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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은 툴로에게 모든 것을 주지 않았다
- 출처:헤럴드스포츠|2014-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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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나 했지만 역시나였다. 쳇바퀴 돌 듯 반복되는 일상처럼 별 다를 것 없는 일로 느껴졌다. 그래서 더 안타까운 부상 소식이다. 올해도 트로이 툴로위츠키(30 콜로라도)의 시즌은 일찌감치 마무리됐다.
툴로위츠키의 올 시즌 최종 성적은 .340의 타율과 .432의 출루율 그리고 .603의 장타율이다. 세 부문 모두 리그 1위이자 개인 통산 최고 기록이며, 4할대의 출루율과 6할대의 장타율은 처음 경험해보는 것들이었다. 하지만 시즌이 끝나면 그의 타석수는 규정 타석에 126개이나 모자라게 된다. 어느 해보다 뜨거운 출발을 했지만 결국 헛장사를 한 셈이다.
더 아쉬운 것은 이것이 콜로라도 팬들에겐 낯익은 장면이라는 점. 툴로위츠키는 불과 2년 전에도 5월의 마지막 날을 기점으로 그라운드에 서지 못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2007년 데뷔 후 8년간, 총 6차례의 DL과 24차례 DAY-TO-DAY에 등재됐다. 부위도 올 시즌을 마감케 한 엉덩이를 비롯해 사타구니, 발목, 넓적다리, 종아리, 복부, 어깨, 손목, 발, 등, 손, 손가락까지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다.
그가 메이저리그 최고의 유격수라는 사실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매년 봄 콜로라도의 시즌 프리뷰에는 ‘건강한’ 툴로위츠키라는 가정이 빠지지 않는다. 연례행사마냥 찾아오는 부상은 데릭 지터의 뒤를 잇고픈 그의 야망에도, 다저스-샌프란시스코를 넘고자 하는 콜로라도의 계획에도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콜로라도가 약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비단 툴로위츠키의 부상 때문만은 아니다. 매년 해발 1610m의 고도와 싸워야하는 한없이 낮은 마운드가 더 큰 원인일지 모른다. 하지만 툴로위츠키의 빈번한 부상 이탈은 콜로라도가 지닐 수 있는 역동성에 제동을 가하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올 시즌까지 지난 8년간 툴로위츠키의 연 평균 출장 횟수는 117경기에 불과하다. 한 시즌 최다 출장 경기수는 풀타임 첫 해인 2007년의 155경기며, 2007년과 151경기에 나선 2009년 단 두 차례만 150경기 이상을 소화하고 있다. 2007년과 2009년이 툴로위츠키의 쿠어스필드 입성 후 콜로라도가 ‘유이‘하게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해라는 사실은 팀과 팬들에게 시사하는바가 크다. 그리고 콜로라도는 나머지 6번의 시즌에서 5차례 5할 승률조차 달성하지 못했다. 언제나 팀 내 구심점 역할을 담당하던 그의 부재는 고지대의 희미한 공기만큼이나 콜로라도만의 색깔을 희석시키고 있었다.
현지시각으로 지난 13일 콜로라도 구단은 툴로위츠키의 엉덩이 수술을 알리며 시즌 아웃을 공식 선언했다. 엉덩이 부상으로 마지막 경기에 나선 지난 달 19일 이후 약 한 달 만이었다. 그리고 현지 언론인 <덴버 포스트>는 오프 시즌 콜로라도가 툴로위츠키의 트레이드를 추진할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았다. 지난 오프시즌 세인트루이스를 포함한 복수의 구단에서 그의 영입을 타진했으나, 툴로위츠키의 가치 자체를 내세우는 콜로라도와 그의 부상 경력을 주장하는 상대 구단의 입장차로 트레이드는 이뤄지지 않았다.
툴로위츠키는 2010년 일찌감치 연장계약을 체결했고 6년간 1억 1180만 달러의 새로운 계약이 내년 시즌 시작된다(2021년 1500만 달러 구단 옵션). 실제 콜로라도가 그의 트레이드를 추진할지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건강함’에 미련이 남아있는 콜로라도와 ‘건강함’에 대한 걱정을 안고 가야하는 상대 구단의 입장 사이에서 합의점이 도출될 수 있을지는 밖에서 보기에도 쉽지는 않아 보인다.
신은 그에게 엄청난 운동신경과 강한 어깨 그리고 유격수로서 분에 넘치는 막강한 공격력을 부여했다. 뿐만 아니라 성실함의 대명사로 불렸으며, 오프시즌 봉사활동도 게을리 하지 않을 정도로 주위를 돌아볼 줄 아는 뛰어난 인성도 갖추고 있다. 고등학교 시절 사귄 여자친구와 일찌감치 결혼하는 등 사생활에도 전혀 문제가 없으며, 무엇보다 팀을 위한 충성도와 헬튼의 뒤를 이을 만한 탁월한 리더십도 갖고 있다. 하지만 한 가지, 신은 운동선수의 중요한 요소인 ‘내구성‘을 그에게 주지 않았다.
그의 플레이를 보지 못한다는 것은 팬들에게도 크나큰 손실이다. 그의 전매특허인 백핸드 캐치 후 점핑 스로우는 언제나 보는 이의 눈을 즐겁게 한다. 카스트로와 시몬스 같은 전도유망한 신예 유격수가 나타났지만, 툴로위츠키는 공수를 겸비한 현존하는 가장 완벽한 유격수다. 하지만 팬과 본인 모두에게 안타까운 사실은 툴로위츠키가 스스로에게 필요한 마지막 퍼즐 한 조각을 맞추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2010년 연장 계약 협상 당시, 툴로위츠키는 돈에 대한 이야기를 일절 꺼내지 않았다. 대신 토니 그윈과 칼 립켄 주니어를 언급하면서 10년 이상 한 팀에서 뛰는 프랜차이즈 선수가 되고 싶다는 의견만을 구단에 전달했다. 그의 팀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 있는 일화다. 하지만 최근의 연봉 인플레 현상으로 헐값으로만 느껴졌던 6년간 1억 1,800만 달러의 계약 규모는 어느덧 본인과 팀 모두에게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다. 과연 6년 계약이 끝나는 2020년, 그를 향한 평가는 어떤 모습일까. 관건은 ‘건강한 툴로위츠키‘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