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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널 5차전, 조던에 무슨 일이?
출처:루키|2014-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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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기억 속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된 명장면은 각기 다를 수 있다. 혹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을 수도 있을 것이다. 2014년 새해를 맞아 ‘농구황제’ 마이클 조던에게 가장 의미 있었던 경기, 혹은 그의 팬들과 NBA, 더 나아가 세계농구계에 가장 잊히지 않는 멋진 경기들을 찾아 소개하는 지면을 마련해보았다. 첫 번째 코너는 1997년 파이널 5차전에서 펼친 그의 눈물겨운 투혼 스토리다.

필자가 기억하는 NBA 스타들의 명언 가운데 최고는 바로 줄리어스 어빙의 멘트다. "프로란, 언제나 최선을 다해야 하는 사람이다." 농구선수도 인간이다. 사업이나 집안일 때문에 집중이 잘 되지 않을 때도 있다. 집안일도 가지가지다. 연인, 부모님, 아이가 아플 때는 온통 다른 생각뿐이다.

가정불화나 사업실패도 마찬가지. 팬들이 알지 못하는 또 다른 슬럼프의 요인이다. 코트에 들어선 이상 플레이에만 집중하겠다는 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들도 사람이니 말이다. 하물며 아플 때는 어떨까? 지금 소개하는 조던의 일화는 그의 경쟁심을 더욱 전설적으로 포장해주는 대단히 유명한 이야기다. 당시의 기억을 떠올리며 다시 한 번 그 경기를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그도 사람이었다
타임아웃이 요청되자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동생 스카티 피펜의 부축을 받고 간신히 벤치로 돌아오는 그는 이미 정상의 상태가 아니었다. 반쯤 눈이 풀린 채 축 쳐진 모습. 평소 팬들이 기억하는 조던의 모습과는 정반대였다. 지독한 몸살감기에 걸려 경기 출전여부조차 알 수 없었던 상태에서 그는 파이널 경기를 소화해내고 있었다. 

조던은 결코 쉴 수 없었다. 이 경기는 정규시즌 82경기 중 하나가 아니라, 역사에 이름을 남길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시리즈 가운데 한 경기였기 때문이다. 조던은 5차전을 앞두고 이 경기를 패한다면 시리즈 승산이 줄어들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불스는 칼 말론의 실수 덕분에 1차전을 이겨 분위기를 올렸고 2차전에서는 다시 무서운 기세로 재즈를 초반부터 압도하면서 우승에 한 걸음 다가가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3, 4차전의 패배는 불스를 어려운 자리로 몰아넣었다. 시리즈 전적 2승 2패. 5차전을 내준다면 델타센터에서만 3연패하고 홈으로 돌아가는 셈이었다. 물론 그 시즌 유나이티드 센터에서 불스가 보여준 저력은 무시할 수 없었기에 장기적으로는 6, 7차전까지 계산할 수 있었겠지만 조던의 불스는 반드시 5차전을 잡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경기"라는 말을 되풀이하며 말이다. 

그러나 하늘은 조던을 쉽게 돕지 않는 듯 했다. 고열에 구토가 심해지면서 그를 아예 침대에 눕혀버렸기 때문이다. 조던은 참다못해 오밤중에 불스 담당 의사를 불러 치료를 받기도 했다. 밤새 뒤척이며 아파했던 그를 보며 불스 관계자들은 그가 뛰지 못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오전연습도 아예 빠졌다. 하지만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죽기보다 지는 것을 싫어한 조던의 의지가 확고했으니 말이다.

조던, 초인이 되다
동료들도 조던이 주전라인업에 이름을 올리자 많이 놀라는 눈치였다. 경기 시작 3시간여를 앞두고 조던을 본 스카티 피펜은 "유니폼을 입은 것조차도 놀라웠다. 조던은 정말 좋지 않아 보였다. 그것도 아주 많이"라 고백했다. 룩 롱리는 "일어서는 것조차 힘겨워했다"고 덧붙였다.

예상대로 1쿼터에 조던은 거의 힘을 쓰지 못했다. 2쿼터에 이르자 점수 차는 16점차로 벌어졌다. 이대로라면 재즈의 승리가 확실했다. 조던도 이를 눈치 챘을까. 2쿼터부터 훨훨 날기 시작했다. 마치 에너지를 충전하기라도 한 듯 예전의 조던으로 돌아가 2쿼터에만 17점을 몰아넣었다. 다시 봐도 그게 정말 가능한 일인지 궁금해진다. 경기 후 조던은 이를 ‘의지‘라 표현했다.

3쿼터에 주춤했던 조던이지만 4쿼터 초반, 그는 토니 쿠코치와 함께 연달아 3점슛을 퍼부으며 불스의 추격을 끌어냈다. 이윽고 77-77로 동점이 됐고 조던은 브라이언 러셀을 앞에 두고 중거리슛을 성공시켜 79-77로 기어코 경기를 역전시켰다. 전반전 분전을 ‘의지‘라 표현했던 조던은 4쿼터 활약에 대해 "나도 어떻게 에너지를 다시 얻었는지 모르겠다"고 표현했다.

경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종료 3분여를 남기고 존 스탁턴이 3점슛을 꽂아 유타는 84-81로 달아났다. 이어 조던이 2점슛으로 화답했다. 승부는 종료 26초를 남기고 기울어졌다. 85-85로 다시 동점을 이룬 상황에서 조던은 피펜으로부터 패스를 받아 3점슛을 성공시켰다. 4쿼터 15점째이자 승부에 사실상의 쐐기를 박는 득점이었다. 이후 경기는 일사천리였다. 의외의 인물들이 득점을 꽂은 가운데 불스는 룩 롱리가 덩크를 성공시켜 90-87로 승부를 결정지었다.

조던은 비로소 초인에서 다시 사람으로 돌아왔다. 무려 44분이나 코트에서 보낸 채 말이다. 힘겨운 상황에서도 그는 공격 리바운드를 잡기 위해 순간적으로 움직였고, 또 중요한 슛을 성공시키는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했다. 무려 38점을 기록하며 말이다.



조던의 희생양이 된 러셀
모두가 브라이언 러셀하면 1998년에 ‘The Shot‘을 허용한 불운한 인물로 기억하지만 이때도 러셀의 미스가 있었다. 경기막판 스코어를 88-85로 만든 조던의 극적인 3점슛은 사실상 러셀의 판단미스가 만들어낸 것이었다. 그는 조던이 피펜에게 패스하자 재빨리 피펜에게 더블-팀을 갔다. 그러자 피펜이 곧바로 조던에게 볼을 건넸고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제리 슬로언 감독도 "조던을 혼자 둬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며 한탄했지만 이미 때는 늦은 뒤였다.

조던은 경기 후 "내 생애 가장 힘들었던 게임이었다. 숨조차 쉴 수 없었다. 입은 계속 타들어 갔다" 고 말했다. 5차전을 이긴 불스는 6차전에서도 스티브 커의 극적인 3점슛으로 승리하며 통산 5번째 타이틀을 따냈다. 파이널 MVP는 두 말 할 나위 없이 조던의 차지였다. 훗날 조던은 이 경기를 치르면서 은퇴할 시기가 머지않았음을 느꼈다고 한다.

그러나 경기만 놓고 보면 그는 절대 아파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데니스 로드맨이 무릎, 스카티 피펜이 다리 부상으로 기동력이 예전 같지 않았을 뿐이었다. 경기 후 그는 한 마디를 남겼다. "열정이 있으면 다 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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