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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축구 > 국내
다시 일어선 황선대원군과 식지 않는 스틸타카
출처: MK스포츠 |2014-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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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잡이 한 명만 있었으면’이라는 푸념이 절로 나올 상황임에도 꾸역꾸역 골을 넣으며 경기를 풀고 있으니 대단하다는 말이 절로 나오는 포항이다. 여전히 외국인 선수 한 명도 없는 상황에서 ACLK리그를 병행하고 있는 황선홍 감독은 과연 ‘황선대원군’다운 위용을 보여주고 있으며 히트상품이 된 ‘스틸타카’는 여전히 뜨거웠다.

시즌 개막 후 예상치 못한 2연패를 당했던 포항이 극적인 역전승으로 시즌 첫 승을 신고했다. 포항은 22일 오후 안방인 스틸야드에서 펼쳐진 수원삼성과의 3라운드 경기에서 2-1 승리를 거뒀다. 개막전에서 울산에게 0-1, 2라운드 부산원정에서 1-3으로 패하며 체면을 구겼던 포항이 어렵사리, 그러나 짜릿하게 마수걸이 승리에 성공했다. 최근 6승1무로 압도적 우위를 점했던 대 수원전 강세는 7승1무로 이어지게 됐다.

 

 

체력적인 부담이 컸던 포항이다. 주중 산둥 루넝과의 치열한 ACL 경기를 펼쳤다. 당시 경기에서 포항은 신광훈이 페널티 박스 안에서 핸드볼 파울을 범하면서 레드카드를 받아 10명에서 싸워야했다. 하지만 0-2였던 경기를 놀라운 투지를 발휘하면서 2-2로 만들었으니 분위기는 상당히 좋았다. 그러나 체력적인 피로까지 극복이 됐을지는 의문이었다.

가뜩이나 무거운 몸이었는데 경기 시작 4분 만에 수원의 젊은 공격수 고차원에게 선제골을 내주면서 또 답답한 상황이 됐다. 이후 경기는 황선홍 감독의 속이 타들어갈 내용으로 흘렀다. 워낙 조직력을 단단하게 만들어 놨고 덕분에 아름답고 매력적인 경기 내용을 펼쳤으나 가장 중요한 마침표를 찍지 못했던 포항이다. 경기 주도권을 잡았고 특유의 잘게 썰어나가는 패스 플레이로 수원을 압박했으나 번번이 마지막 슈팅이 어긋났다.

신바람만 내다가 빛 좋은 개살구에 그칠 수 있었던 흐름이었다. 수원전 징크스가 깨지는 게 중요한 것은 아니었다. 만약 3연패를 당한다면, 시즌 초반이라도 큰 충격이었다. 그런데 돌발변수가 상황을 바꿔 놓았다.

앞서가던 수원의 서정원 감독은 후반 16분 김두현을 빼고 조지훈을 넣었다. 경기 감각이 떨어져 있는 김두현의 체력을 안배함과 동시에 승리를 굳히겠다는 의도가 보였던 교체였다. 그런데 이것이 생각지도 못한 변수가 됐다. 들어오자마자 경고를 받았던 조지훈은 불과 1분 뒤 고무열을 막는 과정에서 또다시 경고를 받으면서 퇴장을 당했다. 보기 드문 장면이었다. 교체 투입돼 불과 2분 만에 옐로카드 2장으로 필드 밖으로 쫓겨났다. 결국 이 변수가 빌미가 됐다.

조지훈이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 이어졌다. 후반 21분 포항의 동점골이 나왔다. 수원 지역 페널티 에어리어 밖 오른쪽에서 김재성이 올린 프리킥이 김태수를 거쳐 문창진의 헤딩슈팅으로 이어지면서 골망을 갈랐다. 완벽한 약속된 플레이었다. 반대편으로 김태수가 돌아들어가면서 논스톱으로 반대편으로 연결했고 상대 시선과 움직임이 역방향으로 쏠려 있을 때 비수를 꽂는 작전이었다.

황선홍 감독은 더 강하게 상대를 몰아쳤다. 수적 우위를 이용해 반드시 경기를 뒤집겠다는 의지가 보였다. 선수들 역시 투혼을 발휘했다. 체력적으로 힘든 상황에서도 긴 패스를 자제하고 포항다운 스틸타카를 유지하던 모습은 꽤나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기어이 결실을 맺었다.

종료 직전 이명주가 감각적으로 찍어서 연결한 패스를 유창현이 정확한 타이밍에 쇄도해 나오는 골키퍼를 보고 가볍게 키를 넘기는 슈팅으로 연결하면서 극적인 결승골을 터뜨렸다. 유창현은 후반 19분 고무열을 대신에 필드를 밟은 교체카드였다. 황선홍 감독의 용병술이 적중했다. 동점골을 터뜨린 문창진 역시 전반 18분 만에 부상을 당한 조찬호의 대타였다. 여러모로 기분이 좋을 결과다.

교체투입한 선수가 2분 만에 경고 두 번으로 퇴장을 당한 수원으로서는 어이없는 불운 탓을 해야 하는 경기다. 하지만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몰아치던 포항의 능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역전이었다. 올해는 정말 어렵겠다는 전망이 많았고 실제로 비틀거림이 예사롭지 않았던 포항이다. 그런데 자신들의 힘으로 일어서고 있다. 구단의 인색한 투자는 여전히 아쉬우나 이쯤이면 ‘황선홍의 포항’은 인정을 받아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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