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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예체능 무엇을 전달했나
출처:점프볼|2013-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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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지난 10월 초부터 KBS에서 방영 중인 <우리동네 예체능>프로의 농구경기 중계진을 맡고 있다. 기존 프로 및 엘리트 학생선수들의 경기가 아닌 진짜 아마추어 선수들의 경기를 진행하다 보니 어색한 점도 있지만, 나름대로 평생 잊지 못할 좋은 경험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아마도 농구팬들도 매주 화요일 밤마다 같은 느낌을 받고 있지 않을까 싶다.

12월 18일 현재 방송상으로는 예체능 팀이 네 경기를 치른 상황으로 3승 1패를 기록 중이며, 지난 12월 3일 방송분에서는 전주 KCC 이지스 농구단의 허재 감독 및 주요선수들로부터 원 포인트 레슨을 받았다. ‘농구대통령‘ 허재 감독의 등장 덕분에 시청률도 올랐고, KCC 선수들도 검색어 상위권을 차지할 정도로 관심을 받았다. 12월 17일에는 일본팀과의 친선전에서 짜릿한 승리도 거뒀다. 농구라는 종목이 대중에게 더 쉽게 다가가고, 더 많은 관심을 받길 바랐던 팬 입장에서는 바람직한 현상이다.

현재 일정상으로 예체능 팀은 공식적으로는 네 경기를 치렀고, 1월까지 연장되는 등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언제 어떤 식으로 ‘농구‘ 편을 마치든, 앞서 언급했듯 ‘농구‘가 얼마나 재미있고 매력있는 종목인지를 알려줬다는 점에 있어서는 의미 있는 시간으로 남지 않을까 싶다.



1 QTR- 제작진의 선택

농구는 쉬우면서도 어려운 종목이다.

야구나 축구처럼 ‘1점이라도 더 많이 넣으면 승리‘라는 간단한 전제를 갖고 있지만, 요즘 프로농구 감독들의 기본 마인드는 ‘1점이라도 덜 넣게 만드는 것이 승리‘로 바뀌어가고 있기에 더 복잡해지는 느낌이다.

규칙도 복잡하다. 3초룰, 8초룰, 24초룰에 팀 파울과 테크니컬 파울, 속공 파울 등 경기가 중단되는 요인도 다양하다.

뿐만 아니라 생활체육과 남자프로농구, 여자프로농구 중고교 농구, 국제대회, NBA, 심지어는 미국대학농구까지 규칙이 달라 헷갈리는 부분도 있다. 일반인들이 모두 이해하며 보기에는 알쏭달쏭한 점이 많다.

제작진도 애를 많이 먹었다.

“작가들이 공부를 정말 많이 하고 있습니다. 아주 기본적인 것조차 몰랐기에 여러 분들을 만나 조언을 얻기도 하고, 조사도 많이 하고 있죠.”  메인 작가를 맡고 있는 최재영 작가의 말이다. 현장의 작가들은 “몇 번이든 수도 없이 경기를 돌려본다”고 귀띔했다.

농구뿐 아니라 모든 종목을 대하는 그들의 자세는 한결 같다. 최재영 작가는 “그 종목 자체가 재밌게 느껴졌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프로를 보고, ‘아! 나도 하고 싶다!’라는 느낌을 주는 것이 저희 제작진의 목표입니다”라고 말했다.

첫 경기는 10월 9일, 우먼 프레스 팀과 가졌다, 제작진이 중계진에 처음으로 주문한 것은 ‘최대한 쉽게‘였다. 초등학생들이 봐도 이해하기 쉽게 풀어달라는 것인데, 입에 벤 용어들이 많다 보니 여전히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제작진은 농구에 상당히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그리고 진지하게 다가갔다.

첫 중계 때는 필자가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 ‘파울아웃‘을 대할 때처럼 다소 가볍게 다가갔다. ‘예능 프로‘라는 것을 의식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제작진은 ‘농담 자제‘를 요구했다. 경기에 대해서만큼은 진지하게 임해달라는 것이다. 몇 초가 방송에 나가든 설명 자체에는 웃음기를 쫙 빼고 임했다.

스포츠 경기만큼은 ‘NG‘가 없었다. 최근 예능이 그렇듯, 제작진은 공간과 멤버, 상대만 던져줬을 뿐 보이는 그대로를 최대한 화면에 담았다. 동시에 농구 메커니즘에 대한 설명에도 공을 들였다. 이런 부분은 참 고마운 대목이었다.

농구팬들이라면 쉽게 이해할 ‘스크린과 공간창출’의 개념을 예로 들자면, 실제 중계 중에야 ‘스크린을 이용해 찬스를 잘 만들었다‘라는 한 마디면 끝날 수 있지만, ‘농구‘에 아예 관심이 없는 대중들에게 이해를 시키기 위해서는 더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그 역할은 자막과 편집이 맡았다. 세밀한 설명이 필요한 장면에 대해서는 몇 번이고 편집을 통해 내보내는 성의를 보여줬다.

‘재미‘에 관한 부분은 자막과 리액션이 맡았다.

최인선 감독 역시 농구를 쉽게 다가가게 하는 것이 가장 어렵다고 한다.

당장 그에게는 시청자가 문제가 아니라, ‘초짜‘들이 문제였기 때문이다. 줄리엔 강과 서지석 등 농구 마니아가 있는 반면, 농구공을 처음 잡아봤다는 강호동을 비롯해 몇몇에게는 ‘왜‘와 ‘어떻게‘에 대해 전달해야 했으니 말이다. 동기부여 측면도 중요했는데, 우지원 코치와 함께 예체능 멤버들의 특성을 잘 살리는 데 있어 고민이 많았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그는 이제는 선수들이 많이 발전해주고, 열심히 따라와줘서 만족스럽다고 말한다.

“농구라는 것이 어떤 운동인지 보여주고 싶었어요. 결코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했어요. 부족하면 부족한대로 즐길 수 있게끔 유도했죠. 못해도 얼마든 장점을 활용해 즐길 수 있고, 잘 하는 사람은 잘 하는 대로 분위기를 끌고 갈 수 있게끔 말이죠. 그렇게 다섯 명이 조화를 이루어 경기를 치른다는 것, 이게 진짜 농구의 멋이잖아요. 물론, 이 때문에 경기는 아슬아슬합니다만, 그래도 남은 기간에도 그런 쪽으로 하려고 합니다.” 최인선 감독의 말이다.

최인선 감독은 “선수들이 이제는 다이어그램을 이해해요. 처음에는 이 작전을 어떻게 그려서 설명해야 하나 걱정도 했거든요. 물론, 100% 이해하는 정도는 아니지만, 잘 따라오고 있죠. 대견해요”라고 덧붙였다.

사실, 예체능 프로에서 ‘감독’과 ‘코치’의 개념은 다소 생소했다. 원 포인트 레슨은 전문가로부터 받아봤지만, ‘전속 감독’은 없었다. 최재영 작가는 “농구에서는 감독 시스템이 큰 역할을 했다”고 강조한다.

“우연히 (감독님을) 뵈었어요. 프로그램 공부를 위해 답사를 다니던 중이었죠. KBL로부터도 추천을 받았는데, 연예인 농구단 ‘아띠’의 명예 감독님으로 계시더군요. 프로그램 기획 취지를 설명드렸더니 흔쾌히 수락해주셨습니다. 저희는 단체 종목 이전에는 감독, 코치 시스템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농구에서는 감독의 존재가 중요하더군요. 전술, 전략이 차지하는 비중이 컸으니까요.”

사실, 농구를 좋아하는 이들도 TV로는 패턴을 알아도, 실제 동호회 농구에서 패턴을 접한 케이스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최근 들어 생활체육에도 선수출신들이 늘어나고, 경쟁 수준이 높아지면서 실제 농구 선수 출신들을 코치로 초빙하는 팀도 늘고 있지만, 5년 전만 해도 소위 말하는 ‘패턴‘을 세밀하게 구사하는 팀이 그리 많지 않았다. 국내 생활체육 농구의 ‘대부’격이라 할 수 있는 전국생활체육농구연합회(NABA) 박일룡 사무처장도 “메이저(major) 레벨 정도 아니면 여전히 코치를 두고 있는 팀은 그리 많지 않다”라고 덧붙였다.

최인선 감독은 ‘세퍼트‘ 와 같은 친숙한(?) 용어로 선수들을 이해시키고, 프로그램에 주입시켰다. 그러나 실제 경기를 앞두고 필자에게 던져준 메모장에는 ‘훈련 방향‘, ‘공격 패턴‘, ‘수비 매치업‘ 등 여러 면에 있어 꼼꼼히 준비했다. (여담이지만,  "내가 아직 건강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던 그는 거짓말 안 보태고 딱 30살 어린 필자보다도 체력이 좋아 보였다. 실제로 연예인 농구단의 감독을 맡으면서 종종 경기에도 참여했다는 그는 경기 중 작은 부분도 놓치지 않으며 선수들을 지도했다. 편집되면서 나가진 않았지만 때로는 판정 항의도 불사했다.)

2 QTR- 예체능 팀의 변화



그러나 주변 장치를 떠나 출연진들의 농구 실력이 아니었다면 프로그램은 관심을 끌지 못했을 것이다. 지난 몇 년간, ‘농구‘를 TV에 접목시키는데 있어 관계자들이 가장 우려했던 부분이 바로 부상이었다. 신체 접촉이 많은 경기 특성상 부상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쳣 경기에서 최강창민이 발목을 다쳤고, 서지석 역시 허리 통증 때문에 고생하기도 했다. 그렇다고 대충할 수도 없다. 90년대 마지막 승부가 방영된 이래 비단 농구팬들 뿐 아니라 시청자들의 눈높이는 무서울 정도로 높아졌다. 대충하면 금방 들통난다. 하물며 실제 경기가 가장 큰 소스(source)가 되는 예체능 프로그램 특성상, 선수들의 노력이 필요했다.

하지만 정작 선수들은 부상에 대해서만큼은 전혀 걱정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농구 종목은 자발적으로 오는 케이스가 많았어요. 박진영, 이정진 씨 같이 나중에 합류하신 분들 모두 강한 열의를 보여주셨죠. 다들 농구를 기본적으로 좋아하시고, 또 즐겨오셨기 때문인지 몸을 사린다거나 하는 점은 전혀 보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농구하면 꼭 불러달라’고들 하시죠.” 최재영 작가의 말이다.

초반에 가장 걱정했던 것은 ‘실력’이었다. 선수간의 격차도 컸고, 역할도 모호했다. 특히 강호동이 그랬다. “농구가 몇 명이 하는 지도 몰랐다”는 강호동이었다.

“처음에는 아예 모르셨죠. 본인이 뭘 해야 하는지 걱정이 많았어요. 실제로 학창시절에도 공을 안 잡아봤다고 하더군요. 어렸을 때 씨름 선수들은 신체와 신체가 부딪치는 운동은 절대 하지 말라고 가르침을 받았다고 합니다. 농구나 축구 같은 운동 말이죠. 그런 점에 있어 처음에는 두려움이 많았죠. 제작진에도 ‘내가 뭘 하면 되겠노?’라고 물어봤고요. 하지만 워낙 프로페셔널 하시다 보니 금새 적응하더군요. 지금은 농구를 아주 좋아하게 됐습니다. 이제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 지 알게 됐습니다.”

강호동은 첫 녹화 때만 해도 슛이 잘 날아가지도 않았지만, 3점슛을 악착같이 고집하는(하지만 거의 들어가지 않는) 캐릭터가 됐을 정도로 농구의 재미에 빠져있다. 원래 농구를 좋아했다던 다른 멤버들도 회를 거듭할 수록 실력이 좋아지고 있다. (우지원 코치는 “강호동 선수가 점수를 올릴 수 있게끔 작전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며 “열심히 하는데 빨리 실력이 안 올라와서 본인도 답답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런가 하면 박진영은 예체능을 통해 농구를 더 좋아하고 빠져들게 된 케이스다. 실제 방송 중에서는 ‘동네농구’라는 혹평을 받기도 했던 그였다.

최인선 감독은 “처음에는 본인이 잘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계속해서 농구를 이해해가면서 더 빠져들게 됐죠. 실제로 실력도 많이 좋아졌습니다”라고 평가한다. 우지원 코치는 ‘팀을 이끌려는 주장다운 모습’에 높은 점수를 준다. “(박진영은) 3대3 농구에는 익숙했지만, 5대5 경기는 경험이 부족했던 선수였어요. 하지만 지속적으로 5대5 경기를 하면서 경기를 더 잘 이해하게 됐고, 본인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많이 알게 된 것 같습니다.”

예체능 농구팀에서 실질적으로 팀을 이끄는 선수는 셋이다. 줄리엔강, 서지석, 그리고 뒤늦게 합류한 김혁.

최인선 감독은 줄리엔강을 ‘기둥’이라 표현한다. 기둥이 있기에 실력이 다소 부족한 선수들도 잘 활용할 수 있었다는 것.

우지원 코치는 그 기둥조차도 실력이 늘었다고 평가했다. “처음에는 힘으로만 하는 농구를 했어요. 자리를 잡는 요령이라든지, 인사이드에서의 득점 기술이 부족했죠. 잘 안 될 때면 하이포스트로 나오려는 욕심도 있었고요. 하지만 지금은 자리를 잘 찾아가는 모습이에요.”

우지원 코치가 내려준 또 하나의 과제는 바로 본인보다 키가 큰 센터를 만났을 때의 대처방법이다. “일본 편에서 보셨겠지만, 본인보다 키 큰 선수를 만나면 어떻게 해야 할 지가 과제에요. 여러 슛에 대해서도 강조를 하고 있죠.”

서지석, 김혁의 쌍두마차는 예체능의 검색어와 하이라이트 지분을 상당수 차지한다. 우지원 코치는 “오른쪽 돌파가 상대적으로 많았던 선수였지만, 최근에는 픽앤롤도 배우려고 하고 있고, 가드로서의 역할까지 잘 소화해주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최인선 감독은 이미 예체능 이전에 그를 잘 알고 있었다. ‘아띠’ 멤버로서 서지석을 먼저 만났기 때문. 덕분에 ‘없는 살림’의 초창기에는 서지석을 활용해 위기를 메울 수 있었다.

그런 이들 코칭스태프에게 일명 ‘선출’ 김혁의 합류는 천군만마였다. “동호회 농구에선 활용도가 높은 선수죠. 멋지기도 하고요. 전문적인 관점으로 파고들면 부족한 점도 있지만, 그 선수를 통해서 다른 선수들을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에 저는 만족스러워요. 그런 운동능력을 보여주는 선수들도 찾아보기 힘들죠.” 최인선 감독의 평가다.

이들의 노력 덕분에 시청자들은 발전하는 캐릭터에 빠져들게 됐다. 여기에 최인선 감독이 강조하는 하나의 ‘팀‘으로 거듭나는 과정 역시 보는 이들을 흥미롭게 한다.

상대와 ‘승리‘를 놓고 겨루는 거친 경쟁 속에서 예체능 팀이 보여준 팀워크와 열정은 이 프로그램이 농구팬들에게도 호응을 얻을 수 있었던 또 다른 요인이었다.

최인선 감독은 “존 박, 이혜정, 최강창민 같은 선수들도 정말 열심히 해줬다. 개인적으로는 남은 기간 동안에 이 선수들이 좀 더 돋보일 수 있게 해주고 싶다”라고 목표를 전했다.

우지원 코치도 마찬가지. 그는 선수 면면에 대해 정성 어린 코멘트를 해주었다.

“이혜정 선수는 정말 경기에서 도움이 되고 싶어서 본인이 노력을 많이 했습니다. 점차 자리를 잡아가고 있죠. 존 박 같은 경우는 소극적인 스타일이었는데, 갈수록 적극적으로 해주고 있고요. 최강창민 선수는 발목을 다쳐서 오래 투입하지 못한 것이 아쉬워요. 하지만 일본 편에서 정말 큰 힘이 됐죠. 본인이 공격, 수비에서 재미를 느껴가고 있어서 다행이죠.”

그렇다면 이들의 실제 전력은 어느 정도일까?

NABA의 박일룡 사무처장은 더 연습해서 전국대회에 나간다면, 잘 하면 8강 정도는 들 수 있는 실력이라고 평가했다.



3 QTR - 쉽지 않은 상대들

상대팀들도 인상적이었다. 예체능 프로그램은 농구편을 준비하면서 고민이 많았다. ‘지역별 강자‘들과 맞붙는다는 컨셉트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각 지역의 농구 코트를 섭외해야 하는데 사정이 만만치 않았다. 일반 TV 농구 중계에는 8대 정도의 카메라가 평균적으로 투입된다. 인터넷 중계의 경우 1대에서 4대 정도로 해결될 때도 있다.

하지만 예체능은 출연자별 담당 카메라가 있음은 물론이고, 여러 각도에서 화면을 담아야 하에 최소 20대 이상이 필요하다. 카메라 20대를 수용할 만한 체육관이 전국에 그리 많지 않았다. 프로농구 홈구장은 마침 10월은 프로농구 시즌이 개막하는 기간이었기에 대관이 여의치가 않았다. 게다가 연예인들의 시간 맞추기도 쉽지 않았다.

때문에 대부분의 경기는 고양 오리온스 연습체육관에서 열릴 수밖에 없었다. (첫 경기는 등촌동 88체육관에서 개최됐다.) 이 말인즉, 지방 팀들도 버스를 타고 고양까지 올라와야 했다는 의미다. 어찌 보면 ‘원정‘의 개념이기에 불리한 것이 사실이었다. 또, ‘예능‘답게 경기장에는 늘 화려한 조명이 함께 한다. 관중도 많다. 절대다수의 동호회 팀들에게는 낯선 환경임이 틀림 없다.

이번 녹화를 하면서 2004년 생각이 많이 났다. 게임 채널에서 방영됐던 <프리스타일> 농구게임 프로그램을 진행하던 때였다.

당시에도 조명과 무대, 그리고 방청객이 있었다. PC방, 혹은 내 집에서 편하게 게임을 즐기던 출연자들은 낯선 환경에 직면하자 제 기량을 잘 발휘하지 못했다. 그런 환경을 즐기는 출연자들도 있었지만, 대다수가 ‘방송‘을 의식해 몸이 굳었다. 하물며 직접 몸을 이끌고 움직여야 하는 선수들은 더 긴장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따라서 상대팀의 1쿼터 과제는 긴장감을 벗어 던지는 것이었다. (선수들은 이 때문인지 경기에서 100% 실력 발휘를 하지 못해 아쉬워하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농구‘와 ‘사람‘을 중심으로 뭉친 그들의 페어플레이와 열정 덕분에 예체능 팀 역시 함께 배우고 즐길 수 있었다. 방송에는 나가지 않았지만, 경기 전후로 펼쳐지는 서로간의 격려는 현장을 더 밝고 훈훈하게 만들었다.

최인선 감독은 상대를 보면서 높은 수준과 열기에 놀랐다고 전한다. 특히 예체능 팀을 ‘집단 멘붕’에 빠트렸던 창원 리버스의 경우, 녹화 들어가기 전부터 “보통 실력이 아니다”라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우지원 코치는 ‘우리가 박살났다’라는 표현을 썼을 정도로 높이 평가했다).

최인선 감독은 일본전이 가장 재미있었다고 회고한다. “상대가 작전을 쓸 줄 아는 감독이었어요. 재미있는 승부였죠. 그런 벤치 싸움도 다시 하게 되어 너무 재밌습니다.” 그는 동호회 팀들에게도 전술이 보급된다면 농구가 더 재미있어질 것이라 확신했다. 한 명에 의존하지 않고, 서로가 잘 할 수 있는 지름길이 될 수도 있다며 말이다. “2-3 지역방어만 사용할 게 아니라, 좀 더 심화된다면 농구의 맛, 멋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는 것이다. 우지원 코치도 비슷한 의견을 내놓았다. “일본은 우리랑 비교도 안 되게 동호회 인구가 많아요. 그래서인지 농구 스타일도 남달랐죠. 저는 맨투맨을 기반으로 한 것에 많이 놀랐어요. 우리 나라 동호회는 거의 지역방어를 많이 쓰는데 그쪽은 맨투맨 위주더군요.”



4 QTR - KBL 인기는?

일본 원정까지 성공적으로 마친 예체능 팀은 간접적으로나마 ‘농구 홍보대사‘가 됐다.
화요일 밤, TV 속 그들이 농구공을 잡을 때마다 농구가 이슈가 되고, 관심을 끌었으니 말이다.

최인선 감독은 “요즘 참 행복해요. 농구에게 참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게 됐거든요. 개인적으로도 농구를 보급하는 차원에서 노력하고 있습니다. 프로그램 방영이 연장됐다는 것은 그만큼 반응이 좋다는 의미이니 더 보람도 느껴집니다. 남은 경기에서도 농구를 즐길 수 있는 방법을 더 알려드리고 싶어요”라고 각오를 전하기도 했다.

예체능 농구편이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스토리와 캐릭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농구 초보들이 팀을 이루고, 발전하는 과정은 물론이고 실제 활약 중인 초, 중, 고 농구 유망주들을 간접적으로나마 소개하는 시간도 가졌다. ‘레알’ 농구인들 입장에서는 김혁과 서지석이 보여주는 화려한 플레이가 우려될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그들을 보면서 ‘농구가 하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다면, 그것은 프로농구보다 (한 농구인 표현에 따르면) ‘일개 예능’이 더 농구의 장점을 잘 보여줬다고 냉정히 평가할 수 있다.

관건은 그 관심이 현재의 농구판으로 이어지느냐에 있다. 최재영 작가는 “예체능을 통해 배드민턴이나 탁구 등은 동호인 인구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고 전한다. 박일룡 처장도 “2014년에 등록되는 동호회 팀 수를 봐야 알겠지만, 농구동호인들 사이에서는 붐이 일어난 것 같다”라고 평가했다. 프로농구는 어떨까? 애초 많은 이들은 FIBA 아시아선수권대회, 프로-아마 최강전, 그리고 이어지는 각종 농구 컨텐츠가 프로농구 붐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 기대했다. 하지만 ‘선’은 분명 있었다. 프로농구는 나름대로의 문제를 답습하면서 정체 중이다. (동호회 팀이 직장인 중심으로 꾸준히 늘고 있는 추세인 것은 맞다. 그러나 ‘하는 것‘과 ‘보는 것‘의 결합으로 이어지지 않는 것이 문제다. 과연 KBL은 농구를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농구를 하고 싶게 만드는 것인가? 이 질문에 ‘예‘라고 자신있게 대답하진 못하겠다.)

프로농구도 어찌 보면 시즌 내내 진행되는 하나의 거대한 스토리다.

그러나 최근 농구는 스토리도 갈수록 줄고 있고, 캐릭터도 사라지고 있다.

또 너무나 내용이 어렵고 무겁다. 여기에 최근에는 7세 이상 관람가 마크를 붙여야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아이들에게 안 보여주고 싶은 장면도 많이 나온다. 여자선수들이 몸을 날리는 판국에 남자선수들은 옷깃만 스쳐도 목부터 꺾고 보니 민망할 때도 많다.

대중은 농구경기로부터 더 시원하고, 재미있는 것을 기대한다. 우리 농구의 과제는 그러한 대중을 흡수하는데 있다. 사실, 1990년대에는 그 역할을 캐릭터가 잘 해주었다. ‘총알 탄 사나이‘, ‘플라잉 피터팬‘ 등 그 선수의 장점을 잘 반영해주었다. ‘농구‘와 ‘예능‘하면 항상 그 시절만이 조명 받는 이유일 것이다.

그러나 대중에게 이미 익숙해진 캐릭터를 바탕으로 스토리를 만들어가는 ‘예능‘과는 달리, 각본 없는 스포츠에서 그것이 인위적으로 만들어질 수는 없을 것이다.

최근 화제가 되었던 울산 모비스의 ‘박과장‘ 박종천처럼 오랫동안 활약하면서 팬들에게 특징이 각인되고, 공감대가 형성되어 알려지는 것이 중요하다. KCC 허재 감독이 ‘허르렁‘, ‘불낙‘ 등으로 재조명(?) 받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다행히 KCC가 타이트한 시즌 스케줄에도 불구하고, 오후 시간을 할애하면서 현직 프로농구선수들도 잠시나마 관심을 받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었다. (필자는 이런 기회가 왔을 때, 감독과 관계자들의 ‘여유‘도 필요하다고 본다. 한때는 선수들이 농구 전문프로나 일반 예능 프로그램에 나가는 것에 대해 엄청난 거부감을 보였던 감독들도 있었다. 5~6년 전만 해도 선수들을 섭외하면 "감독님한테 혼날 지도 몰라요. 죄송해요"라는 답변이 돌아오곤 했단다. 여전히 ‘외박‘에도 벌벌 떠는 감독도 있다. 최근에도 방송 관계자들은 여자농구나 남녀배구에 비해 남자농구에 접근하는 것이 가장 힘들다고 말한다.)



그렇지만, 궁극적으로 프로농구가 인기를 얻을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은 바로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좋은 농구 경기‘를 보여주는 것이다. 차바위의 버저비터 경기를 비롯해 올 시즌에도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좋은 승부는 몇 차례 있었다. 이는 과거 스타들이 ‘우상‘이 될 수 있었던 가장 좋은 방법이기도 했다. 선수, 감독, 심판 등은 이런 좋은 승부가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겨울 방학이 시작됐고, 이제 팬들의 관심은 더 증가할 것이다. 국가대표에서 생활체육과 예능으로 이어진 ‘농구‘라는 관심 키워드를 과연 프로농구가 자신들만의 색깔로 흡수 할 수 있을 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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