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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스타전은 이제 그만…높아진 눈높이 맞춰라
- 출처:점프볼|2013-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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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들의 축제 프로농구 올스타전이 열린다. KBL은 22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2013-2014 KB국민카드 프로농구 올스타전을 개최한다.
올스타전은 프로농구의 축제다. 10개 구단 최고의 기량, 최고의 인기를 자랑하는 선수들이 한데 모이기 때문이다. 각기 다른 팀 스타플레이어들이 모여 있는 장면 자체만으로도 팬들의 흥미를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한데 최근 들어 올스타전에 대한 관심과 기대치가 점점 줄고 있다. 예전 같지 않다. 올스타전이 여러 차례 팬들을 실망시켰기 때문이다.
가장 큰 이유는 볼거리의 부재다. 올스타전에서 팬들이 갖는 가장 큰 기대는 선수들의 맞대결이다. 양동근, 김선형, 조성민, 이승준, 김종규 등 프로농구를 대표하는 최고의 선수들의 맞대결이 어떨지 궁금해 한다.
김선형의 전광석화 같은 플레이, 김종규, 이승준의 화려한 덩크쇼, 조성민의 정확한 3점슛, 양동근과 김선형의 가드 대결, 김종규와 오세근의 라이벌 매치, 외국선수들의 현란한 플레이 등 그런 플레이를 종합선물세트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올스타전을 기대하는 것이다.
하지만 올스타전에서 그런 치열한 대결구도가 나오지 않는다. 선수들이 플레이를 설렁설렁하기 때문이다. 2000년대 들어 올스타전의 분위기가 바뀌었다. 보여주기 식 올스타전에 지나지 않는다.
화려한 덩크슛을 터뜨릴 수 있는 선수 외에는 보여줄 게 없다. 가드들은 드리블을 좀 치다 코트를 건너와 공을 건네주는 게 전부다. 슈터들은 3점슛만 쏜다. 그마저도 잘 들어가지 않는다. 이런 경기를 돈 내고 와서 보라는 건 관중 모독이다.
수비를 대충하니 박진감이 전혀 없다. 화려한 덩크슛을 터뜨릴 수 있는 이승준이나 외국선수들 외에는 보여줄 게 없다. 그나마 과거 김승현처럼 화려한 패스를 보여줄 선수도 없다.
국내 선수들은 어릴 때부터 정형화된 플레이에 익숙해져 있다. 렉스로우 드리블, 비하인드 백패스는 건방져 보인다는 이유로 하지 않다 보니, 화려한 플레이에 둔감하다. 그렇게 농구를 해오다 보니 막상 올스타전을 한다고 해도 보여줄 게 없는 것이다. 자칫 멋진 플레이를 시도하다가 실책이라도 나오면 감독의 레이저를 맞아야 한다. 이런 보수적인 환경 탓에 많은 팬들 앞에서 화려한 플레이를 하고, 쇼맨십을 보여주는 게 익숙하지 않다.
올스타 팬 투표 1위를 차지한 양동근은 “보여주고 싶어도 보여줄 게 없다. 워낙 화려한 플레이와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선수들도 올스타전에 관해서 열심히 하자는 얘기는 한다. 워낙 익숙하지 않은 환경이다 보니 낯설어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팬들의 눈을 사로잡지 못 한다면 열심히라도 뛰어야 한다. 애초에 국내 프로농구에서 NBA급 플레이를 바라는 팬들은 없다. 그저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역량만큼을 보여주기를 원한다.
하지만 그마저도 안 나오는 것이 문제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50%의 적극성밖에 보이지 않는다.
이유로는 ‘부상’을 든다. 자칫 무리한 플레이를 펼치다 부상이 나오면 정규리그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감독과 구단은 물론, 선수들도 자제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굳이 올스타전 같은 자리에서 최선을 다 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부상이 문제라면 올스타전을 열 필요가 없다. 왜 굳이 팬들이 비싼 돈을 지불해가며 올스타전을 보러오는지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팬 없는 프로는 있을 수 없다. 하지만 한국프로스포츠는 팬을 위하는 의식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개인, 팀을 생각하고, 주위 눈치를 보는 경향이 강하다. 그것은 곧 자기들만의 리그로 향하는 지름길이다.
NBA 올스타전을 보면 화려한 플레이가 속출한다. 그렇다고 그들이 대충 수비를 하는 것은 아니다. 기본적인 수비는 한다. 아무리 화려한 플레이도 상대가 막을 의사가 없다면 결코 빛날 수 없다. 선수들이 올스타전에서 유념해야 할 부분이다.
선수들만의 잘못이 아니다. 올스타전 같은 자리, 축제의 장에서 어떤 생각을 가지고 플레이해야 하는지, 어떤 자세로 임해야 하는지, 어떤 매너를 보여야 하는지 가르쳐주는 건 어른들, 즉, KBL, 구단의 몫이다. 그러한 환경을 만들어주고 선수들을 뛰게 해야 한다.
KBL은 올스타전 전날 무빙올스타를 기획해 팬들과 올스타들의 만남을 주선하고 있다. 팬과의 만남은 올스타전 홍보를 위해 도움이 되는 부분이긴 하나, 올스타전 경기력 발전을 위한 노력이 없는 것이 아쉽다.
NBA는 올스타전 전에 선발된 선수들끼리 합동훈련을 갖는다. 그만큼 올스타전 경기력을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코트에서 적으로 만났던 선수들끼리 좋은 플레이를 펼치기 위해선, 한 번이라도 호흡을 맞춰보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KBL은 그러한 노력이 없다. 구단들은 올스타 브레이크 이후 경기를 준비하며 열을 올리고 있고, 훈련에 지친 선수들은 제발 하루만이라도 쉴 수 있는 날이 생기길 기다리고 있다. 올스타전을 준비하는 노력이 부족한 것이다. 이 역시 성적우선주의가 가져온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자신들의 팀 성적이 더 중요할 뿐, 어떻게 해야 프로농구의 흥행, 그리고 팬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지를 생각하지 못 한다. 안타까울 뿐이다.
이번 올스타전에 참가하는 대학올스타 선수들은 올스타전을 하루 앞둔 19일 합동훈련을 갖는다고 한다. 보다 멋진 플레이를 보여주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이다.
또 다른 이유로는 기획력의 부족이다. 올스타전의 꽃은 덩크 콘테스트라고들 한다. 선수들의 운동능력을 통해 가장 화려한 플레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허나 덩크 콘테스트는 매년 가장 많은 욕을 먹는 이벤트 중 하나다.
기획력에 문제가 있다. 선수들에게 충분한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보통 본 경기 하프타임에 결선이 치러지는데 선수들에게 멋진 덩크슛을 보여줄 충분한 시간이 주어지지 않는다.
기존 올스타전 덩크 콘테스트에선 50초에 2번의 덩크 기회가 주어졌다. 예년에 비해 웬만한 덩크는 팬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기 때문에, 점차 기발하고 규모가 큰 덩크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50초의 시간 동안 그런 덩크슛을 보여주기는 쉽지 않다. 지난 해 덩크 콘테스트 우승자 후안 파틸로도 시간에 쫓겨 멋진 덩크슛을 보여주지 못 했다. 덩크 머신인 그가 빈스 카터급 덩크를 성공시켰더라면 시청률 상승에도 한 몫 했을 것이다.
덩크 콘테스트는 팬들의 관심도로 보면 본 경기 못지않은 비중을 차지하는 이벤트다. 그런 점에서 덩크 콘테스트를 잘 기획한다면 보다 큰 관심을 얻을 수 있다.
올 시즌은 다행스럽게도 덩크 콘테스트에서 시간제한이 폐지됐다. 참가선수들 모두에게 시간제한 없이 2회씩의 기회가 주어진다. KBL 관계자는 “선수들로부터 시간이 촉박하다는 의견이 많아 시간제한을 없앴다. 방송국에서도 덩크 콘테스트에 대한 관심이 높기 때문에 협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시간의 제약이 없어진 만큼 선수들의 보다 멋진 덩크슛이 많이 나오길 기대한다.
올 해 처음으로 시도하는 대학올스타와 루키올스타의 맞대결은 참신한 기획으로 보인다. 2시즌이나 진행한 레전드 올스타전보다 훨씬 낫다.
사실 지난 시즌이 이러한 기획을 하기에 최고의 시점이었다. 경희대 빅3와 이종현, 이승현 등이 한 팀이 돼 올스타전에 나왔다면 대학농구의 진면목을 보여줄 수 있었을 것이다. 이번엔 프로가 된 경희대 빅3와 고려대 이종현, 이승현의 재회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김민구가 부상으로 출전이 불투명한 점은 아쉽다.
매년 열리는 올스타전은 칭찬보다는 비판의 목소리를 더 많이 듣고 있다. 이제는 바뀔 때도 됐다. 점점 높아져가는 팬들의 눈높이에 맞춰야 할 때다.
KBL의 기획력, 구단의 협조, 그리고 선수들의 적극적인 참여 등 3박자가 갖춰져야 한다. 이번 올스타전만큼은 팬들을 실망시키지 않는 올스타전이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