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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창용·오승환, 시·공간 초월한 경쟁
출처:마이데일리|2014-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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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공간을 초월한 경쟁이다.

불펜 대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불펜 불안에서 자유로운 팀은 없다. 특히 자신의 뒤에 아무도 없는 마무리 투수의 부담은 셋업맨과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다. 마무리투수들도 끊임없이 진화해야 한다. 타자들의 타격기술이 점점 좋아지는 상황에서 단순히 공만 빠르다고 능사는 아니다. 세이브에 실패할 확률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선 기술적인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한국과 일본에서 최고 마무리투수라는 찬사를 들었던 임창용(삼성)과 오승환(한신)의 노력이 매우 흥미롭다. 그들의 노력이 두 사람의 세이브 장외경쟁을 이끄는 원동력이다.









 

▲ 임창용·오승환도 진화한다

한국 마무리투수 계보를 논할 때, 임창용과 오승환을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임창용은 22일 현재 단 1세이브이지만, 세이브 선두권을 형성한 손승락(넥센) 김진성(NC) 이용찬(두산) 하이로 어센시오(KIA) 등과는 비교할 수 없는 아우라가 있다. 마운드에서의 위압감과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 경기운영능력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점한다.

그런 임창용 역시 업그레이드를 게을리 하지 않는다. 임창용의 수술 및 재활 스토리는 너무나도 잘 알려졌다. 특유의 도전정신 역시 대단하지만, 도전의 밑바탕엔 철저한 자기관리와 업그레이드 노력이 숨어있다. 야쿠르트 시절부터 기존 사이드암이 아닌 스리쿼터와 오버스로로도 던진 임창용은 스스로를 업그레이드 했다. 본래 임창용은 스리쿼터나 오버스로로 던질 때 대부분 직구를 구사했다. 그러나 류중일 감독에 의하면 최근엔 간혹 오버스로 폼으로 슬라이더, 체인지업도 던진다고 한다. 투수에겐 확실한 무기다. 타자를 요리할 수 있는 카드가 늘어난 것이다.

일본에서 첫 시즌을 보내고 있는 오승환 역시 마찬가지다. 오승환은 18~20일 야쿠르트를 상대로 사흘 연속 세이브를 수확했다. 올 시즌 1승5세이브 평균자책점 2.70. 22일 현재 센트럴리그 구원 2위로 뛰어올랐다. 사흘 연투에 타자를 압도하는 투구내용으로 주목을 받았다. 최근 5경기 연속 안타를 맞지 않으면서 서서히 일본야구에 적응하는 분위기다.

시즌 초반 일본 타자들의 연이은 커트로 유독 투구수가 많았다. 1이닝을 소화하는데 30개가 넘는 공을 뿌리기도 했다. 상대적으로 오승환이 쫓기는 듯한 인상이었다. 그러나 오승환은 최근 직구+슬라이더의 단순한 조합에서 직구+슬라이더+포크볼, 직구+슬라이더+컷패스트볼의 조합을 선보이면서 일본타자들과의 수싸움에서 주도권을 잃지 않는다. 한신 이적이 확정되면서 조금씩 연습해온 다양한 변화구 위력이 드디어 빛을 발하고 있다.

▲ 시·공간 초월한 그들만의 세이브 경쟁

임창용은 1군에 등록된 뒤 인터뷰에서 "최대한 승환이를 따라잡고 싶다"라고 했다. 임창용은 지난해까지 한국에서 168세이브, 일본에서 128세이브를 기록했다. 그는 지난 18일 창원 NC전서 2004년 9월 30일 잠실 LG전 이후 3487일만에 한국에서 세이브를 따냈다. 약 10년만에 한국통산 169번째 세이브를 달성한 것. 임창용이 "오승환을 따라잡고 싶다"라고 한 건 한국통산 세이브를 의미한다. 22일 현재 한국통산 세이브 1위는 277세이브의 오승환이다. 169세이브의 임창용과는 108개의 격차다.

오승환은 당분간 한국에서 세이브를 적립하지 못한다. 그래도 당분간 오승환을 따라올 투수가 보이지 않는다. 임창용도 선수생활이 황혼기라는 걸 감안하면 오승환을 끌어내리는 건 쉽지 않아 보인다. 재미있는 건 무려 10년만에 한국에서 세이브를 따낸 임창용이 여전히 한국 개인통산 세이브 5위를 달리고 있으며, 오승환이 없는 현재 국내 현역 최다 세이브 투수라는 점이다. 2001년부터 2003년까지 정상급 선발투수로 위용을 떨쳤고, 일본에서 최고 마무리 투수 소리를 들었음에도 여전히 한국 누적 세이브 기록에서 경쟁력이 있다. 그만큼 임창용의 클래스가 대단하다는 게 입증된다.

한국 통산 세이브에선 임창용이 오승환을 쫓는 형국이지만, 반대로 한일 통산 세이브에선 오승환이 임창용을 쫓는 모양새다. 임창용은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야쿠르트서 5년간 128세이브를 수확했다. 22일 현재 한일통산 297세이브. 한일 300세이브에 단 3개를 남겨뒀다. 한편, 한국에서만 277세이브를 쌓으며 마무리 지존에 오른 오승환도 최근 일본에서 세이브 적립 속도가 가파르다. 지난 18일~20일 사흘 연속 세이브를 쌓으면서 5개의 세이브를 따냈다. 오승환의 한일통산 세이브는 282개. 임창용에게 정확하게 15개 뒤졌다.

오승환은 임창용과는 달리 전문 마무리 외길을 걸었다. 때문에 임창용보다 어린 나이에 한국통산 세이브 최강자에 올랐고, 결국 한일통산 세이브서도 지존이 되는 건 시간문제다. 오승환이 임창용보다 선수생활을 할 날이 훨씬 더 많이 남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한일통산 300세이브는 오승환보다 임창용이 먼저 달성할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임창용은 한일통산 300세이브에는 관심이 없는 듯하다. "그게 큰 의미가 있나요"라고 했다. 오승환 역시 한일통산 300세이브를 신경 쓸 겨를은 없다. 사실 한일통산 기록은 KBO, NPB 모두 공식기록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도, 시간, 공간의 차원을 넘어선 두 사람의 장외 세이브 경쟁은 흥미롭다. 선수생활의 화려한 끝을 향해 달려가는 임창용은 오승환의 한국 통산 세이브 기록에 최대한 근접하고 싶어 한다. 건전한 동기부여가 되기 때문이다. 오승환 역시 한국 통산 세이브는 물론이고, 한일통산 세이브 기록의 최강자로 거듭나는 수순을 밟고 있다. 그런 오승환은 임창용을 바라보면서 전문 마무리투수의 꿈을 현실로 만들었다.

임창용과 오승환은 2008년 이후 뛰는 무대가 계속 엇갈렸다. 비록 누구도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지만, 절친한 한국인 마무리 지존들의 장외 경쟁은 현재진행형이다. 그 건전함과 치열함이 임창용과 오승환을 지탱하는 원동력이다. 그리고 한국야구의 자랑스러운 어제와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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