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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저우의 우승, K리그 향한 경고메시지다
- 출처:두서있는 축구|2013-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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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저우 에버그란데는 우승 자격이 있는 팀이었다. FC서울을 압도했다는 것이 아니다. 양팀의 경기력 수준에는 큰 차이가 없었다. 결승전 1, 2차전 모두 무승부, 그리고 원정 경기에서 서울이 보여준 응집력이 그 증거였다. 광저우의 1년 예산은 서울의 5배 수준이다. 그것을 감안한다면 효율성에선 분명 서울이 나았다. 하지만 원정 다득점이라는 규칙이 존재했고 광저우는 우승, 서울은 준우승으로 나뉘어졌다.
광저우가 보여준 우승의 자격은 단지 결승전 두 판에서만 발견한 것이 아니었다. 4년에 걸쳐 집중적인 투자를 했고, 그 열매가 올 시즌 열렸다. 투자의 규모가 비정상적이긴 했지만 옳은 방향으로 했다는 것이 AFC 챔피언스리그 에서의 결과로 증명이 됐다. 조별리그에서 우라와 레즈에게 진 경기가 유일한 패배였다. 16강 토너먼트 이후부터 맞붙은 상대들 중 서울을 제외하고는 모두 무참히 짓밟혔다.
자신들의 홈에서 열린 결승 2차전에서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는 것 말고는 모든 것이 완벽했다. 텐허스타디움을 채운 붉은 물결은 장관이었다. 광저우는 우승을 위한 축제를 준비하는 데도 돈을 아끼지 않았다. 루이스 피구, 페르난도 이에로 같은 유명 인사를 초청했다. 서울을 중심으로 보는 우리 입장에서는 설레발치는 것 같아 불편하게 보였지만 그들 입장에서는 자신감이었고, 성과를 최대한 화려하게 포장시키겠다는 의지였다.
각 분야에서 이제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중국이 그 동안 유독 놀림을 받아왔던 축구에서도 용트림을 할 수 있다는 데서 챔피언스리그 우승은 객관적 의미의 중요성이 있다. 그리고 K리그를 통해 그들과 지속적으로 경쟁해야 하는 한국 축구는 또 하나의 큰 도전을 받게 됐다. 우리 스스로도 광저우의 우승을 보며 자극을 받아야 할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서울은 우승을 못했지만 광저우에 패하지 않았다. 열세로 평가 받았던 결승 2차전 원정 경기에서 대등한 경기로 1-1 무승부를 기록한 것은 서울의 자존심과 같았다. 결승 1차전이 끝난 뒤 최용수 감독은 “우리는 아직 토너먼트에서 패하지 않았고, 중국 팀에게도 패하지 않았다. 2차전에서도 그럴 것이다”라고 말했었다. 적어도 그 약속만큼은 지켰다. 원정다득점 우선 원칙이라는 규정이 승자와 패자를 갈랐을 뿐이다.
우리 입장에서는 확실히 할 말이 있었다. ‘그렇게 돈으로 무장했지만 우리를 압도할 수 없어’라는 자긍심 말이다. 광저우도 결승전이 끝난 뒤 그 부분을 인정했다. 1차전이 끝난 뒤 마르첼로 리피 감독은 서울의 공격력을 높이 평가했다. 2차전 시작 전 서울을 위축시키기 위해 야유하고 레이저빔을 쏘는 등 무례한 짓을 범했던 광저우 팬들은 경기가 끝난 뒤에는 상대를 인정하는 박수를 보냈다.
효율성의 K리그, 다시 한번 큰 도전에 직면하다
서울, 그리고 이전 시즌의 많은 K리그 팀들이 챔피언스리그에서 지속적인 성공을 거두고 선전했다. K리그가 그 무대에서 거둔 성과는 투자 대비 효율성이 높았다. 우승을 놓고 경쟁했던 상대들은 대부분 그 이상의 돈을 쓰는 팀이었기 때문이다. 다른 아시아 국가보다 수준 높은 자국 선수들, 그리고 다년간 검증된 외국인 선수를 능력 있는 지도자가 하나로 융합시켜 경기력을 극대화시켰다. 리그 전체적으로도 우승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이며 챔피언스리그 중심의 전시체제에 가까운 일정 배려, 정보 공유 등의 집중적인 지원이 있었던 것도 큰 도움이 됐다.
이번 우승 좌절로 지난 5년 간 챔피언스리그를 지배해 온 K리그의 영향력이 쉽사리 사라질 것이라고 단언하는 것은 지나치다. 다만 또 하나의 큰 도전이 시작됐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2000년대 들어서 K리그는 일본세와 중동세를 신경 써야 했다. 일본 J리그 클럽들은 미드필드 중심의 껄끄러운 스타일의 경기를 했다. 아시아에서 가장 안정된 시스템으로 돌아가는 리그답게 경기력은 안정적이었다. J리그는 2000년대 중후반 우리의 가장 큰 도전이었다. 중동은 2000년대 초반 알 이티하드로 대표하는 사우디 아라비아, 그리고 최근에는 알 사드, 레퀴야 등의 카타르가 만만찮은 상대다. 또 다른 강자 이란도 말할 것이 없다.
여기에 중국이 새롭게 가세를 했다. 중국은 올 시즌 챔피언스리그에서 광저우(우승), 베이징(16강) 두팀을 토너먼트에 올렸다. 동아시아에서는 한국(서울, 전북)과 더불어 두팀을 16강에 올린 국가였다. 특히 광저우의 성공으로 그 동안 대표팀 못지 않게 클럽축구에서도 철저한 2류였던 중국이 스스로 자신감을 높일 수 있는 개가를 올렸다. 중국의 힘은 투자에서 나온다. 광저우는 이번 성공을 위해 4년간 3천억원에 가까운 돈을 썼다. 100억원이 넘는 돈을 들여 외국인 선수를 사왔다. 자본주의의 범주 내에서 펼쳐지는 축구에서는 반칙이 아닌 투자다. 그 투자가 실패했다면 허튼 짓이었겠지만 우승으로서 가치를 만들어냈다.
리그 전체에 흐르는 돈의 규모는 적고, 그것을 만회할 시스템도 완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K리그가 직면한 현재 상황은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일 수 밖에 없다. 그 동안은 경기력 차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왔지만 그마저도 능력 있는 선수를 지키지 못하면 잃게 된다. 결국 K리그는 현재 상황이라면 유럽에서 대표팀은 경쟁력이 있지만 리그는 선수를 키워서 보내는 네덜란드, 벨기에와 같은 경우가 될 가능성이 높다.
광저우의 성공, 평가절하 말고 자극으로 인정하자
우리는 광저우를 보며 일종의 시샘을 했다. 그들과 같은 규모의 투자를 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돈으로 우승과 역사를 살 수 없다는 말을 믿었고, 서울이 저력을 발휘해주길 바랐지만 모든 게 뜻대로 되진 않았다. 금을 발랐든, 은을 발랐든 광저우는 결국 우승을 했고 그렇다면 그들의 투자는 의미가 있었던 것이다.
K리그는 최근 투자가 위축되고 있다. 중국과 중동이 투자 규모를 늘려가는 것과 반대로 쓸 수 있는 돈이 줄어드는 상황이다. 그런데 국내외 선수의 몸값은 지속적으로 뛰고 있다. 자연스럽게 비싼 선수는 팔 수 밖에 없고, 형편에 맞춘 선수로 버틸 수 밖에 없다. 경기력의 저하가 일어나는 지름길이다. 포항처럼 유스에서 키워 올린 선수로 버티는 것도 좋은 전략이지만 매번 이명주, 신진호, 김승대 등의 좋은 선수가 나올 거란 보장은 없다.
그런 상황에서 그나마 가능한 투자를 우리 스스로가 막는 선택을 한 것은 아닌가라는 아쉬움이 든다. 바로 지난 4월 있었던 연봉공개 시도다. 선수 개개인의 연봉이 아닌 팀 전체 연봉의 공개였다. 프로축구연맹은 경영 투명화를 통한 효율적인 팀 운영을 하고, 운영비에서 인건비는 줄이고 마케팅 비용은 늘이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그러한 의도와는 전혀 맞지 않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대기업의 지원을 받는 구단들은 당장 다음 시즌 팀 운영비가 줄었다. 연봉공개 후 언론을 통해 뭇매를 맞자 각 기업으로부터 운영비를 줄이겠다는 지침이 내려왔다. 구단에서도 요청을 하기가 눈치 보인다. K리그에서 가장 많은 예산을 쓰던 수원은 다음 시즌에 20% 이상이 삭감된다. 그에 대비한 차원에서 올 여름 외국인 선수를 대거 정리했다. 전북은 “현 선수단 유지가 다음 시즌의 목표다”라고 말한다. 추가 지원이 없을 거라 암시다. 포항은 포스코가 매년 일정 부분 지원금을 감액하고 있다. 올 시즌 FA컵 을 우승을 했고 황선홍 감독이 재계약을 했지만 챔피언스리그에서 성과를 내기 위한 선수진 구성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기업구단이 돈을 쓰지 않으면 선수를 이적시키고 그 자금으로 팀을 꾸리던 중하위권 팀에는 위기가 온다. 결국 운영비에 맞춰 선수단을 꾸리다 보면 상대적으로 연봉이 비싼 선수는 이적시키지도, 잡지도 못하고 자유계약으로 풀어야 한다. 능력 있는 선수들은 자금력 있는 이웃 국가로 떠나면 끝이다. 섣부른 연봉공개가 리그 전체의 경기력 저하를 가져오고, 그렇게 된다면 챔피언스리그에서 경쟁하는 것은 더 힘들어질 수 밖에 없다.
궁극적으로 리그로 흐르는 돈의 규모를 키우는 것은 리그의 수준을 높이고 자생력을 강화하는 일이다. 연봉공개의 목적도 그것이었다. 하지만 K리그는 아직 불안정하다. 많은 구단들이 자생력 강화를 목표로 하지만 당장은 모기업, 그리고 대기업에게 손을 벌려야 한다. 적어도 그런 방식으로 투자를 이어가려고 한 구단들이 위축되는 상황은 만들지 않았어야 했는데 성급한 연봉공개는 이미 타격을 입힌 상황이다. 광저우처럼 축구단 운영에 관심을 보이는 재벌이 나타나 돈을 쏟아 붓는 일은 K리그에 기대할 수 없지만 적어도 투자를 나쁜 것이라 규정하는 분위기의 행정은 지양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못하면 우리는 계속 다음에 등장하게 될 또 다른 광저우는 시샘하며 평가절하만 할 수 밖에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투자를 평가절하하는 것이 아니라 긍정적인 자극으로 받아들이고 우리도 K리그 대변되는 축구라는 산업에 투자가 쏠리도록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