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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겨스케이팅 시작과 끝인 음악의 비밀
출처:국민일보|2014-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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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겨에서 선곡 못지않게 중요한 게 편곡이다. 긴 분량의 원곡을 연기 시간에 맞게 부분 발췌해 편집하는 작업이다.

2000년대 이전의 피겨에선 원곡을 툭툭 잘라 썼지만 요즘 피겨 음악은 마치 하나의 곡이었던 느낌을 준다. 예를 들어 김연아가 선곡한 음악 중 2006∼2007시즌 ‘록산느의 탱고‘는 원래 영화 ‘물랑루즈‘ OST로 유명하지만 극중에서 이완 맥그리거가 부르던 주요 멜로디는 아예 들어있지 않다. 또한 도입부와 클라이맥스가 원곡과 전혀 달라 다른 곡처럼 느껴질 정도다.





 

 

김연아가 선곡한 음악 중 가장 압권은 밴쿠버올림픽 시즌의 ‘007 메들리‘와 ‘피아노 협주곡 F장조‘다. 쇼트프로그램 ‘007 메들리‘의 경우 007 시리즈 전체를 관통하는 특유의 선율과 4편의 007 영화 주제가를 2분40초 안에 압축해 담았다. 그리고 프리스케이팅에 사용된 조지 거슈인의 ‘피아노 협주곡 F장조‘는 원래 29분 길이인데, 1악장과 3악장을 편집해 4분10초로 만들었다. 클래식에 정통한 팬이 아니라면 마치 처음부터 하나의 곡으로 생각할 만큼 기승전결 구도를 가진 것이 특징이다.

피겨 음악은 원곡이 같아도 편집이 어떻게 되느냐에 분위기가 완전히 바뀐다. 실례로 아사다 마오(일본)가 밴쿠버올림픽 프리스케이팅에 사용한 라흐마니노프의 전주곡 ‘종‘은 같은 테마가 병렬적으로 반복되는 편곡으로 단조롭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연아의 안무를 전담하는 데이비드 윌슨과 함께 작업하는 사람은 피겨 음악 편집의 대가인 휴고 쉬나르다. 캐나다 아이스댄싱 국가대표였던 쉬나르는 1994년부터 피겨를 위한 음악 디자인을 해왔다. 윌슨은 그를 "대단한 음악적 감각과 무한한 음원을 가진 천재"라고 여러 차례 칭찬했다. 현재 김연아를 비롯한 정상급 피겨 선수들이 사용하는 음악의 상당수가 그의 손을 거쳤다.

김연아의 ‘007 메들리‘의 경우 윌슨으로부터 선곡 아이디어와 안무 콘셉트를 들은 쉬나르는 체코의 프라하 시립 필하모닉이 007 영화 시리즈 전편의 음악을 연주한 음원을 찾아냈다. 당시 영화 1편당 3∼4곡의 테마곡이 녹음돼 모두 59곡이 있었다. 윌슨은 59곡을 모두 듣고 마음에 드는 10개의 곡을 골라냈다. 이후 쉬나르는 10개 곡에서 추려낸 29개의 부분을 10분으로 만든 뒤 다시 5분 정도의 버전으로 고쳤다. 이후 2분40초짜리 최종 음악이 나올 때까지 13개의 버전이 만들어졌고, 안무에 따른 김연아의 움직임에 맞춰 선율 사이의 전환을 다시 40번 정도 수정했다. 윌슨은 올림픽이 끝난 후 김연아가 세계 신기록을 세울 수 있었던 안무의 공을 그에게 돌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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