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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명보호 '벨기에 축구 잡는' 비법 3가지
- 출처:스포츠서울|2013-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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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난한 조 편성이다? 한국의 반응은 일본까지 들린다. 7일 오전(한국 시각) 브라질 코스타 두 사우이페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2014 브라질월드컵 조 추첨 결과에 관한 것이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남미 국가를 피하고 포트4에서 잉글랜드 등 전통의 강호를 피한 건 맞다. 그러나 한국이 정말 어려운 조에 속했다는 느낌 또한 지울 수 없다. H조에 포함된 한국과 벨기에, 러시아, 알제리. 누구나 16강에 올라갈 경쟁력을 지녔다.
지난주 칼럼에 밝혔듯이 콜롬비아, 코트디부아르, 그리스와 C조에 묶인 일본으로선 한국의 조 편성이 더 눈에 가는 게 사실이다. 일각에선 콜롬비아전은 어려울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 시점에서 글쓴이가 한국 팬들에게 딱 한 가지만 말하겠다. 지난 11월 20일 일본이 벨기에 원정에서 3-2 승리를 거뒀을 때다. 지난달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서 J리그 팀을 누르고 결승에 오른 광저우 헝다(중국) 공략법에 관해 얘기했다. 이번엔 ‘벨기에 잡는 비법‘을 꺼내고자 한다.
◆ 공간 허용 절대 안 된다
현대 축구에선 당연한 얘기다. 하지만 벨기에를 만날 땐 반드시 숙지해야 한다. 일본은 당시 홈 팀 벨기에를 만나기 전 네덜란드와 비겨 오름세였다. 그럼에도 경기 초반 벨기에의 파상공세에 밀렸다. "최근 주가가 높아진 벨기에의 강점이구나!"하고 느꼈다. 낯설고 충격적인 공격 스타일이다. 과감한 드리블 돌파가 주를 이룬다. 킥오프 후 1분, 2분, 4분, 8분, 11분 연달아 슈팅을 허용했다. 결국, 전반 13분 가와시마 에이지 골키퍼의 실수로 선제골을 내줬다. 전체적으로 선수 개인의 폭발적인 드리블 돌파로 상대 수비를 무너뜨렸다.
일본전에 나선 벨기에는 ‘4-2-3-1‘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그러나 사실상 4-2-4에 가까웠다. 로멜루 루카쿠(에버튼)를 중심으로 에당 아자르(첼시) 케빈 미랄라스(이상 에버튼), 드리스 메르텐스(나폴리)로 구성된 공격진은 진격 또 진격이다. 마루앙 펠라이니(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무게감 역시 남다르다. 전형적인 유럽 축구 또는 남미 축구의 개념이 아니다. 특히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에서 주목받는 루카쿠는 이전에 보기 어려운 스타일의 공격수다. 키 191cm, 몸무게 100kg의 신체조건에도 기민한 몸놀림이 두드러진다. "이런 체격의 선수가 이 정도로 빠를 수 있나"하고 느낄 것이다. 벨기에 ‘판타스틱 4‘ 공격진을 봉쇄하려면 적절한 라인 컨트롤이 필수적이다. 지나치게 올라서도, 물러서도 안 된다. 90분 내내 개인 전술을 활용한 드리블 공격을 펼치지만, 조직적인 플레이로 이어진다. 아예 공간을 내줘선 안 된다.
◆ 참을 때는 참아라
그런데 전반 중반 이후엔 일본이 공격 기회를 자주 만들었다. 초반 상대 드리블 돌파에 흔들린 뒤 수비진을 조정한 것에서 비롯됐다. 특히 오른쪽 풀백 사카이 히로키(하노버96)의 공격 가담이 디딤돌이 됐다. 상대 공격수의 과감한 돌파에 개의치 않았다. 스스로 공격에 적극으로 가담해 공간을 좁히는 데 큰 구실을 했다. 또한, 벨기에의 약점이 보이는 시간대다. 좋은 리듬으로 경기를 운영하다가도 한 템포가 꺾이면 집중력이 떨어졌다. 공격도 단순해졌다. 공을 가진 자를 돕는 움직임이 급속도로 떨어졌다. 말 그대로 ‘확‘ 몰아칠 때를 조심해야 한다. 참을 땐 참는 게 답이다. 이를 견뎌내면 한국에 편한 시간대가 보일 것이다.
◆ 경기 마무리는 신중해라
일본은 벨기에를 누르고도 경기 막판 아쉬운 장면도 있었다. 3-1로 앞선 후반 34분 만회 골을 내준 데 급격히 흔들렸다. 엔도 야스히토(감바 오사카)가 후반 막판까지 신중하게 공을 돌렸다. 그러나 후반 47분 역습을 허용한 가운데 호소가이 하지메(헤르타 베를린)가 위험 지역에서 반칙을 범했다. 이때 케빈 데 브라이네(첼시)가 위협적인 프리킥을 때렸다. 다행히 골로 연결되진 않았으나 일본으로선 가슴이 철렁한 순간이었다. 지키려 하기보다 신중하게 페이스를 유지하는 게 좋다. 벨기에는 개인 능력에서 우수한 선수들이 가득하다. 언제든 ‘한 방‘이 있다. 그 부분을 경계해야 한다.
그렇다면, 결론은….
벨기에전을 마친 알베르토 자케로니 일본 대표팀 감독은 승리 원동력에 대해 "인텐시티(Intensity)"라는 말로 표현했다. 그는 "10월 동유럽 원정에서 2연패를 당했을 땐 기술적으로 좋았으나 팀 컨디션과 인텐시티가 따라오지 않았다. 벨기에전에선 이 모든 게 맞아떨어졌다"고 말했다. ‘인텐시티‘란 자케로니 감독이 지난 가을부터 강조한 말이다. 일본에서도 한때 유행하기도 했다. 해석 그대로 ‘강도‘다. 운동장에서 상대 플레이를 과감하게 저지하고, 압박하는 것을 의미한다. 일본 선수들은 자케로니 감독 부임 이후 강조한 ‘균형‘을 지나치게 의식한 나머지 ‘과감한 압박‘이 부족했다. 팀플레이도 중요하지만, 각자 상대 선수를 만날 때 ‘직접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잠시 잊고 있었다.
유럽 팀을 상대할 때 아시아 팀이 가져야 할 필수 요소로 여겨진다. 특히 드리블 돌파로 공간을 휘젓는 벨기에 축구라면 더없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는 답이 보인다. 바로 홍 감독의 ‘한국형 축구‘의 기본이 조직적인 압박 축구이지 않은가. 홍 감독은 지난 7월 취임 기자회견에서 "축구라는 게 얼마나 좁은 공간에서, 넓은 공간에서 하느냐. 수비가 조직적으로 잘 되느냐의 문제다. 더욱 콤팩트한 축구를 하고 싶다. 어디서부터 압박을 해야 하는지 월드컵 본선까지 만들어갈 계획"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벨기에전 또한 ‘어디서부터 압박을 해야 하는지‘가 관건일 것 같다. 홍 감독이 구사하는 축구가 얼마나 선수들에게 전달되고, 얼마나 통할까. 집대성한 하나의 작품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