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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삐'는 박지성만 잡을 수 있다
출처:MK스포츠|2014-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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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2~3일 만에 벌어진 일이다. 홍명보 국가대표팀 감독이 박지성을 직접 만나보겠다고 말한 것은 8일이고, 이제와 고백하건대 사실 박지성에 대한 염두는 감독 취임 때부터였다 라고 말한 것은 9일이다. 이틀 만에 엄청난 파장이 축구판을 강타했고 순식간에 박지성은 대표팀에 복귀하는, 혹은 복귀해야하는 흐름으로 바뀌었다.

한국 축구사에 흔치 않은 ‘영웅 캐릭터’인 박지성이 다시 한 번 태극마크를 달고 월드컵을 누빌 수도 있다는 상상에 팬들의 반응도 뜨겁다. 복귀했으면 싶은 바람들이 점점 커져 복귀를 기정사실로 보고 있으며, 혹여 복귀하지 않으면 실망할 것 같은 기세다. 그 수위마저 지나친다면 박지성을 탓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박지성 복귀설’을 지켜보며 가장 불편했던 것이 바로 이런 ‘기류’다.

홍명보 감독과 박지성 사이의 사전교감이 있었는지는 모를 일이나 제대로 ‘서프라이즈’였다. 지난해 여름 대표팀 사령탑 부임 후 줄곧 없는 선수를 가지고 왈가왈부하는 것을 자제했던 차가운 현실파 홍명보 감독의 입에서 박지성이라는 단어가 나올 것이라는 예상은 흔치 않았다. 



“대표팀 복귀를 권유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박지성의 생각이 무엇인지 직접 들어보겠다는 것”이라 에둘러 말했으나 누가 봐도 복귀를 종용하겠다는 뜻이다. 월드컵을 6개월 앞두고 있는 시점에 박지성이라는 조심스러운 화두를 국가대표팀 사령탑이 직접 꺼내들었다. 홍명보 감독은 오는 3월 박지성을 만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옥석가리기를 정리하고 진짜 베스트 멤버를 짜야하는 때다. 앞뒤로 아주 적절한 타이밍에 카드를 뽑았다.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다르겠으나, 개인적으로는 많이 놀라웠다. 박지성의 영향력을 모르는 바 아니나 이 정도까지 ‘환호’에 가까운 반응 일색일 것이라고는 예상치 못했다. 너무 쉽게 사용했던 단어이지만 과연 ‘아이콘’이라 부를 수 있는, ‘우상’이라 표현됐던 인물들의 힘이란 상상 이상이라는 것에 새삼 놀랐다. 안타까운 것은 그 환호로 인해 박지성을 아끼는 마음 혹은 한국축구의 미래를 걱정하는 마음에 복귀를 반대한다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마치 ‘애국의 길’에 어긋난 것인양 매도당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들도 박지성을 사랑하기에 스스로의 선택에 의해 물러난 것을 번복하지 말게 하자 주장하는 것이며, 그들도 박지성을 아끼기에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떠밀리듯 복귀하는 모양새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조언하는 것인데 큰 흐름에 휩쓸려 묻히고 있다. ‘박지성이 없는 박지성 복귀론’의 가장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박지성이 대표팀으로 돌아온다면 분명 장단점이 있을 것이다. 기존 선수들에게는 없는 풍부한 경험과 리더십 등으로 정리될 수 있는 장점과 예전 같지 않은 기량과 실패했을 시의 잃어버릴 다양한 것들이 우려되는 단점은 일일이 언급하지 않아도 팬들도 많이 알고 있다. 문제는, 그 플러스와 마이너스의 충돌이 +를 가리킬지 -쪽에 있을지는 대회가 끝나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모든 이들이 각자의 지레짐작으로 확률 싸움을 하고 있을 뿐 결과는 박지성도 홍명보 감독도 모른다. 때문에 더더욱 판단은 박지성의 몫이 되어야한다.

지금껏 축구 관계자와 팬들은 박지성의 은퇴 결정을 존중하는 쪽이 다수였다. 여전히 좋은 퍼포먼스를 보이고 있기에 아쉬움이 있을 뿐, 박지성이 대표팀에서 물러났다고 비난하는 일은 드문 경우였다. 순리대로 함께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솟구친 화두와 함께 은연 중 각자의 ‘의견’을 담기 시작했다. 박지성의 뜻에 따르자던 목소리 속에 어느새 각자 위치에서 필요한 바람 혹은 욕심들이 섞이기 시작했다.

여론몰이까지는 무리가 있으나 분명 지금은 고삐를 다른 사람들이 쥐고 있는 형국이다. 바람직하지 않다. 어느 쪽을 선택하든, 적어도 결정은 박지성이 내리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박지성이 장고 끝에 선택한 은퇴 결정을 다른 사람들이 고삐를 쥐고 흔들어 방향을 바꾸는 것은 모양새도 좋지 않고 나중의 결과도 위험할 수 있다.

10일, 한 축구 행사장에서 박지성의 오랜 동반자인 이영표를 만났다. 엘리베이터 안에서의 짧은 시간 동안 진지함 반 가벼운 반으로 박지성 복귀에 대한 의사표명을 부탁했다. 이영표는 특유의 웃음과 함께 짧고 굵게 답했다. “지성이의 의사가 가장 중요한 것 아니겠습니까.”

우문현답이다. 가장 중요하기도 하고, 당연해야하는 것이기도 하다. 지금 문제의 고삐는 오직 박지성만이 잡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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