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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얀을, 따바레즈를, 마토를 또 볼 수 있을까?
- 출처:베스트 일레븐|2013-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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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K리그 외국인 선수 중 가장 많은 골을 넣은 공격수.” 2013시즌을 끝으로 FC 서울을 떠나 중국 슈퍼리그(장쑤 세인티)로 이적하게 된 데얀을 설명할 수 있는 한마디다. 데얀은 수년 전부터 중국을 비롯한 유수의 해외 클럽으로부터 러브콜을 받다가 끝내 이적했다. K리그에 머문 여덟 시즌 동안 3년 연속 득점왕, 외국인 선수 최다 골 등 숱한 기록을 남긴 데얀은 우리 프로축구 역사상 가장 뛰어난 공격수라 평가해도 문제없을 정도다.
데얀이 떠나면서 K리그에서 활약 중인 외국인 선수들의 수준이 하향 평준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아니 현재로선 단순한 우려에 그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K리그는 물론이고 아시아 어디에 내놔도 손색없던 우리 프로축구 내 외인 플레이어들의 기량이 조금씩 쇠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나마 훌륭한 기량을 발휘하던 이들도 대부분 새로운 둥지를 찾아 떠날 것으로 보인다.
2013시즌을 돌이켜 생각하면 외국인 선수들의 기량 하향세가 더 두드러진다. 지난 시즌 K리그에서 활약했던 외국인 선수들 중 칭찬할 만한 활약을 펼친 이는 서울에서 뛰던 외국인 선수들, 제주 유나이티드에서 머물렀던 페드로, 전북 현대의 케빈·레오나르도 정도를 꼽을 수 있다. 수원 삼성에 속한 정대세는 기대만큼 빛나지 않았고, 울산 현대의 하피냐와 마스다는 제 몫을 해준 수준이다. 팀 성적은 물론이고 리그 판도를 좌지우지할 수 있을 만큼 능력자는 없었다.
2000년대 초·중반 K리그에서 가장 위협적 공격수였던 나드손과 모따, 2005년 울산의 창 구실을 대단히 잘 소화했던 마차도, 2006년 대전 시티즌을 이끌며 매서운 맛을 보여준 슈바, 2007년 파리아스 전 포항 감독과 함께 돌풍을 일으켰던 따바레즈, 같은 해 경남 FC가 도민 구단의 한계를 딛고 전진케 한 까보레, 2008년 수원에 우승 트로피를 선사했던 ‘통곡의 벽’ 마토 등 K리그에는 팀 전력에 대단히 큰 비중을 차지하는 외국인 선수들이 많았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오래 머물지 못한 채 돈의 흐름을 찾아 떠났고, 이후로는 이들을 대체할 만한 외국인 선수들을 발굴하지 못하며 판이 약해졌다.
이런 외국인 선수들의 하향세는 포항 스틸러스가 단 한 명의 외인 플레이어 없이 K리그 클래식정상에 서는 단초를 제공했다. 포항은 국내 선수들로만 올 시즌을 치렀고 마침내 정상에 올랐다. 그들이 팀으로 발휘한 기능이 대단했던 탓도 있지만, 그 이면에는 우승 경쟁 팀 외국인 선수들의 활약이 미미했던 이유도 적잖다. 만약 울산을 비롯해 전북·수원 등 우승 후보들에 다른 팀이 두려워할 만한 외국인 선수들이 포진해 있었더라면 리그 판도는 달라질 수 있었다.
국내로 유입되는 외국인 선수들의 기량이 떨어지는 게 K리그 내부에서 발생한 문제 때문만은 아니다. 4~5년 전만 하더라도 수급이 쉬웠던 브라질 출신 선수들은 좀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중국이나 중동으로 이적하고 있고, 그보다 좀 더 레벨 높은 선수들은 돈은 물론 축구 외적 인프라가 훌륭한 일본을 선호하는 실정이다. 믿고 쓰는 브라질산 선수들을 데려올 수 없게 되자 그나마 몸값이 저렴한 호주나 동유럽으로 눈길을 돌렸으나 이제는 그마저도 녹록지 않게 됐다. 수준급은 고사하고 한 시즌 쓸 만한 외국인 선수를 영입하는 것조차 어려워진 것이다.
물론 외부 요인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내부 요인도 있다. 특히 한국프로축구연맹에서 시행한 연봉 공개 파장이 컸다. 연맹이 각 팀의 연봉 총액을 공개한 후 기업 구단들은 외부 시선을 의식해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섰다. 이로 말미암아 높은 연봉을 지급해야 했던 외국인 선수들을 떠나보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시즌 중 스테보와 라돈치치 등 거물급 외인 플레이어를 모두 보내야 했던 수원이 대표적이다. 전북도 ‘녹색 독수리’ 에닝요를 보내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이렇게 국내에서 활약하는 외국인 선수들의 수준이 떨어지는 흐름은 당분간 쉽게 깨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 시장의 팽창 등 외부 요인이 여전한 위력을 발휘하고 있고, 팀 연봉 총액 공개에 이어 개인 연봉 공개까지 추진하고 있는 프로연맹의 개혁 의지가 굳건한 까닭에서다. 더불어 오랜 한파가 지속되고 있는 국내 경제 사정마저 개선 여지가 크지 않다. 리그 판도를 좌우할 외국인 선수를 만나는 게 쉽지 않은 이유들이다.
훌륭한 외국인 선수의 활약은 보는 즐거움을 배가시킨다. 더불어 국내 선수들에게 좋은 학습 효과도 제공한다. 물론 지나치게 많은 숫자는 국내 선수들의 성장을 가로막기도 하지만, 적절한 수의 외국인 선수들은 단점보단 장점을 더 많이 발휘한다. 우리는 다시 데얀·따바레즈·마토와 같은 빼어난 외국인 선수들을 만날 수 있을까? 환경을 개선하고 리그 수준을 높이려는 모두의 동반 노력 없이는 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