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시가 토트넘과의 원정 경기에서 에이스 후안 마타의 후반 교체 투입 후 분위기 반전에 성공하며 1-1 무승부를 기록했다.

마타가 팀을 위기에서 구해냈다. 그 동안 주제 무리뉴 감독은 지난 2시즌 동안 팀의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하던 마타를 외면하다시피 했다. 실제 잉글리시 프리미어 리그(이하 EPL) 6경기에서 마타가 선발 출전한 건 2경기가 전부였다.

이에 무리뉴 감독은 "현재 첼시의 10번(중앙 공격형 미드필더)은 오스카다. 난 오스카를 중심으로 팀을 꾸려나가고 싶다. 오스카와 함께 공격 2선 측면을 담당할 선수 조합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며 마타가 아닌 오스카를 중용할 것임을 시사한 바 있다.

이번 토트넘과의 원정도 마찬가지였다. 무리뉴의 선택은 마타가 아닌 오스카였다. 하지만 전반은 무리뉴의 바람과는 달리 토트넘의 일방적인 공세 속에서 이루어졌다.

토트넘은 전반 19분 만에 길피 시구르드손의 선제골로 앞서나갔다. 전반 종료 직전에도 파울리뉴가 결정적인 득점 기회를 맞이했으나 그의 슈팅은 아쉽게 골 포스트를 맞고 밖으로 나갔다. 만약 이 골이 들어갔다면 토트넘이 일찌감치 승기를 굳혔을 지도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후반 들어 경기 흐름은 일거에 첼시 쪽으로 흘러갔다. 그 중심엔 바로 마타가 있었다. 후반 시작과 함께 교체 투입된 마타는 지능적인 패스를 여러 차례 구사하며 팀 공격의 사령탑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마타 투입 이전만 하더라도 첼시는 지나치게 폭이 좁은 공격만을 고집해 토트넘의 밀집 수비에 막히는 문제를 노출했으나 후반 마타가 좌우 폭을 살리는 패스를 구사하면서 많은 위협적인 크로스들을 양산해 낼 수 있었다.

동점골 역시 마타의 왼발에서 나왔다. 65분경 간접 프리킥 장면에서 마타는 정확한 왼발 킥을 존 테리의 머리에 배달하며 동점골을 어시스트했다. 이 골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첼시는 EPL 원정 227분 무득점 슬럼프를 이어오고 있었다.

토트넘의 안드레 빌라스 보아스 감독은 첼시전을 앞두고 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 "내가 첼시 감독이던 시절 출전 선수 명단엔 항상 마타가 있었다. 마타에게 출전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것에 대해 놀라울 따름이다. 그는 팀을 한 단계 끌어 올려줄 수 있는 특별한 선수이다"고 주장했다. 보아스의 의견대로 마타는 단 45분이라는 시간 안에 자신이 특별한 선수라는 걸 입증해보인 셈이다.

심지어 그 동안 마타를 외면하던 무리뉴 감독조차 경기가 끝난 후 공식 기자회견에서 "나도 감독으로서 실수할 때가 있다. 마타가 오늘처럼 활약할 수 있다면 난 행복할 따름이다. 그는 오늘 경기를 통해 경기에 나서고 싶다는 바람을 나에게 분명히 전해주었다"며 앞으로 마타를 중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 마타 정도의 선수라면 특별한 이유 없이 주전 경쟁에서 밀릴 경우 불만을 토로할 법도 했다. 하지만 마타는 묵묵히 벤치에서 동료 선수들을 응원하며 기회를 노렸다. 그리고 실력을 통해 기회를 잡는 데 성공했다. 어쩌면 이것이 진정한 에이스의 품격이 아닐까 싶다.

만약 이 경기에서 패했다면 첼시는 6위 맨체스터 시티에 골득실에서 밀려 7위로 순위가 하락했을 것이다. 하지만 마타의 후반 활약 덕에 힘든 토트넘 원정에서 승점 1점을 올리며 4위 자리를 고수할 수 있었다.

한편 오른쪽 측면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했던 하미레스가 마타 투입과 함께 중앙 미드필더로 보직을 변경한 것도 후반 첼시의 약진에 큰 영향을 끼쳤다. 전반만 하더라도 첼시는 토트넘의 플레이메이커 크리스티안 에릭센을 저지하지 못해 위험한 실점 장면들을 자주 노출했다. 수비형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한 존 오비 미켈이 에릭센 봉쇄에 실패하고 만 것.

미켈 대신 마타가 투입되면서 하미레스가 자연스럽게 미켈의 자리를 대체했고, 전반 내내 겉도는 모습을 보였던 하미레스는 후반 들어 왕성한 활동량과 강도 높은 압박을 바탕으로 에릭센을 봉쇄하며 토트넘 공격을 사전에 차단해 나갔다. 이것이 바로 첼시가 후반 토트넘에 우위를 점할 수 있었던 요인 중 하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