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값진 은메달 그러나 심석희는 독을 품었다
출처: 스포츠조선|2014-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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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의 여고생이 처음 밟은 올림픽, 기대는 하늘높은 줄 몰랐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물론 외신들도 ‘금메달 0순위‘라고 했다.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 심석희(세화여고)의 본격적인 여정이 시작됐다. "처음에는 부담감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거부할 수 없는 운명이었다. 기록이 이야기했다. 시니어 무대에 첫선을 보인 2012~2013시즌 6차례 월드컵에서 모두 금메달을 따내며 그의 등장을 알렸다. 1500m는 6개 대회 모두 시상대 꼭대기에 서는 기염을 토했다. 고등학생이 된 2013~2014시즌에도 국가대표 선발전에서도 종합 우승을 차지한 데 이어 월드컵에서도 매 대회 ‘금빛 질주‘를 이어갔다.

 

 

1000m와 1500m, 세계 랭킹 1위인 그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지는 것은 자연스러웠다. 하지만 ‘차세대 쇼트트랙 여왕‘의 대관식은 다음 기회로 미뤘다. 심석희는 15일(이하 한국시각) 러시아 소치 아이스버그 팰리스에서 벌어진 쇼트트랙 여자 1500m에서 은메달을 차지했다.

 

 

은메달, 박수를 받아야 한다. "처음에는 무척 아쉬워서 기쁨을 표현하지 못했는데 지금은 메달을 딴 것에 만족스럽다. 나에게는 값진 메달이다." 막상 그렇게 얘기했지만 표정에는 아쉬움이 흘렀다

예선과 준결선에선 긴장감이 있었다. 하지만 결선에서는 긴장보다 준비한만큼 보답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했다. 심리적으로는 결선이 더 편안했다는 것이 심석희의 설명이다.

그러나 노련미에 허를 찔렸다. 스타트와 함께 4위를 유지한 그는 10바퀴를 남겨두고 일찌감치 선두로 나섰다. 선두와 2위를 오갔다. 여섯 바퀴부터 다시 1위에 자리잡았다. 하지만 마지막 한 바퀴를 남겨두고 저우양(23·중국)의 ‘영리한 몸싸움‘에 역전을 허용했다. 순진하게 레이스를 이끌다 당했다. 메달 색깔도 그대로였다. 저우양은 2분19초140, 심석희는 2분19초239였다.

저우양은 아픈 이름이다. 4년전 밴쿠버 대회 1500m 결선에서 이은별 박승희 조해리 3명이 이름을 올리고도 저우양에게 금메달을 내줬다. 여자 쇼트트랙은 16년 만의 ‘노골드‘ 수모를 맛봐야 했다. 그런데 또 저우양이었다.

심석희의 최고 강점은 지구력을 갖춘 막판 스퍼트다. 하지만 마지막에 당한 것은 경험 부족 외에 설명할 길이 없다. 눈물이 고였다. 올림픽 신고식을 톡톡히 치른 셈이다. "전체적으로는 만족하지만 마지막에 추월 당한 부분은 아쉽다. 저우양은 노련한 선수다." 심석희의 평가다. 미안했다. 그는 "어느 정도 부담감이 있었지만 그런 것보다 경기에서 금메달을 못 딴 것에 대해서 내 자신에게 아쉬움이 남아있다. 기대하신 분들에게 기대에 못미쳐서 마음이 좀 그렇다"며 수줍게 말했다. 올림픽 벽도 느꼈다. "다른 선수들 자체가 올림픽 때 기량이 더 올라오는 것 같다."

다행인 점은 이제 시작이라는 점이다. 1500m에서 독한 맛을 본 심석희는 1000와 3000m 계주에서 다시 올림픽 정상에 도전한다. 남자 쇼트트랙은 빛을 잃었지만 여자 쇼트트랙은 여전히 살아있다.

심석희의 은메달은 한국 선수단의 세 번째 메달이다. 이상화의 금메달, 박승희의 동메달에 이은 은메달이다. 말 한마디를 꺼내도 얼굴이 붉어진다. 대부분의 질문에 ‘단답형‘일 정도로 수줍음이 많은 여고생이다. 하지만 빙판 위에서는 다르다. 누구보다 지기 싫어한다. 승부욕이 다시 타오르고 있다. "남은 경기에 다시 집중해 좋은 결과를 얻을 것이다." 독을 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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