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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강' 커쇼가 더 강해진다? 가능할까
- 출처:OSEN|2013-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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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 can do better‘
LA 다저스 좌완투수인 클레이튼 커쇼(25)는 이 말을 좋아한다. 커쇼가 유니폼 안에 입는 언더셔츠에서 이 글귀를 찾는 건 어렵지 않다. 그림 속 남자의 손가락질은 마치 커쇼에게 ‘더 잘할 수 있다‘고 재촉하는 모습으로까지 보인다.
커쇼는 현재 메이저리그 최고의 투수 가운데 한 명이다. 3년 연속 리그 평균자책점 1위, 2011년에 이어 올해도 사이영 상 수상이 확실시되는 커쇼의 가치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미국 현지에서는 커쇼가 사상초유의 10년간 총액 3억달러(약 3186억원)의 계약을 맺을 것이라고까지 말하고 있다.
이미 최고의 자리에 오른 커쇼가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모습은 경외심까지 들게 한다. 다저스타디움에 가장 먼저 출근해서 그라운드를 돌고 있는 선수도 커쇼이고, 원정경기를 떠나 경기 후 마지막까지 남아 러닝을 하면서 운동을 하는 것도 커쇼다. 젊은 나이에 최고의 자리에 오른 커쇼가 과연 더 성장할 수 있을까.
투수의 능력을 평가할 수 있는 잣대는 구속과 구위, 제구력, 그리고 구종 등이다. 이 모든 것들이 조화를 이뤄야만 빅리그에서 활약할 수 있다. 커쇼는 구속과 구위, 정교한 제구력까지 고루 갖춘 완성형 투수이다. 강속구 투수이면서 동시에 기교파 투수이기도 하다. 커쇼가 지금보다 더욱 성장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 구속을 낮추고 제구를 잡다
빅리그에 처음 올라왔던 2008년, 커쇼는 좌완 파이어볼러였다. 최고 구속은 98마일(약 158km)까지 던졌고, 속구 평균구속은 94.3마일(약 152km)를 기록했다. 하지만 문제는 고질적인 제구불안으로 9이닝 당 볼넷 허용은 4.35개에 달했다. 이러한 성향은 2009년에도 달라지지 않았는데 속구 평균구속 94마일로 불같은 강속구를 뽐냈지만 9이닝 당 볼넷은 4.79개였다.
그리고 커쇼는 구속을 낮춘 대신 제구를 잡았다. 2010년 속구 평균구속은 92.5마일(약 149km)까지 내려갔고, 그에 맞춰 9이닝 당 볼넷도 3.57개로 줄어든다. 이어 2011년에는 속구 평균구속 93.2마일(약 150km), 9이닝 당 볼넷 허용이 2.08개까지 내려간다. 적정구속을 유지하면서 제구까지 잡은 커쇼는 2011년 생애 첫 사이영 상을 수상하기에 이른다.
올 시즌도 커쇼의 속구 평균구속은 92.5마일로 더 이상 신인 때의 강속구를 볼 수는 없었다. 그렇지만 9이닝 당 볼넷허용 1.98개로 데뷔 후 처음으로 2개 이하로 떨어뜨렸다. 커쇼의 놀라운 점은 구속을 낮추면서도 탈삼진 능력을 유지했다는 점이다. 커쇼는 2011년 248개, 올해 232개로 탈삼진 1위를 차지했다.
구속과 제구 면에서 커쇼가 더 이상 발전하기를 기대하긴 힘들다. 커쇼는 더 빠른 공을 못 던지는 게 아니라 안 던지는 것이다. 지금의 구속으로도 타자를 잡아내기에는 충분하다. 또한 커쇼와 같은 강속구 투수가 9이닝당 볼넷 2개 수준을 유지하는 건 대단한 일이다. 오히려 구속이나 제구 어느 한 쪽을 끌어올리는데 주력하면 균형이 무너질 우려도 있다.
▲ 좌우변화 적은 커쇼의 속구, 지금도 최고
미국 메이저리그 통계사이트인 ‘팬그래프‘는 공의 움직임을 수치화해서 공개하고 있다. 간단하게 말해 절대 값이 클수록 공의 움직임이 심했다는 의미다. 최근에는 속구의 좌우 움직임을 중시하고 있는 분위기다. 투심이나 커터 등 변형속구가 각광받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재미있는 건 커쇼 속구의 횡변화가 올 시즌 규정이닝을 채운 투수들 가운데 최소였다는 점이다. 커쇼의 올 시즌 H-Movement는 0.9를 기록했는데 이는 1위인 데이빗 프라이스(템파베이)의 7.9보다 훨씬 적은 수치였다.
그렇다면 왜 커쇼의 속구는 위력적일까. 좌우변화는 최소지만 상하변화는 최고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커쇼의 V-Movement는 11.3이으로 전체 2위를 기록했는데 1위인 크리스 틸먼(볼티모어)의 11.4와 큰 차이가 없었다. 쉽게 설명하자면 같은 속도로 공이 날아갔을 때 중력으로 인해 나타날 가상의 투구 궤적보다 11.3인치나 높게 들어왔다는 뜻이다. 그 만큼 커쇼의 속구는 최고 수준의 구위를 갖고 있었다. 덕분에 커쇼의 속구 피치밸류(wFB)는 38.2로 메이저리그 전체 1위를 기록했다.
이미 커쇼 속구의 구위는 메이저리그 최고급이다. 게다가 결정구인 커브는 더욱 무섭다. 데뷔 후 총 2157개의 커브를 던졌는데 ‘팬그래프‘의 기록에 따르면 피홈런이 단 하나도 없었다. 올 시즌 커쇼 커브의 피안타율은 고작 9푼6리였다. 여기서 어떻게 더 발전할 수 있을까.
▲ 구종의 다양화에서 가능성을 엿보다
커쇼는 요즘 메이저리그에 보기 드문 ‘올드스쿨‘ 투수다. 전통적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는 ‘올드스쿨‘은 강속구에다가 커브, 슬라이더, 체인지업 등 유서 깊은 구종을 주 무기로 삼는 투수를 말한다. 커쇼가 구사하는 구질은 속구와 커브, 슬라이더, 체인지업 딱 네 가지 구종이다. 이 가운데 체인지업은 데뷔 후 전체 투구의 3.4%밖에 안 던졌을 정도로 보여주는 공으로만 썼다.
지금은 커쇼의 커브가 압도적인 주 무기로 쓰이지만, 처음에는 아니었다. 2008년 속구와 커브 두 가지만 던지던 커쇼는 2009년부터 슬라이더를 조금씩 섞기 시작한다. 그리고 2010년, 제구를 잡기위해 커브를 버리고 슬라이더의 구사비중을 높인다. 2009년 커브가 18.3%, 슬라이더가 6%였지만 2010년에는 커브 6.9%, 슬라이더 19.6%으로 역전된다. 사이영 상을 받았던 2011년에도 속구 66.2%에 슬라이더 24.6%로 사실상 두 가지 공으로만 시즌을 보냈다. 커브는 5.3%, 체인지업은 3.7%에 불과했다.
하지만 커쇼는 커브 제구에 자신감을 찾으면서 작년부터 다시 비중을 높이고 있다. 그리고 올해는 속구 60.6%, 슬라이더 24.2%, 커브 12.5%, 체인지업 2.6%를 던졌다. 현재 추세로 본다면 내년 커브의 구사 비중은 더 높아질 가능성이 충분하다.
흥미로운 건 요즘 유행하는 구종은 거의 던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변형 속구인 커터와 투심은 신인시절 아주 조금씩만 던졌고, 체인지업도 가급적이면 자제한다.
전문가들은 만약 커쇼가 더 발전할 여지가 있다면 바로 구종의 다양화, 혹은 레퍼토리의 변화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 최근 3년간 700이닝 가까이 소화한 커쇼에게 슬라이더는 팔에 무리가 갈 우려가 있다. 때문에 커브와 체인지업의 중요도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만약 초창기에 던졌던 커터나 투심까지 조금씩 늘려간다면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진다.
물론 구종을 늘리거나 구사비율을 바꾸는 건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 자칫 투구밸런스가 흐트러질 우려가 있다. 그렇지만 커쇼는 이미 2008년 이후 성공적으로 변신을 거듭해왔다. 만약 커쇼가 자신과의 약속인 ‘You can do better‘를 달성한다면 그 실마리는 여기에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