분석이 필요하다.
결론은 의외로 간단하다. “최고의 팀을 꾸려 국가와 한국 야구의 명예를 위해 뛴다”는 원칙만 있는 그대로 지키면 된다. 대회 경중이 아니라 최고만이 우리의 원칙임을 흔들지 않으면 된다.
지금 “억울하다”고 항변하는 대신 앞으로의 행동으로 진정성을 증명하는 것, 한국 야구가 정당성을 회복할 수 있는 가장 빠른 길이다. 고민은 이번 대표팀이 아니라 야구계 전체가 해야 한다. 비판이 그들을 향한 것이라기 보다 한국 야구 전체를 향하고 있음을 놓쳐선 안된다.
*덧붙이기 : 양궁과 태권도가 어떻게 국제대회를 치르고 있는지도 꼭 한 번 연구해 보았으면 좋겠다. 두 종목은 거의 매번 국제대회가 열릴 때 마다 규정이 바뀐다. 그리고 바뀐 규정은 대부분 한국에 불리한 영향을 미친다. 세계 최강의 실력을 가진 만큼 국제적 발언권도 센 종목이다. 하지만 양궁과 태권도는 묵묵히 불리함을 감수한다.
그 뿐 아니다. 지도자를 수출하고 귀화를 하는 선수들도 있다. 반대로 국내 선발전은 국제대회 메달 보다 어렵다는 말이 나올 만큼 치열하게 펼쳐진다. 어렵게 대표가 돼도 ‘당연한 성적’이라는 엄청난 압박감과 싸워야 한다.
하지만 양궁과 태권도는 이 모든 어려움을 감수한다. 이유? 살아남기 위해서다. 한국 홀로 독주 하는 종목은 국제 대회에서 장기간 살아남기 어렵다. 그렇다고 일부러 질 수는 없는 노릇. 불리함을 감수하는 대신 최고의 팀을 꾸리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똑같이 해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종목 특성상 그럴 수도 없다. 다만 양궁과 태권도가 왜 이런 노력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선 꼭 한 번 생각해 보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