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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강희 감독이 직접 보여준‘전설’ 사용설명서
- 출처:일간스포츠|2014-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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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프로축구 무대에서 레전드(Legend)는 찬밥이다. 나이를 먹으면 제대로 된 대우도 받지 못한다. 멀리는 대전 시티즌을 떠나야 했던 최은성(43·전북)이 그랬고, 올해는 수원 삼성의 곽희주(33)와 포항 스틸러스의 황진성(30)이 그랬다. 10년 넘게 한 팀에 헌신해도 운영비가 부족하단 이유, 기량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헌 신짝처럼 방출되는 것이 K리그의 현실이다.
딱 한 팀 전북 현대는 예외다. 최강희 감독은 경험이 많은 선수를 잘 다룬다. 그는 일부러 팀에서 내쳐진 고참들을 자신의 팀에 데려왔다. 2009년 성남 일화에서 나온 이동국(35)과 김상식(38)이 대표적이었다. 올해는 인천과 계약에 난항을 겪던 김남일(37)을 데려왔다. 전북이 살인일정을 뚫고 리그 4위(승점14)에 올라있는 비결도 이렇게 데려온 고참의 힘이다.
올해 한국 나이로 서른 여섯이 된 이동국의 눈빛은 예사롭지 않다. 12일 울산 현대와 K리그 클래식 8라운드 홈경기에서는 아픈 발을 이끌고 눈에 불을 키고 뛰어다녔다. 나이도 퉁퉁 부은 발도 그의 투혼을 멈출 수 없었다. 이날 이동국은 전반 15분 직접 얻어낸 페널티킥을 성공시키며 결승골을 뽑아 팀의 1-0 승리를 이끌었다.
최 감독은 이동국에 대한 칭찬을 멈추지 않는다. 그는 특유의 화법으로 "동국이 아저씨가 아픈데, 쉬라고 해도 쉬질 않네. 뛰겠다는데 어떻게 말리겠어"라고 말했다. 농처럼 던지는 말에 이동국에 대한 대견함이 묻어 있었다. 이동국은 지난 2일 광저우 헝다와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경기에서 오른발에 실금이 가는 부상을 당했다. 발이 퉁퉁 부어 자신의 축구화가 맞지 않는다. 이 때문에 오른발에는 10mm나 큰 윌킨슨의 축구화를 신고 경기장에 나섰다.
이동국은 "축구화를 신으면 발이 아프다. 벤치에 있으나 경기장에서 뛰나 똑같다"며 대수롭지 않다는듯 말했다. 그의 투혼은 후배들에겐 자극제가 된다. 올해 전북에 입단한 신인 이재성(22)은 "광저우 전 때 동국이형 발에서 피가 나는 것을 보고 먼저 놀랐다. 그런데 아픈 발을 이끌고 뛴 다고 할 때 또 한 번 놀랐다"며 "형 덕분에 팀 전체가 정신적으로 다시 무장했다. 그래서 울산 전에서 이길 수 있었다"고 했다. 이어 "선수들이 지치고 힘든 시기인데 동국이형이 투혼을 발휘하고 있어 없던 힘도 생긴다. 또 동국이형 앞에서 아프다는 말은 어느 선수도 못한다"며 활짝 웃었다.
대전에서 나온 최은성이 자리 잡은 곳도 전북이었다. 지난해까지 최은성은 군대에 입대한 권순태(30)의 공백을 완벽하게 메웠다. 올해는 권순태에게 큰 본보기가 되고 있다. 권순태는 "은성이형을 보면 놀랍다. 그 나이에도 선수로 뛸 수 있는 몸을 유지하고 있다"며 "나도 대충 살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한다. 은성이 형이 큰 도움이 된다"고 했다. 김욱헌 전북 홍보팀장은 "김남일과 이동국, 최은성 등 고참 선수들이 훈련장에서 분위기를 주도한다. 긴장도 풀어주고 즐기는 분위기를 만든다"고 했다. 팀의 분위기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최 감독 역시 "어려울 때 고참들의 헌신이 어린 선수들에게 본보기가 되고 있다"며 활짝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