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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년 시즌 살아있다는 걸 보여주겠다”
- 출처:일간스포츠|2013-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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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강민호(28)는 지난 달 30일 김포공항에서 부산으로 가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그의 등장에 비행기 내는 술렁였다. 강민호는 자신을 알아보는 팬들에게 고개 숙이며 인사를 한 뒤 좌석에 앉았다. 이때 옆에 앉은 부부가 아기에게 ‘롯데의 강민호, 롯데의 강민호‘를 불러줬다. 그의 응원가였다. 쑥스러운 미소를 지은 강민호는 "내 응원가 앞에 ‘롯데‘가 없다고 생각하니 허전한 마음이 들더라. 지금도 내 선택에 후회는 없다"고 말했다.
강민호는 지난 달 13일 롯데와 FA(프리 에이전트)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기간 4년, 보장금액 75억원으로 FA 역사상 최고 대우를 받았다. 강민호는 계약을 마친 뒤 두문분출했다. 그는 "이곳저곳에서 인터뷰 요청이 많이 들어왔다. 하지만 대부분 정중히 거절했다"며 "내년 시즌을 위해 운동을 일찍 시작했다. 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밝혔다. 부산에 도착한 강민호는 해운대에 위치한 식당에서 인터뷰를 이어갔다. 메뉴는 자신이 가장 좋아한다는 양념게장이었다.
- FA 계약을 체결한 뒤 달라진 점이 있나.
"지인들에게 밥을 많이 샀다. 약속도 엄청 많았다. 평소 연락을 하지 않던 분들도 전화를 하더라. 이름 모르는 곳에서 투자를 하라는 연락도 많이 받았다. 사회단체에서 후원도 부탁했고. 하지만 ‘아버지께 모든 걸 일임했다‘고 말했다. 난 아직도 용돈 받아서 쓴다. 물론 용돈은 많이 올랐다.(웃음)"
- 롯데에 남은 걸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는데.
"물론이다. 그러나 고민은 정말 많았다. 협상을 앞두고 하루에도 20번 이상 생각이 왔다갔다 했다. ‘내가 4년 뒤에도 똑같이 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부터 ‘떠나도 되는 건가‘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하지만 구단이 좋은 대우를 해줬고, 부산 그리고 자이언츠에 대한 애정이 컸다. 혼자 객지 생활하면서 우리 팀과 부산에 정이 많이 들었다. 지금 생각해도 롯데에 남은 건 좋은 선택이라고 본다."
- 본인에게 이번 FA 계약은 어떤 의미인가.
"개인적으로는 정말 영광스러운 계약이다. 그만큼 책임감도 크게 느끼고 있다. 지난 주 이대호 선배님의 야구캠프에서 아이들을 가르쳤다. 그런데 과거와 달리 포수를 하고 싶다는 아이들이 정말 많아졌더라. 내가 대우를 받았기 때문에 포수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다고 본다. 아직 우리 나라는 포수에 대한 평가가 박하다. 내가 좋은 선례를 남겼다고 생각한다."
- 야구를 시작한 지 17년 됐다고 들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야구를 시작했으니 벌써 17년이 됐다. 내가 반 대항 야구 시합에서 엄청 잘하는 모습을 본 교장선생님이 부모님께 야구를 시키라고 권유하셨다. 출발은 쉽지 않았다. 특히 배구 선수 출신인 아버지의 반대가 심했다. 경험이 있으셨기 때문에 이 길이 어렵다고 말씀하시더라. 그런데 알고보니 교장선생님이 아버지의 고교 시절 담임이시더라. 순식간에 전세가 역전되면서 야구를 하게 됐다. 지금 생각해도 난 운동을 할 팔자인 것 같다.(웃음)"
- 포수는 왜 선택하게 됐나.
"남자라면 어릴 때 갑옷에 대한 로망이 있지 않나. 하루는 시합을 구경갔는데, 포수가 장비를 차고 그라운드를 지휘하는 모습이 너무 멋있더라. 속으로 ‘그래 이거다‘라고 생각했다. 지금도 장비를 착용하고 있는 모습이 제일 멋있다고 느낀다."
- 학창시절 부모님 곁을 떠나 객지 생활을 했는데.
"포항에서 학창 시절을 보냈다. 지금 생각하면 중학교 1학년때 가장 힘들었다. 야구부에 탈수기는 있는데, 세탁기가 없었다. 손빨래를 해야했고, 겨울에는 뜨거운 물이 나오지 않았다. 부모님의 품이 그리웠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혼자 생활하면서 강해진 것이 지금의 나를 있게 한 것 같다."
- 야구계에서 성격이 좋기로 유명하다. 천성이 그런가.
"아버지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다. 아버지와 성격이 비슷하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나는 사람을 어렵게 대하고 싶지 않다. 쉽게 대화를 나누고, 뜻이 통하면 더 깊은 얘기를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물론 ‘아니다‘ 싶은 사람은 만나지 않는다."
- FA 자격을 얻기까지 순탄했다고 보는데.
"운이 좋았다고 본다. 노력한 만큼 보상을 받았고, 그 이상의 사랑도 얻었다. 팔꿈치 수술을 했던 2009년은 힘들었다. 몸이 아프니 많은 생각이 들더라. 그리고 올해도 마음은 편치 않았다. 워낙 부진했지 않은가.(웃음)"
- 올해 성적 때문에 ‘거품‘이라는 얘기가 있는 것 같다.
"나도 안다. ‘강거품‘이라는 말도 있더라.(웃음) 올해는 여러모로 준비가 부족했다. 지난 시즌 마치고 광고 촬영과 행사로 운동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시즌 막판에 김강민 선배와 충돌로 뇌진탕 후유증도 살짝 겪었다. 지금도 머리 감고 수건으로 머리를 털면 ‘띵‘하고 울린다. 운동을 일찍 시작한 것도 작년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다. 12월 중순에 괌으로 개인훈련을 떠날 예정이다."
- 내년 시즌에 대한 책임감이 클 것 같은데.
"내가 이렇게 큰 금액을 받을 자격이 있는 선수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구단이 나에게 원하는 바가 있기 때문에 이런 계약을 했다고 본다. 이제 보답하는 일만 남았다. 개인적으로는 타율 0.305·23홈런을 기록한 2010년 성적을 뛰어넘고 싶다. 팀 목표는 당연히 우승 아닌가. 내가 아직 살아있다는 걸 반드시 보여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