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4 Not Found
- 피터팬 이천수, 이쯤이면 '품'의 소중함을 알까
- 출처:MK스포츠 |2013-10-26
-
404 Not Found 404 Not Found
nginx 인쇄
이천수의 사고를 놓고 몇날 며칠을 고심했던 인천 구단의 결정은 결국 ‘용서’였다. 인천 구단이 배포한 보도 자료의 말머리는 ‘구단 자체 최고 중징계’였으나, 사실 다시 품은 것이다.
물론 올 시즌 잔여경기 출전정지와 2,000만원이란 벌금은 무거운 수준의 징계인 것이 사실이다. 사회봉사 100시간도 명령했고 재발방지를 약속하는 각서와 홈페이지에 사과문도 게시해야한다. 큰 벌이다.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또 기회를 준 것과 다름없다. 큰 품으로, 다시 이천수라는 악동을 안았다.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목소리도 들렸다. 결국 이천수라는 축구선수를 영구적으로 제명해야한다는 주장이고 인천 구단이 임의탈퇴 선수로 공시했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구단이 선수에게 내릴 수 있는 가장 무거운 철퇴다. 이렇게 되면, 임의탈퇴를 결정한 구단이 철회하지 않으면 다시 K리그에 발을 붙일 수 없다.
이천수는 이미 ‘임의탈퇴’ 경험이 있다. 그것도 두 번이나 있다. 지난 2008년 수원에서, 그리고 2009년 전남에서 임의탈퇴 선수로 공시됐다. 수원에서는 선수단과 마찰을 빚었고, 전남에서는 코칭스태프와 불화가 있었다. 수원에서 전남으로 넘어가는 과정은 기간도 고생도 짧았으나 전남에서 인천으로 옮기기까지는 엄청난 어려움이 뒤따랐다. 물리적인 시간만도 4년여가 걸렸다. 마음고생은 훨씬 더 컸다.
그랬던 이천수가 또 다시 임의탈퇴 신분이 된다면, 아마 다시 족쇄가 풀리기란 어려울 것이다. 풀어줘야 하는 인천도 부담이고 어떤 구단이 이천수를 원해서 여론을 형성하기도 쉽지가 않다. 이른바 삼진아웃, 사실상 선수생명은 끝이 난다고 봐야한다.
일부 팬들은 그래도 단호한 결정을 내려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만큼 이천수에게 당한 배신감이 컸다는 방증이다. 술을 마신 것, 폭행을 저지른 것 그리고 거짓말이라는 도덕적 범죄까지 합쳐진 이천수에 대한 실망감은 꽤나 컸다. 인천 구단이 쉽사리 입장을 발표하지 못했던 것도 여론이 너무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려웠지만, 심사숙고 끝내 내린 결론은 다시 용서였다.
어쩌면 임의탈퇴 선수로 등록하는 것이 구단 입장에서는 더 편했을 것이다. 차라리 잡고 있던 손을 떼는 것이 나을 수 있었다. 내치지 않은 것은 결국 함께 책임을 지겠다는, 구단의 희생이 따르는 결정이다.
인천 구단의 이번 결정은 앞으로 펼쳐질 이천수의 행동 하나하나와 맞물려 평가될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적잖은 반대 속에서 전남이 채운 족쇄를 풀었던 과거와 맞물려 곱지 않은 시선이 더해질 상황이다. 그래도 품었다. 이천수 개인에 대한 동정론일수도 있고, 축구 후배에 대한 마지막 배려일 수도 있다. 확실한 것은, 인천도 희생이 따르는 용서를 택했다는 점이다.
이천수는 인천 구단과 축구계에 또 한 번 큰 빚을 졌다는 것을 알아야한다. 자신의 재기와 부활을 위해 진심으로 도왔던 김봉길 감독에게 낯을 들 수 없을 정도로 미안해야한다. 이천수가 다시 필드에서 웃을 수 있도록 함께 뛰어준 인천의 선후배 동료들에게 가슴 미어지도록 미안해야한다. 그리고, 이천수를 용서해줬던 팬들에게 가장 미안해야한다.
이천수의 폭행 소식이 처음 들렸을 때 여론은 이천수의 편이었다. 짓궂은 누군가가 얼마나 이천수를 괴롭혔으면 그랬겠냐는 반응이 주류였다. 그만큼 과거를 모두 잊고 용서했던 팬들이기에 실망감도 컸음을 이천수가 알아야한다.
그래도 둥지는 이천수라는 떨어진 새를 다시 품고자 하고 있다. 이쯤이면 이천수도 ‘품’의 고마움을 느껴야한다. 아무리 철들지 않는 피터팬이라 할지라도, 이젠 그 소중함을 알아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