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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였다면 지금도 투수했을 것”
- 출처:일간스포츠|2014-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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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신수(32·텍사스)는 꽤 피곤해 보였다. 틈나는 대로 아이스 라떼를 마셨다. 귀국 후 그는 10분 단위로 시간을 쪼개 쓰고 있었다. 추신수는 "지금 운동을 시작해야 할 시기다. 여러 행사에 참가하고 지인들을 만나고 있지만 사실 가시방석에 앉아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올 겨울 추신수는 메이저리그 텍사스와 7년 총액 1억3000만달러(약 1380억원)에 FA(프리에이전트) 계약했다. 그러나 성공의 기쁨을 느낄 여유가 없다. 대박을 터뜨린 뒤 더욱 바빠진 추신수를 9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단독으로 만났다.
-축하를 많이 받았겠다.
"나를 아는 분들은 똑같이 말씀하신다. ‘네가 노력한 만큼, 고생한 만큼 결실을 맺었다‘고. 팬들과 지인들에게 신세를 많이 졌기 때문에 여러 행사를 통해 보답하고 있다. 예년엔 지금쯤 훈련을 시작했다. 마음이 급하긴 하다."
-남이 큰 돈을 벌면 배 아파 하는데, 사람들이 이번 FA 계약엔 그렇지 않더라.
"내가 마이너리그에서 고생한 걸 알아주시기 때문인 것 같다. 하루하루 힘들었던 시절을 아시기에 대리만족을 하시는 건 아닐까."
-대형 계약 이후 뭐가 달라질까.
"지금까지는 매일 스트레스를 받았다. 내가 실패하면 가족을 부양할 수 없으니까. 더스티 베이커 신시내티 감독님이 ‘이제 (돈에 연연하지 말고) 아마추어 때처럼 즐겁게 야구 하라‘고 말씀하셨다. 그러려고 노력을 하겠지만 내 습관을 버리진 않을 것이다. 가장 먼저 야구장에 가고, 가장 열심히 뛰는 것 말이다. 그게 내가 야구를 대하는 자세다."
-아내 하원미씨의 내조도 조명받고 있다.
"영어 한 마디 못하고 운전도 못하는 여자가 나 하나 믿고 미국에 왔다. 12년 동안 얼마나 힘들었겠나. 열흘씩 원정을 나가면 혼자 아이들과 씨름해야 한다. 무빈이를 낳고 산후우울증을 겪은 걸 나는 3년 후에 알았다. 아이들이 응급실에 실려가도 몇 달 지나야 얘기했다. 내가 걱정할까봐, 야구에만 집중하지 못할까봐 항상 배려하고 희생한다."
-부부싸움은 안 하나.
"그렇다. 음…, 아내가 그러더라. ‘자기가 아무 것도 가진 것 없이 막일하는 사람이라도 난 자기를 지금처럼 사랑했을 것‘이라고."
-이제 부자가 됐으니 선물을 해야겠다.
"마침 아내 생일도 다가와 뭘 갖고 싶냐고 물어봤다. 다 필요 없다더라. ‘우린 이제 집도 있고 차도 있다. 차라리 한국에 가서 어려운 분들 도와주자‘고 했다."
-성공을 향한 강한 집념이 오늘의 추신수를 만든 것 같다.
"어릴 땐 외삼촌(박정태 전 롯데 코치)을 동경했다. 악바리 같은 근성, 그게 참 멋있었다. 외삼촌처럼 나도 롯데에서 뛰는 걸 꿈꾸며 정말 죽어라 노력했다. 그런데 부산고에 다닐 때 박찬호 선배님이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는 걸 보고 더 큰 목표를 갖게 됐다."
-아버지(추소민씨·62)도 만만치 않은 분이다.
"아버지도 운동(복싱·육상)을 하신 분이라 어릴 때부터 날 강하게 키우셨다. 야구 하면서 2등이나 3등상을 타오면 트로피를 내다 버리셨다. ‘공부하면 1등이 아니어도 살 길이 있지만 운동에선 2등이 필요 없다‘고 호통치셨다."
-만약 국내에서 뛰었다면.
"아마 지금도 투수를 하고 있었을 것이다. 열심히 했겠지만 지금처럼 하진 못했을 거다. 항상 목표를 크게 잡았기 때문에 더 노력할 수 있었다."
-미국에 가서 타자로 전향했고, 타순·포지션도 자주 바뀌었다.
"텍사스에선 좌익수를 봐야 할 것 같다. 대형계약을 했으니 익숙한 포지션을 고집할 수도 있겠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우선 어떤 역할도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고, 팀을 위해 기꺼이 내가 양보할 수 있다. 우익수를 보다가 신시내티에서 중견수를 본 것이 FA 계약에도 좋은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
메이저리그에서 외야 전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선수는 드물다. 클리블랜드에서 우익수·3번타자로 뛰었던 추신수는 2013년 신시내티로 트레이드된 후 중견수·1번타자로 옮겼다.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추신수의 적응력과 희생정신을 높게 평가했다.
-앞으로 어떤 야구를 꿈꾸는가.
"월드시리즈 우승을 정말로 하고 싶다. 난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 회원이 될 실력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할 수 있는 기록(시즌 3할-20홈런-20도루)을 이어가며 아시아 타자로서 최고 기록을 세우고 싶다. 현재까지 통산 104홈런-105도루를 기록했는데 스즈키 이치로의 기록(111홈런-472도루)을 넘어 200홈런-200도루, 나아가 300홈런-300도루를 욕심내겠다."
-청소년 대표 동기인 이대호(일본 소프트뱅크)·김태균·정근우(이상 한화)도 각자 성공했다.
"아, 먼저 올해 인천 아시안게임에 나가지 못해 너무 죄송하다는 말을 해야겠다. 메이저리그 시즌 중 열리는 대회라 참가가 어렵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 덕분에 병역혜택을 받은 내가 도움이 되지 못했다. 그러나 기회는 많이 있을 것이다. 힘이 떨어지기 전에 친구들과 대표팀에서 다시 만났으면 좋겠다. 2017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선 가능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