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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롯데 프런트, 김시진을 식물감독 만들었다
- 출처:스포츠동아|2014-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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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롯데 프런트, 사장도 모르게 감독교체 시도
코치진 4명 2군행 요구하며 자진사퇴 압박
사장 의중 배제…공필성 감독대행체제 착수
윗선 반대에 부딪히자 “잘해보자” 임시봉합
부산집까지 정리한 김 감독 굴욕적 모양새
‘김시진 감독 교체 미수사건.’
통속영화 제목으로 표현하면 이쯤 될 듯하다. 기획·감독은 롯데 프런트다. 감독 교체 미수사건? 도대체 롯데에선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사건은 지난 주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롯데는 23일 사직 LG전에 맞춰 정민태 투수코치를 1군 엔트리에서 제외시켰다. 그런데 엔트리에서 사라진 사람은 정 코치 한 명이 아니었다. 권두조 수석코치도 같이 명단에서 제외됐다. 권 수석은 5월28일 롯데 선수단의 ‘집단 항명’으로 1군에서 사라졌다. 약 석 달간 사람은 없는데 엔트리에 이름은 남아있는 기묘한 상황이 이어졌다. 롯데 구단은 “정 코치를 내리는 김에 같이 내렸다”라는 이유를 댔다.
왜 롯데와 김시진 감독은 1명이 아쉬울 수 있는 코치 엔트리 한 자리를 버려가면서까지 권 코치의 이름을 남겨둔 것일까. 그리고 이제야 지운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 사장도 모르게 프런트가 감독을 바꾸려고 했다?
발단은 롯데 프런트가 김 감독에게 정민태, 박흥식 코치 등을 포함한 코치진 4명을 2군으로 보내라고 요구한 데서 비롯됐다. 수족이 다 잘려나가게 될 상황에 이르자 김 감독은 “차라리 내가 물러나겠다”고 자진사퇴 의사를 밝혔다. 롯데 프런트는 기다렸다는 듯 공필성 감독대행 체제에 착수했다.
이 과정에서 의문스러운 점은 최하진 사장과 신동인 구단주 대행의 반응이었다. 당시 울산에 없었던 최 사장은 롯데 프런트의 김 감독 자진사퇴 보고를 접하고, “도대체 어찌된 일인가? 내가 울산으로 가서 감독을 직접 만나 의중을 듣겠다”는 태도를 취했다. 상식적으로 단장 라인에서 보고를 받았다면 나올 수 없는 반응이다. 최 사장은 불과 며칠 전까지 김 감독과 만나 “최선을 다해달라”고 부탁을 했었다. 사장이 프런트의 의사 결정 과정에서 배제됐다는 움직일 수 없는 정황증거다.
심지어 최종 결정권자인 신 대행도 ‘올 시즌은 김 감독 체제로 가라’는 지침을 내려 보냈다. 신 대행이 김 감독에게 마지막 기회를 준 것인지, 공필성 대행체제가 마음에 안든 것인지는 불분명하지만 어쨌든 반려가 됨에 따라 윗선의 의중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일을 처리하려던 프런트는 상황이 꼬여버렸다.
결국 배재후 단장은 김 감독을 다시 찾아가 “잘 해보자”고 입장을 바꿨다. 이에 천성이 모질지 못한 김 감독은 사퇴의사를 철회했다. 다만 상황이 상황이니만치 코치진 조각은 불가피했는데 그 결과가 정민태 코치를 3군으로 내리고, 주형광 코치를 메인코치로 올린 것이었다. 이 과정에서 김 감독은 “정 코치만 내려 보낼 순 없다. 이 참에 권 수석의 이름도 지우라”고 최소한의 ‘저항’을 한 것이고, 그 결과가 23일에야 반영된 것이다. 감독이 코치 1명의 인사조차 마음대로 못하고, 3개월이 걸렸다. 롯데의 상황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 언제든 떠난다? 김시진 감독, 부산 사택 이삿짐까지 정리
성적부진에다 프런트의 압박까지 겹친 김 감독의 심정은 어떨까? 이 과정에서 롯데 프런트는 공필성 대행체제를 흘리면서 내심 원하는 대안이 누구였는지도 때 이르게 노출하고 말았다. 그 여파로 현장은 사실상 프런트의 불신임을 ‘선고’ 받은 상황인 셈이다.
김 감독은 울산에서 돌아온 뒤 22일 선수단 전체 미팅을 열고, “잔여경기에서 최선을 다하자”고 독려했다. 그러나 롯데 사정에 정통한 한 인사는 “지금 김 감독에게 남아있는 27경기는 수모를 참아야 되는 시간”이라고 정의했다.
김 감독을 잘 아는 사람들은 하나 같이 입을 모아 “김 감독이 이제 마음을 비운 것 같다”고 증언했다. 김 감독은 24일 LG전을 앞두곤 이례적으로 취재진과 이야기를 하지 않고, 필드에 서서 시간을 보냈다.
롯데는 감독에게 부산 사택을 제공한다. 이미 김 감독은 언제든 떠날 수 있도록 부산 사택의 이삿짐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