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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 캠프 방문한 ‘넥통령’
출처:박동희 칼럼|2014-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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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까지 넥센의 상징은 ‘턱돌이’였다. 턱이 삐죽 나온 마스크를 쓴 채로 그라운드를 휘젓는 턱돌이를 보고 많은 야구팬은 ‘넥센’하면 턱돌이를 떠올렸다. 하지만, 2011년부터 턱돌이에게 강력한 경쟁자가 나타났다. 그의 이름은 테드 스미스.

자신을 ‘테드 찡’으로 불러주길 원했던 테드는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호루라기를 불며 넥센 응원을 이끌었다. 당시만 해도 넥센의 반응은 “저러다 말겠지”였다. 그러나 단발로 끝날 것 같던 테드의 응원은 홈구장 목동뿐만 아니라 원정경기에서도 이어졌다. 애초 “저러다 말겠지”했던 넥센은 테드의 자발적인 응원에 감동했다.

2012년 기자에게 테드는 “난 캐나다 사람”이라며 “솔직히 어릴 때만 해도 야구엔 별 관심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가 야구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 건 일본에서 영어강사를 할 때부터였다. 그는 우연히 야구장에 갔다가 문화적 충격을 받았다. 관중석에 앉아 밀크커피처럼 따뜻한 햇볕을 쬐며 조용히 관전하는 캐나다, 미국 관중과 달리 일본 야구팬들은 순간마다 소릴 지르며 야구를 즐겼다. 생경한 장면이었다.

테드는 “일본 프로야구를 보며 별 재미를 느끼지 못했지만, 처음 본 응원 열기가 무척 신기하고, 흥미로웠다”며 “고교 시절 응원단장의 끼를 살려 응원단상에 오르려 했으나, 일본 구단과 팬들은 낯선 외국인의 그런 행동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2011년 일본을 떠나 근무지를 한국으로 옮기면서 테드는 자신의 끼를 마음껏 펼치기 시작했다.

“목동구장을 찾았다가 일본 야구 응원과 매우 비슷하다는 걸 느꼈다. 아니 한국의 응원문화가 일본보다 정열적이고, 감동적이었다. 특히나 내가 응원단상에 오르자 모든 관중이 재밌어하고, 격려해줬다. 그때부터 한국야구와 응원문화에 ‘푹’ 빠졌다.”

2011년부터 시작한 자발적인 넥센 응원은 지난해까지 이어졌다. 그는 “야구는 내 삶이며, 응원은 삶의 의미를 깨닫게 해주는 소중한 퍼포먼스”라고 말했다. 그러나 야구 때문에 잃은 것도 많았다. 대표적인 게 직장이었다.

테드는 홈과 원정 응원을 모두 소화하려고 다니던 직장을 그만뒀다. 주변에선 “어리석은 결정이 될 것”이라 걱정했지만, 테드는 “머릿속에선 온통 야구 생각만 하고, 겉으로 태연하게 아이들을 상대로 영어를 가르치는 게 더 어리석은 행동”이라며 “직장에 몸이 메이면 원정경기를 볼 수 없다”는 말로 자신의 결정을 후회하지 않았다.

지난해 테드는 넥센이 치른 128경기 가운데 123경기를 현장에서 관전했다. 그리고 자비를 들여 갖가지 의상을 준비해 열띤 응원을 펼쳤다. 넥센과 계약을 맺은 이벤트 업체의 응원단장이 아니기에 그는 교통비와 숙박비를 모두 제 돈으로 써야 했다.

하지만, 후회는 없는 듯했다. 테드는 “넥센 히어로즈를 통해 잠시 잊고 있던 꿈을 찾아 행복할 뿐”이라며 “기회만 주어진다면 넥센의 공식 응원단장으로 활동하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테드의 노력은 빛을 냈다. 그는 이제 ‘테드 찡’에서 넥센 응원단을 대표하는 ‘넥통령’이 됐다.

2월 3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 서프라이즈 넥센 스프링캠프에 의장대 차림의 외국인이 피켓 하나를 들고 나타났다. 그가 들고 있던 피켓엔 ‘올해 목표는 단 하나 : 한국시리즈’가 쓰여 있었다. 짙은 선글라스 속에 선한 눈빛을 드러낸 이는 바로. ‘넥통령’ 테드였다.

테드는 “어머니 집이 애리조나에 있어 넥센 선수단을 응원하려고 차를 몰고 찾아왔다”며 “우리 선수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해줄까 고민하다가 ‘올해 목표는 하나 : 한국시리즈’를 생각해냈다”고 말했다.

테드가 구장에 방문하자 넥센 염경엽 감독은 “넥통령께서 여기까지 와주셨다”며 먼저 다가가 악수를 청했다. 선수들도 테드와 반갑게 인사를 나누며 고맙다는 인사를 전했다. 넥센 구단 역시 테드가 선수들의 훈련을 자유롭게 보도록 배려했고, 선수단의 식사 자리에도 동석하도록 호의를 베푸는 등 ‘넥통령’의 캠프 방문을 반갑게 맞아줬다.

테드는 넥센 측의 배려에 “팀의 일원으로 받아준 것 같아 매우 기쁘고 감사하다”며 “올 시즌에도 넥센의 선전을 위해 전국 구장을 돌며 열띤 응원전을 펼치겠다”고 다짐했다.



다음날엔 넥센 유니폼을 입고 캠프를 방문한 테드는 선수들의 훈련 상황을 지켜보다 “오늘 아버지가 계신 캐나다 캘거리 집으로 가야 한다”며 고급 승용차에 올랐다. 그는 벤츠 마크를 발견한 기자가 눈을 동그랗게 뜨자 “어머니 차”라고 말하고서 “지금 ‘테드 찡 스토리’란 책을 쓰고 있다. 그 책이 ‘대박’나면 한국에서 생활하는데 큰 지장이 없을 것”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낯선 이국의 팀을 자신의 인생보다 소중하게 여기는 테드와 그런 외국인을 제 식구처럼 받아주는 넥센의 훈훈한 관계는 잔잔한 감동으로 다가왔다. 과연 넥센과 테드 모두 ‘대박’을 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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