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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알은 왜 메시 해트트릭 못막았나
출처:한준 칼럼 |2014-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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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준의 티키타카

:: 2013/2014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29라운드 분석실
엘클라시코 완전분석, 메시의 해트트릭과 판정의 상관관계

엘클라시코에 다시 전쟁의 불길이 치솟았다. 주제 무리뉴와 주제프 과르디올라가 떠났지만, 여전히 엘클라시코의 논란과 입씨름은 계속됐다. 무려 세 번이나 리드를 잡은 팀이 바뀐 시소 게임 속에 7골을 나왔고, 세 번의 페널티킥과 7장의 옐로 카드 그리고 1장의 레드카드까지 소문난 잔치에 수 많은 이야기 거리가 쏟아졌다.


경기를 지켜본 전 레알마드리드 선수 산티아고 솔라리는 “감독들의 경기가 아니었다. 그보다는 순수하게 선수들의 기량싸움으로 점철된 엘클라시코였다”며 전술적으로 수준 높은 경기라기 보단, 선수들의 개인 기술이 볼거리였던 엘클라시코였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과 타타 마르티노 감독 모두 상대를 놀라게 할 만한 깜짝 카드를 내놓지 않았다.



안첼로티 감독은 경기를 앞두고 “선발 명단을 짜는 일이 쉬웠다”며 특별할 것이 없다고 말했는데, 그 말 그대로 호날두, 벤제마, 베일의 스리톱에 디마리아, 알론소, 모드리치의 중원, 마르셀루, 라모스, 페페, 카르바할의 포백과 골키퍼 로페스로 선발 명단을 구성했다. 마르티노 감독 역시 최근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네이마르를 메시, 이니에스타와 함께 공격진에 배치하고, 파브레가스, 부스케츠, 차비로 중원을 구성한 것외 크게 색다른 점이 없었다.

레알마드리드, 판정 보다 우측 수비가 문제

양 팀을 합쳐 무려 3개의 페널티킥이 선언되며 판정 시비가 크게 일어난 경기였지만, 네 골을 실점한 레알마드리드는 수비적으로 안고 있던 불안요소가 판정 문제보다 더 심각했다.
수비력이 뛰어난 라이트백 알바로 아르벨로아, 수비 커버링이 뛰어난 미드필더 자미 케디라가 부상으로 이탈한 공백은 그대로 레알마드리드의 약점이 되어 FC바르셀로나 공격진에 공략 당했다.



전반 7분 만에 터진 안드레스 이니에스타의 골은 레알마드리드의 오른쪽 수비가 완전히 무너지며 허용했다. 미드필드진 우측의 루카 모드리치는 FC바르셀로나와의 중원 싸움에서 수비적으로 전혀 기여하지 못했고, 라이트백 다니 카르바할은 수비 상황에서 반응력과 대인 방어 능력이 모두 함량 미달이었다.



설상가상으로 오른쪽 공격수 가레스 베일은 전혀 수비에 가담하지 않았다. 경기 내내 밀착방어를 해도 막기가 쉽지 않은 이니에스타를 번번이 자유롭게 놔뒀다. 경기 전 주요 매치포인트로 베일과 조르디 알바의 대결을 주목했는데, 볼 점유율을 내준 경기에서 베일의 수비 가담력에 대한 약점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베일은 수비 상황에서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고, 상대에서 주도권을 내준 경기에서 영향력을 보이지 못했다.

빛 바랜 디마리아의 헌신

레알마드리드에서 이날 경기 최고의 선수는 디마리아였다.
디마리아는 번개 같은 크로스 패스를 정확하게 연결해 카림 벤제마의 두 골을 모두 도왔다. 벤제마의 침착하고 정확한 마무리 슈팅도 탁월했지만, FC바르셀로나 선수들과의 경합에서 볼을 빼앗기지 않을 수 있는 기량을 갖춘 선수는 디마리아 뿐이었고, 중앙 미드필드진에서 가장 헌신적으로 뛰어다니며 수비를 커버한 선수도 디마리아였다.



디마리아는 개인 드리블 돌파로 공간을 만들고 공격 상황을 만들었으며, 이미 전반전에 가뿐 숨을 몰아 쉴 정도로 엄청나게 뛰었다. 이날 경기에서 레알마드리드 선수 중 박수를 받을 만 했던 선수는 디마리아 뿐이었다. 디마리아는 이날 시즌 5번째 경고를 받았는데, 경고를 받은 상황 조차 마지막까지 수비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벌인 장면이었다. 베일, 모드리치와는 크게 비교되는 수비 공헌도였다.

FC바르셀로나 수비진의 하비에르 마스체라노는 신체 조건의 열세로 인해 벤제마의 헤딩 슈팅을 무기력하게 허용했다. 두 번째 득점의 터치와 마무리는 벤제마의 슈퍼 클래스가 돋보인 장면이었다. 카를라스 푸욜의 퇴단이 확정된 FC바르셀로나는 강하고 키가 크며 공을 잘 다룰 수 있는 센터백을 보강하지 않는 한 늘 확실한 약점을 안고 경기를 해야 할 것이다.

메시, 호날두와 대결에서 판정승

리오넬 메시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의 맞대결에서 판정승을 거뒀다. 호날두는 레알마드리드의 3-2 리드를 이끈 페널티킥을 만들어냈고, 성공시켰으나, 메시는 엘클라시코 통산 두 번째 해트트릭으로 경기를 4-3으로 뒤집었다.

호날두는 득점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지만, 그가 뛴 엘클라시코 역사상 가장 좋지 않은 경기력을 보였다. 90분 동안 15차례나 볼을 빼앗이며 이날 경기에서 가장 많이 공을 뺏긴 선수라는 불명예를 얻었다. 베일이 고립되고 모드리치가 표류하면서 호날두는 적시에 공을 전달 받지 못했고, 확실한 기회를 잡지 못했다. 야심차게 시도한 프리킥 슈팅도 지적되지 않은 FC바르셀로나 수비벽의 핸드볼 파울에 가로막혔다.

메시는 이날 3골로 엘클라시코 통산 21호골을 기록해 사상 최고의 20골 고지 돌파와 함께 엘클라시코 역대 최다 득점 선수가 됐다. 메시는 이니에스타의 선제골도 도와 FC바르셀로나가 기록한 네 골에 모두 관여했다.



논란이 된 두 개의 페널티킥 득점에 앞서 메시의 첫 번째 골은 그야말로 눈부셨다. 두 번의 월패스를 시도하며 힘겨루기에도 밀리지 않고 문전으로 달려들었고, 네이마르의 패스를 받아 레알마드리드 수비에 에워싸인 상황에도 번개 같은 순발력으로 볼을 낚아챈 뒤 마무리 슈팅을 정확하게 꽂아 넣었다. 그야말로 손쓸 수 없는 플레이였다.

메시는 2대1 패스를 활용해 공간을 만들고 부수는 능력에 있어서 최고다. 집중 견제와 비좁은 공간에서도 빠른 위치 포착과 선점, 그리고 번개 같은 반응과 정확한 마무리 터치와 슈팅을 연결하는 속도감에서 따라 잡을 이가 없다. 메시가 가진 최고의 무기다.

페널티킥 판정, 정말 오심이었나?

이후 네이마르와 이니에스타가 얻어낸 페널티킥을 정확하게 차 넣었다. 후반 18분 세르히오 라모스는 메시의 패스를 받아 문전으로 침투하던 네이마르의 왼쪽 다리를 건드렸다. 네이마르는 그대로 나뒹굴었고, 페널티킥 선언과 퇴장 명령이 내려졌다. 라모스는 경기가 끝난 뒤 “네이마르를 건드리지 않았고, 그보다 먼저 오프사이드였다”고 항변했다.

라리가에서 14년간 명심판으로 활약했으며, 174회의 국제 경기에 심판을 역임한 라파 게레로는 이날 경기를 관장한 운디아노 마옌코가 전반적으로 오심이 있었지만 결정적인 판정에 있어서는 정확했다는 평가를 내렸다.

레알마드리드 선수단의 라모스와 호날두는 심판의 편파 판정을 의심했다. 실제로 라모스는 최대한 파울을 범하지 않기 위해 노력했고, 호날두 역시 다니 아우베스의 집중 견제를 받으며 고전했다. 오심도 있었다. 그러나 양 팀 모두 손해를 본 판정이 있었다.



리플레이와 경기 사진으로 확인한 결과 경미하지만 라모스는 네이마르의 다리를 건드렸고, 그가 골키퍼를 제외한 최종 수비수였기에 퇴장과 페널티킥 판정은 오심이 아니었다. 하지만 메시의 패스를 받아 마르셀루를 제치고 공을 받은 과정은 오프사이드로 오심이었다.

안첼로티 감독은 경기 후 판정에 대한 불만보다는 “라모스가 퇴장 당하기 전까지는 경기를 통제하고 있었다. 사소한 실수와 불운으로 경기를 내줬다”고 말했다.

후반 37분 이니에스타가 문전으로 돌파하며 넘어진 상황 역시 페널티킥이 맞다. 카르바할과 이니에스타는 서로 손을 쓰며 밀고 당기고 있었으나, 파울이 선언된 쪽은 다리를 걸어 넘어트린 알론소였다. 메시가 넣은 두 개의 페널티킥은 판정 자체에는 문제가 없었다.

호날두는 경기가 끝난 뒤 “경기 수준에 맞지 않는 판정이 많았다”며 검은 손의 존재에 대한 음모론을 제기했다. 하지만 정작 오심이었던 페널티킥은 호날두가 기록한 골에서 나왔다. 호날두는 페널티 에어리어 안으로 진입하기 기전에 다니 아우베스의 다리에 걸렸다.

레알마드리드 측에 억울한 판정은 양 팀 선수 간 충돌 상황에서 세르히오 부스케츠가 페페의 머리를 밟고도 퇴장을 당하지 않은 것과 전반 32분 베일이 문전 우측을 파고들 때 알바가 공이 아닌 다리를 건드려 넘어트렸음에도 페널티킥이 선언되지 않았던 것이었다. 하지만 오프사이드와 민감한 지역에서의 파울은 양 팀 모두 억울한 상황이 있었다.



최고의 선수는 이니에스타…라리가 챔피언은 오리무중

경기의 주인공은 해트트릭을 작렬한 메시였지만, 스페인 언론이 꼽은 이날 최고의 선수는 이니에스타였다. 이니에스타는 선제골 득점 과정에서 매우 깔끔한 터치와 움직임, 그리고 치명적인 마무리 슈팅을 보여줬다. 지속적으로 레알마드리드의 오른쪽 수비를 흔들며 경기 주도권을 가져오는 데 결정적 공헌을 했고, 베일의 위력을 둔화시켰다. 경기의 결승골이 된 마지막 페널티킥도 유도했다.

FC바르셀로나의 승리로 엘클라시코가 끝나면서 2013/2014시즌 라리가 패권 경쟁은 오리무중 상태에 빠졌다. 아틀레티코마드리드와 레알마드리드가 나란히 승점 70점을 기록 중이며, FC바르셀로나는 69점으로 추격 중이다. 승점 동률시 상대 전적을 우선시하는 라리가 규정에 따라 가장 불리한 쪽은 레알마드리드가 됐다. 레알마드리드는 FC바르셀로나에 2패를 당했고, 아틀레티코에게도 1무 1패로 열세다.

잔여 11경기에서 승점 경쟁이 매우 중요하다. 어느 누구도 더 유리하다고 장담하기는 어렵다. 라리가의 나머지 팀들도 순위 경쟁이 치열한 시즌 막판에 순순히 승점을 내줄리 만무하다. 세 팀 모두 UEFA챔피언스리그 8강전 일정을 병행해야 한다. 게다가 레알마드리드와 FC바르셀로나는 4월 16일에 코파델레이 결승전으로 한 번의 엘클라시코를 더 남겨두고 있다. 모두에게 가능성은 열려있고, 무슨 일이든 벌어질 수 있다. 2013/2014시즌은 어느 때보다 흥미로운 순위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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