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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IBA 월드컵 예선 결산 - 파커, 정상에 오르다
- 출처:소대범 칼럼|2013-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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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2013 유로바스켓 대회 우승으로 2013년 국제농구연맹(FIBA)이 주관하는 성인 남자농구 대회는 모두 막을 내렸다. 동시에 2014년 스페인에서 개막하는 FIBA 월드컵 대회의 참가팀도 가려졌다. 이번 ‘가나다라‘ 코너에서는 NBA가 아닌 2013년 여름과 가을, 전 대륙에서 열린 FIBA 월드컵 예선 에피소드를 정리해보았다.
ㄱ 가자 월드컵!
‘ㄱㄷㄴㄷ‘ 코너의 시작은 한국으로 해본다. 8월,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FIBA-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분투 끝에 3위를 차지, 월드컵 출전권을 따냈다. 유재학 감독이 이끄는 한국대표팀은 KBL 출범이래 아시아선수권대회에 도전했던 대표팀 중 신구 조화가 가장 잘 이뤄졌던 팀이었다. 사실, 대학생들을 그리 많이 뽑아가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지금은 대표팀에 관련된 행정 업무 전반이 국가대표 협의회를 통해 진행되지만, 강화위원회 시절에는 대학생 선발을 놓고도 감독의 권한이 많이 침해당했던 바 있다. 또 아시아선수권대회와 같은 중요한 대회에 프로가 아닌 대학생들이 간다는 것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시선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대표팀은 달랐다. 김종규와 이종현, 김민구와 최준용, 문성곤 등 유망주들은 적절히 형들을 뒷받침해주면서 16년 만의 월드컵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루었다. 특히 김민구는 준결승 필리핀전과 3~4위전이었던 대만전에서 폭발하면서 자신의 주가를 확실히 끌어올렸다. ‘드래프트 1순위‘에 대한 여론이 갈린 것도 이 시점부터였다. 한편 현역 선수 중 유일하게 월드컵 경험이 있는 선수는 김주성 뿐이다. 1998년 ‘막내‘ 신분으로 1998년 그리스 월드컵(당시 세계선수권대회)에 다녀왔다. 그는 "불러주신다면 당연히 생각해야 할 일이다. 다만, 몸 상태가 허락한다면 영광스러운 자리에 함께 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후배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ㄴ 나도 간다, 월드컵!
아시아에서는 대회 우승팀인 이란과 개최국 필리핀이 월드컵 티켓을 거머쥐었다. 이란은 이미 2008년 베이징올림픽 당시부터 국제대회는 빠짐없이 나가고 있었기에 남다를 것이 없다. 아시아에서는 이미 적수가 없다는 사실도 재확인했다. 반면 필리핀은 감회가 새롭다. 필리핀이 마지막으로 세계선수권대회에 나간 것은 1978년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필리핀은 개최국 자격으로 출전해 8강에 올랐다(이 대회에서 미국은 정식대표팀이 아닌 ‘AIA‘팀을 내보냈다. 요즘 존스컵에 나오는 그 정도 수준의 팀이다). 1986년에는 출전권을 획득했으나 철회했고, 2002년부터 4년간은 FIBA로부터 징계를 받아 자격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아프리카 대륙에서는 이집트가 1994년 캐나다 대회 이후 첫 출전권을 따냈다. 1988년 이후 올림픽 출전권도 얻지 못했던 그들이었지만, 이번 아프리카 대륙 예선에서는 놀랍게도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무려 20년 만의 성과였다. 사실, 이집트가 결승까지 가리라고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우선 조별 예선에서 0승 3패를 당해 탈락이 유력했다. 그러나 여타 대회와 달리, 아프리카 대회에서 조별 예선은 단순히 ‘순위‘를 정하는 수단일 뿐이었다. A조 최하위였던 이집트는 16강 토너먼트에서 B조에서 전승을 하고 올라온 ‘디펜딩 챔피언‘ 튀니지를 77-67로 격파하는 이변을 연출한다. 이후 8강에서는 카보베르데를 1점차(74-73)로 가까스로 따돌렸으며, 이어 4강에서는 세네갈마저 이기면서 모두를 놀라게 했다. 갑자기 분위기를 탄 이집트의 행진은 결승에서 비로소 끝났다. 전통의 강호 앙골라에게 57-40으로 완패한 것. 대회가 끝난 뒤, 이집트 농구협회 회장인 마그니 아보 페리카는 "엄청난 쾌거를 이루었다"며 "선수들의 월드컵 출전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현재 이집트 대표팀은 상당히 젊은 편이다. 최고참 알라 세리프(179년생)를 제외하면 전원이 25세 이하이며, 센터 오사마 아나스는 아직 18살일 정도다. 이집트는 다음 대회를 위해 젊은 선수들에게 경험을 더 제공할 것이라고 청사진을 밝혔다.
한편, 유럽의 우크라이나는 농구협회 창립이래, 즉 구소련 연방 해체 이래 처음으로 월드컵에 나서게 됐다. 또, 아메리카 대륙에서는 멕시코가 1974년 이후 무척 오랜만에 대회 출전권을 획득했고, 도미니카 공화국 역시 1978년 이후 처음으로 세계대회 무대를 밟게 됐다.
간단 정리 | 오랜만에 월드컵 나들이
필리핀(아시아) - 1978년 이후 처음
대한민국(아시아) - 1998년 이후 처음
이집트(아프리카) - 1994년 이후 처음
우크라이나(유럽) - 1992년(창립) 이래 처음
멕시코(아메리카) - 1974년 이후 처음
도미니카 공화국(아메리카) - 1978년 이후 처음
ㄷ 다가진 남자, 토니 파커
유로바스켓 대회가 끝난 뒤, 토니 파커와 프랑스대표팀 선수들은 엘리제 궁(Elysee Palace)에 초대를 받았다.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으로부터의 초청이었다(올랑드 대통령은 "당신들이 바로 프랑스입니다"라며 축하의 말을 아끼지 않았다는 후문.)
프랑스는 1933년 농구협회 창립 이래 첫 국제대회 우승을 거머쥐었다. 그간 올림픽 은메달(1948년, 2000년)은 있었지만, 정작 유럽에서 높게 쳐주는 유로바스켓에서는 우승의 복이 없었다. 2011년 대회에서 절호의 기회를 잡았으나, 이때는 후안 까를로스 나바로가 활약한 스페인에 패배(85-98)해 준우승에 그쳤다.
올해 파커는 프랑스라 리투아니라를 80-66으로 꺾고 우승하는데 일등공신이 됐다. 4강에서는 스페인에게 연장 접전 끝에 설욕(75-72)까지 했다. 이 경기에서 그는 32득점을 기록했다. 대회 MVP 트로피는 당연히 파커가 차지했고, 동시에 역대 최초로 NBA 파이널 MVP와 유로바스켓 MVP에 모두 선정된 선수가 됐다. 파우 가솔처럼 NBA와 유럽을 모두 제패하거나, 마누 지노빌리처럼 NBA와 올림픽 모두 우승해본 선수는 있었어도, 이렇게 MVP까지 가져간 선수는 없었다.
파커는 "프랑스 대표팀의 역사에 함께 하게 돼 너무 영광이며, 이렇게 뛸 수 있게 허락해준 샌안토니오 스퍼스 구단에도 고마움을 전한다"라고 말했다(사실, 스퍼스의 R.C 뷰포드 단장은 파커의 체력 소모에 대해 걱정을 많이 한 것으로 알려졌다. 파커 외에도 이번 대회에서는 많은 NBA 구단들이 팀내 선수들의 대회 출전을 만류하거나, 조건을 거는 등이 움직임이 감지됐다).
한편 이번 우승은 농구 인기가 그리 높지 않은 프랑스에서도 화제가 됐다. 이들은 프랑스 신문 L‘Equipe의 1면을 장식하기도 했는데, 당시 헤드라인 제목은 "12명의 마술사들"이었다.
ㄹ 러시아의 충격
개인적으로 이번 유로바스켓의 키워드는 크게 3가지로 잡을 수 있다. 하나는 조직력, 두번째는 에이스의 역량(그 에이스가 순수 자국 선수이든, 귀화선수든), 마지막으로 그 좋은 카드를 적시적소에 활용할 줄 아는 감독의 존재다.
이번 유로바스켓에서 가장 충격적인 모습을 보인 러시아는 이 세 가지가 모두 없었다. 2007년 유로바스켓을 제패하고, 2011년 같은 대회에서는 동메달, 그리고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도 동메달을 목에 걸었던 러시아이지만, 올 해 대회에서는 1승 4패로 21위에 그치는 불명예를 안았다. 아무리 부진해도 8강 주변에서 맴돌았던 러시아에게는 ‘수치‘라고도 할 수 있는 성적이다.
그런데 속을 들여다보면 그럴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었다. 우선 그간 대표팀 선전을 주도해온 안드레이 키릴렌코, 빅토르 크리하파, 티모페이 모즈코프, 사샤 콴 등이 모두 불참했다. 이 중 올 여름 브루클린 네츠로 팀을 옮긴 키릴렌코는 대표팀에서 은퇴하고 NBA 새 시즌을 준비에 열중했다.
갑작스럽게 팀의 얼굴이 바뀐 가운데, 포티스 카치카리스(Fotis Katsikaris, 46세) 감독마저 사퇴하면서 팀이 붕괴됐다. 카치카리스 감독은 2012년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뒤 어떠한 대회도 출전하지 않은 채 자리를 내놓았다. 대회 개막까지 한 달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그가 떠나면서 팀의 준비도 당연히 제대로 될 리 없었다.
그러나 카치카라스 감독이 사퇴한 것이 단순히 그의 잘못만은 아니다. 러시아 협회 인사 중에서는 "러시아 대표팀은 러시아 감독이 맡으면 좋겠다"는 의지를 가진 이들이 있었고, 그 의지를 피력하는 과정에서 카치카라스 감독 ‘흔들기‘를 시도해 혼란을 주었다는 후문이다. 또 대표팀 운영을 위한 금전적 지원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 2013년 유로컵 <올 해의 감독>상을 수상한 카치카리스 감독 입장에서는 대단한 굴욕이었던 셈이다.
여전히 러시아에는 NBA 리거 알렉세이 쉐베드를 비롯, 세르게이 몬야, 비탈리 프리드존, 안톤 퐁크라쇼프 등이 있었지만, 준비가 덜 된 팀은 제 아무리 선수가 유능해도 성적을 낼 수 없다는 평범한(?) 진리만을 남겼다.
ㅁ 멕시코의 ‘대타 만세‘
베네수엘라에서 개최된 FIBA 아메리카 대륙 예선에서는 멕시코가 사상 첫 우승을 거머쥐었다. 이 팀이 농구대회에서 입상한 것은 1936년 올림픽 동메달 이후 처음이다.
대회의 전체적인 수준을 떠나 멕시코 농구 역사상 가장 드라마틱한 대회였다. 사실, 멕시코는 애초에 이 대회에 출전 자격조차 없었다. 그러나 지난 2월, FIBA 아메리카가 파나마 농구협회의 참가 자격을 박탈함에 따라 멕시코는 ‘막차‘를 타고 극적으로 출전권을 얻게 됐다.
그러나 ‘대타‘가 오히려 더 요란한 대회를 만들었다. 결승에서 푸에르토리코를 91-89로 따돌리고 월드컵 출전권을 따냈다. 팀의 상승세는 NBA 리거 구스타보 아욘(206cm, 17.5득점)가 주도했다. 이번 대회에서 득점 2위, 리바운드 2위에 오른 그는 "우리가 역사를 바꾸었다"며 자랑스러워 했다.
아시아도 그렇지만, 이번 아메리카 대회 역시 일정이 대단히 빠듯했다. 거의 하루도 쉼 없이 10일 가까이를 긴장 속에서 뛰어야 했다. 이 가운데 멕시코는 거의 한결같은 수비 집중력을 보여주면서 순항했다. 루이스 스콜라가 이끄는 아르헨티나에 20점차(78-98)로 패하는 위기도 맞았으나, 2라운드를 선두로 마치면서 토너먼트에서 유리한 고지에 올랐다. 마침 마누 지노빌리와 같은 핵심 멤버 대부분이 빠진 아르헨티나는 시간이 지날수록 스콜라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던 상황. 결국 4강전에서 멕시코는 아르헨티나를 76-70으로 꺾고 결승에 올라 극적인 승리를 챙겼다.
ESPN과의 인터뷰에서 아욘은 "우리 팀은 그리 재능있는 팀이 아니다"라고 말한 바 있다. 선수 개개인의 네임밸류가 다른 나라에 비하면 턱없이 떨어진다는 의미였다. 실제로 NBA 리거도 아욘 뿐이었고, 대다수가 멕시코와 푸에르토리코처럼 환경이 열악한 나라에서 프로생활을 하고 있었다. 게다가 그나마 핵심전력들도 막판에는 다들 지쳐서 100% 기량을 보여주지 못하는 상황도 맞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팀이 선전할 수 있었던 것은 역시 수비와 피지컬한 플레이가 먹혀들었기 때문이었다. 아욘은 "수비에서 온 힘을 다하다보면 공격에서 기회가 올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계속해서 수비에 집중하는 팀이 될 것이다"라며 월드컵에서의 선전도 다짐했다.
멕시코와 함께 푸에르토리코, 아르헨티나, 도미니카 공화국이 대회 출전권을 따냈다. 푸에르토리코는 까를로스 아로요, 래리 아유조, J.J 바레아, 다니엘 산티아고 등 단골손님에 2010년 귀화해서 일원이 된 레날도 발크먼이 고루 분발했으나 우승을 놓치고 말았다.
ㅂ 브라질은 왜 그랬나
멕시코가 웃고 떠드는 동안 브라질은 침묵을 지켰다. 유럽에서 러시아가 고개를 떨군 상황처럼, 아메리카에서는 브라질이 ‘참사‘를 겪었다. 브라질은 세계 대회 우승 전력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올림픽(통산 15회 진출)이나 월드컵(통산 15회 출전)에는 거의 빠짐없이 출전했던 강호였다. 60~70년대에는 곧잘 메달도 땄다.
FIBA 월드컵 출전 자격이 주어지는 FIBA 아메리카스 대회에서도 브라질은 최근 강세를 보였다. 2005, 2009년 대회 우승, 2011년 대회 준우승 등 성적도 훌륭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NBA 리거‘가 있을 때 이야기였다. 브라질은 FIBA 아메리카스 대회 창설 이래 가장 나쁜 9위라는 성적표로 대회를 마쳤다.
예선 4전 전패. 그리고 탈락.
푸에르토리코나 캐나다는 그렇다 쳐도, 우루과이나 자메이카 조차 넘지 못했다는 것은 심각했다. 캐나다전에서는 코리 조셉(샌안토니오 스퍼스)에게 농락 당한 끝에 62-91, 29점차로 대패했고, 자메이카에게는 접전 끝에 2점차(76-78)로 무너졌다.
사실, 브라질이 2년 전이 이 대회에서 준우승을 할 때도 NBA 리거는 티아고 스플리터 밖에 없었다. 안데르손 바레장, 네네, 레안드로 발보사 등은 그때도 나오지 않았다. 반면, 당시 풀타임을 소화했던 마르첼로 후에타스와 알렉스 가르시아를 비롯하여 핵심멤버로 뛰었던 길레르미 지오반니도 출전했다. 루번 마그나노 감독도 여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성적표를 받아든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스타들의 공백을 메울 만한 세대교체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에 있다. 대다수 경험자들은 30대를 넘어섰고, 이들을 서포트해줄 젊은 선수들은 기량이나 경험이 많이 부족했다. 대회를 치르다보면 가끔 브라질 특유의 ‘막농구‘가 펼쳐질 때가 있다. 무작정 템포만 끌어올린 채 던져대는 농구다. 그런데, 이런 농구를 해도 그동안에는 빅맨들이 트레일러로 따라나서서 세컨 찬스 득점을 해주고, 수비와 리바운드로 만회해주면서 페이스를 되찾아왔다. 그런 모습이 올 해 대회에서는 나오지 않자, 핵심 멤버들의 야투 성공률은 더 떨어지기 시작했다. 자메이카 전에서조차 브라질은 22개의 3점슛을 던져 5개만을 성공시키는데 그쳤다. (티아고 스플리터는 이러한 이유로 인해 비난 여론에 시달리기도 했다. 그러나 스플리터는 "내 아들이 태어났을 때도, 내 누이가 위독한 상황에서도 난 대표팀에 헌신해왔다"라며 억울함과 아쉬움을 호소하기도 했다.)
비록 이번 대회는 이렇게 망쳤지만, 전문가들은 브라질이 월드컵에 다시 도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아직 와일드카드가 남아있기 때문에 충분히 도전해볼만 하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브라질이 2016년 올림픽을 유치했기에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서라도 현 젊은 선수들이 더 많은 경험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과연 브라질이 2014년에는 지금의 치욕을 만회할 수 있을 지 궁금하다.
ㅅ 스페인 가는 길
이제 와일드카드만을 남겨놓고 다른 20팀은 모두 결정됐다. 이들은 내년 8월 30일부터 15일간 스페인의 6개 도시(마드리드, 바르셀로나, 빌바오 등)에서 격전을 펼친다.
오는 2월 첫 주말에 발표될 와일드카드의 주인공은 모두 4개국이다. 올림픽 최종예선과 달리, 와일드카드는 FIBA의 초청에 따라 결정된다. 출전비를 내면 누구나 나설 수 있으나 금액이 만만치가 않다. (2010년 출전비는 약 50만 유로로 한화 7억원 정도였으며, 독일, 레바논, 리투아니아, 러시아가 그 자격을 얻었다.)
따라서 여러 악조건 속에서도 와일드카드를 노리려는 팀은 분명 있을 것이다. 대개 사정이 급한 팀들이다. 브라질은 앞서 언급했듯, 올림픽을 앞두고 전력을 키워야 하는 입장이며, 러시아도 상처 받은 자존심을 씻어야 한다. 해외에서는 이 두 팀은 반드시 나올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출전이 예상되는 또 다른 한 팀은 중국이다. ‘만리장성‘ 시대부터 한 번도 쉼 없이 세계무대를 밟았던 중국이다. 이번 대회 실패로 인한 비난 여론이 거센 만큼, 어떻게든 전력을 꾸려 대회에 출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 외 유로바스켓에서 탈락한 그리스, 독일, 이탈리아 , 만만치 않은 인재풀을 갖춘 캐나다(아메리카 대륙) 등도 와일드카드에 도전해도 이상하지 않을 팀들이다.
그런가 하면, 2014년 다음 월드컵은 2019년에 열린다. FIFA 월드컵과 피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다. 2019년에는 참가팀도 24팀에서 32팀으로 늘어난다.
ㅇ 아시아 여자선수권대회는 이제 시작
2014 FIBA 월드컵 여자대회는 2014년 9월 27일부터 10월 5일까지, 터키 2개 도시(이스탄불, 앙카라)에서 개최된다. 모두 16팀이 출전하는데, 개최국인 터키와 2012 런던올림픽 우승팀인 미국은 개최를 확정지은 상태에서 대륙별 예선이 진행됐다.
9월 30일 현재 자리가 결정되지 않은 대륙은 아시아뿐이다. 유럽에서는 지난 6월 유로바스켓을 통해 벨로루시, 프랑스, 세르비아, 스페인, 체코가 확정됐고, 오세아니아 대륙은 호주, 아프리카는 앙골라와 모잠비크, 세네갈이 출전을 확정지었다. 바로 이틀 전에 끝난 아메리카 대륙에서는 브라질과 캐나다, 쿠바 등 나올 만한 팀들이 나왔다.
이제 아시아대회가 10월 27일부터 11월 3일까지 태국 방콕에서 개최된다. 주어진 티켓은 모두 3장. 위성우 감독이 이끄는 여자대표팀의 월드컵 티켓 획득 가능성은 무척 높은 편이나, 국내에서의 기대치는 단순히 티켓 획득에만 머물러 있지 않다. 지난해 한국은 올림픽 최종예선에서 일본에게 통한의 패배를 당하는 등 깊은 상처를 입었다. 무너진 자존심을 회복하는 것이야말로 이번 대회 참가의 진정한 목표라 할 수 있다.
월드컵 길목을 막을 가장 유력한 상대는 역시 중국과 일본이다. 중국은 이번에는 제외될 것처럼 보였던 마오리제와 비엔란이 건재함을 과시하는 가운데, 천난의 높이도 부담스러운 팀. 일본 역시 한국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팀으로, 최근 중국귀화선수 왕센징(189cm)이 가세한 뒤 또 다른 빅맨 도카시키 라무와의 콤비 플레이가 좋아져 눈길을 끌고 있다.
ㅈ 중국은 난처해
세계 각 지에서 열린 FIBA 월드컵 예선은 이변의 연속이었다. 엄연히 따지면 아시아대회에서 중국이 4강조차 오르지 못한 것도 이변이라 할 수 있다. 가드 류웨이 한 명 빠지고, 왕즈츠가 조금 더 늙은 것 뿐인데도 대회 성적이 5위로 처참했다. 중국이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4위 아래로 떨어진 것은 이번이 겨우 2번째. 사실, 2007년에는 2008 베이징올림픽을 준비하느라 1.5군 정도의 전력을 내보내는 등 성적에 연연하지 않았다. 그러나 올해는 만반의 준비를 하고 나섰기에 충격이 컸다.
중국 현지에서는 감독 책임이 가장 큰 것으로 보고 있다. 파타요티스 야나키스 감독은 2006년 월드컵 당시 지역방어를 내세워 그리스의 미국 격침을 주도했던 인물이다. 중국대표팀은 그에게 사령탑을 맡김으로써 좀 더 견고한 수비를 펼칠 것으로 기대했으나, 결과는 정반대였다. 이에 대해 야나키스 감독이 아시아 판세는 물론이고, 대표팀 전력조차 제대로 읽지 못했다는 것이 주된 의견이다. 유재학 감독도 "중국 감독이 우리를 상대로 신장차를 극대화하지 않아 이길 수 있었다"라고 평가했다.
또, 이지엔리엔이 부상으로 늦게 합류한데다 대회 내내 컨디션이 안 좋았다는 점, 대표팀 내부에서도 핵심 선수들끼리 사이가 그리 좋지 않았다는 점 등이 대회 실패 요인으로 꼽힌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새 얼굴‘의 부재가 아닐까 싶다.
중국대표팀이 몇 년 전부터 밀고 있던 천장화의 성장 페이스는 기대에 못 미쳤고, ‘와일드카드‘로 내놓은 유망주 왕저린도 아직은 국제대회에 명함을 내밀 실력이 못 됐다.
하지만 국내 농구인들은 "적어도 아시아 무대에서는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것 같다 "고 중국대표팀을 예상하고 있다. "한번 지거나, 고전한 다음에는 꼭 전력이 강화되어 돌아왔다"라며 말이다.
ㅊ ‘차이‘를 만든 그들
2013년 FIBA의 뜨거운 감자는 바로 귀화/이중국적 선수들이다. NBA 혹은 출중한 기량의 선수들이 귀화, 혹은 이중국적 신분으로 대표팀에 합류하면서 판세에 영향을 주고 있다. 귀화 및 이중국적 선수 보유를 팀당 1인씩으로 제한한 FIBA도 요즘 이 문제를 놓고 고민이 많다.
이번 아시아선수권대회만 해도 자비스 헤이즈(카타르), 퀸시 데이비스(대만), 지미 벡스터(요르단), 마커스 다우잇(필리핀) 등이 귀화선수 자격으로 출전해 각 국 대표팀에 입체감을 더했다. 특히 대만은 데이비스의 활약 덕분에 8강에서 중국을 꺾는 파란을 연출했다.
이와는 반대로 유럽에서는 귀화 및 이중국적 선수들의 존재감이 그리 빛나지 않았다. 장신 재원이 많은 유럽은 대부분 ‘기술자‘ 영입을 통해 세밀함을 더하고자 했는데 뜻대로 되지 않은 팀들이 더 많았다.
그나마 몇몇 가드들이 돋보였는데, 우크라이나의 가드 유진 지터는 마이크 프라텔로 감독의 전략전술에 활기를 더해주었다. 우크라이나는 2014년 월드컵 진출권을 획득했다. 몬테네그로는 185cm의 타이리스 라이스를 영입해 재미를 봤다. 라이스는 평균 16.8득점 4.0어시스트로 팀 내 1위를 기록했는데, NBA에서 뛰기에는 폭발력이 다소 부족하나 국제무대에서는 팀을 이끌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라이스는 마케도니아의 보 맥칼렙과의 맞대결에서 16득점 5어시스트 4스틸로 활약하며 팀 승리(81-80)를 견인했다.
조지아의 포인트가드 리키 힉먼도 중간급 유럽리그에서 뛰어온 경력을 바탕으로 이번 대회에서 꽤 좋은 인상(11.8득점 4.4리바운드 1.0스틸)을 남겼다. 그러나 팀은 1승 4패로 전체 17위에 그쳤다.
2011년 화제의 주인공, 마케도니아를 주도했던 보 맥칼렙은 ‘신화 재현‘에 실패했다. 이번 대회에서는 세르비아 한 팀만 이겼을 뿐, 나머지 경기를 모두 지면서 최하위에 머물렀다. 맥칼렙은 17.6득점을 기록했지만, 팀 전체적으로 2011년에 보여줬던 끈끈함은 재현하지 못했다.
한편 스웨덴은 스몰포워드 에릭 러쉬(197cm)를 영입해 이번 대회를 비교적 성공적으로 마쳤다. ‘성공‘의 기준은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그래도 FIBA 랭킹 64위 팀이 정규대회에서 FIBA 랭킹 6위팀인 러시아를 꺾는 ‘기록‘을 남겼으니 그 자체만으로도 경사가 아닐까 싶다. (정작 러시아전에서는 자국 선수인 요나스 에레브코가 22득점 13리바운드로 더 좋은 활약을 보여줬다.)
ㅋ 크아! 개인적으로 보기 즐거웠던 팀/선수들
유로바스켓에서 3위에 오른 스페인은 사실 2014년 대회 개최국이기에 성적에 미련이 없었다.
파우 가솔과 후안 까를로스 나바로 없이도 무난히 대회를 마쳤다. 유로바스켓에서는 슬로베니아와 핀란드를 눈여겨봤다. 이번 대회에서 5위에 오른 슬로베니아는 올-토너먼트 팀에 선정된 고란 드라기치의 활약(15.8득점 4.5어시스트)이 볼 만 했다. NBA에서 쌓은 내공 덕분에 귀화 가드들과의 대결에서도 좋은 플레이를 펼쳤다.
예선을 4승 1패로 마쳤던 핀란드는 결정적인 경기를 지면서 스페인 티켓을 따는데 실패했다. 2011년 유로바스켓에 첫 출전했던 핀란드는 9위로 대회를 마쳤다.
그러나 1988년생 페트리 코포넨(13.3득점 4.8어시스트)의 기량은 충분히 기억될 만 했다. 코포넨은 2007년 NBA 드래프트에서 전체 30순위로 필라델피아에 지명된 바 있다. 아직 NBA 경력은 없지만 4~5년 전 서머리그에서 이미 가능성을 엿보인 바 있다. 유럽 리그에서도 좋은 활약을 펼쳤으며, 과거 유로바스켓 예선에서는 프랑스를 꺾는 이변을 연출하기도 했다. 현재 코포넨의 NBA 권리는 댈러스 매버릭스가 갖고 있다. 코포넨은 "NBA는 내 오랜 꿈이다. 하지만 일단은 지금 계약에 충실할 것이며, 매년 기량을 발전시켜 기회가 된다면 NBA에 도전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FIBA 아메리카 대회에서는 캐나다의 미래를 밝게 보고 싶다.
이번 대회에는 출전하지 않았지만 2013년 NBA 드래프트 1순위 앤써니 베넷(203cm)과 ‘미래의 1순위‘ 앤드류 위긴스(203cm)도 기회만 된다면 대표팀 합류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캐나다가 와일드카드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번 대회에서도 캐나다는코리 조셉, 트리스탄 탐슨, 조엘 앤써니 등 NBA 리거들을 앞세워 예선을 3승 1패로 통과하는 등 제법 선전했다.
ㅌ 터키는 왜 그랬나?
4년 전, 터키 국가대표팀은 세계에서 가장 ‘핫‘한 팀 중 하나였다. 개최국 자격으로 출전해 결승까지 진출, 터키 팬들의 열광적인 성원에 보답했다. 팀내 최고 스타 플레이어였던 히도 터코글루는 터키 선전의 일등공신이었다.
그러나 그의 마지막 국제대회가 될 가능성이 높은 이번 유로바스켓에서는 상황이 달랐다. ‘조직력‘이라고는 눈씻고 찾아볼 수 없는 엉성한 경기력이 계속됐다. 첫 경기에서 핀란드를 상대로 겨우 55점 밖에 뽑아내지 못한 것은 그 시작이었다. 이탈리아, 영국, 러시아 등에게 내리 지면서 예선 탈락. 그나마 스웨덴 전에서 13점차(87-74)로 이기면서 체면치레를 했지만, 실망의 목소리는 잠재우지 못했다.
이러한 결과는 다소 놀라웠다. 에르산 일야소바, 오메르 아식 등 NBA 리거들도 터코글루에 동참했고, 기존의 핵심들도 모두 정상으로 임했기 때문.
팀을 이끄는 보그단 탄제비치 감독은 "팀이 처음부터 상대를 너무 얕본 것이 실수"라고 자체평가했다. 핀란드전부터 꼬이면서 수습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 것. 여기에 연일 경기가 열리다보니 반전의 계기를 찾지 못했다.
터키 팬들은 터코글루가 최고참으로서 그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했지만, 그는 오히려 평균 28.3분을 뛰면서 17.9%의 야투성공률을 기록하는 등 최악의 경기력을 보여줬다.
한편 이번 대회에서 통산 300번째 A매치 경기에 출전한 터코글루는 올랜도 매직과의 계약을 정리하고 터키 리그로 돌아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ㅍ 프라텔로의 마법
2년 전 유로바스켓에서 가장 화제가 됐던 이슈는 바로 마케도니아의 4강 진출이었다. 가드 보 맥칼렙의 리드와 타이트한 수비로 전문가들의 예상을 보기 좋게 깨트렸다. 마케도니아 만큼은 아니었지만, 눈길을 끌었던 팀은 또 있었다. 바로 우크라이나 대표팀이었다. 우크라이나는 1997년 유로바스켓에 첫 출전해 4번의 대회에서 4승 10패를 기록했던 약체였다. 가장 높은 순위가 13위였다.
그런 그들에게 ‘구세주‘가 등장한다. 바로 전직 NBA 감독 출신의 마이크 프라텔로(Mike Fratello, 66세)였다. NBA에서 수비 농구로 명성을 떨쳤던 그는 2011년 2월 우크라이나 대표팀을 맡아 유럽 농구에 도전했다. 2011년 대회에서는 대회 참가이래 가장 낮은 17위(2승 3패)에 그쳤지만, 올해는 달랐다. 벨기에, 이스라엘, 독일, 세르비아, 이탈리아 등을 꺾으면서 6승 5패로 당당히 6위에 오른 것. 덕분에 사상 첫 월드컵 출전권도 따냈다. 우크라이나 농구협회 창립이래 최대 사건이었다.
프라텔로가 이끄는 팀답게 우크라이나는 상대를 끈덕지게 물고 늘어졌다. 화려하진 않았지만 충분히 인상적이었다. 팀의 핵심은 NBA 출신 포인트가드 푸 제터(Pooh Jeter). 2013년 이중국적을 취득해 합류한 제터는 180cm로 키는 작지만 빠른 스피드와 득점력(13.5득점 4.1어시스트)을 앞세워 동료들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제터의 옆은 센터 카릴 나타야즈코(205cm)와 세르지 글라디르(196cm)가 지켰다. 글라디르는 우크라이나에서 가장 많은 3점슛(11경기, 23개)을 꽂으면서 주득점원 역할을 해냈고, NCAA 출신의 나타야즈코는 NBA 리거 슬라바 크라프트소프(현 피닉스 선즈)와 함께 인사이드를 지켰다.
비록 슬로베니아와의 5~6위전은 후반을 버티지 못해 무너졌지만, 우크라이나 입장에서는 충분히 가능성을 본 대회였다. 실제로 우크라이나는 2014년 월드컵보다는 2015년 유로바스켓을 노리고 있었다. 이 대회 개최지가 바로 우크라이나이기 때문이다.
아직 선수단의 기량이 완벽하진 않다. 그러나 지난 2년간 보여준 발전 속도와 선수단의 면면(대다수가 1987년~1992년생으로 구성되어 있다), 협회의 과감한 투자를 생각해본다면 다음 대회에서는 또 어떤 모습을 보여줄 지 궁금하다.
ㅎ 호주와 뉴질랜드
마지막으로 오세아니아 대륙을 살펴보자. 별로 할 말이 없다. 오세아니아 챔피언십은 8월 14일부터 18일까지 뉴질랜드와 호주에서 홈-앤-어웨이 방식으로 열렸다. 예상대로(?) 호주와 뉴질랜드가 한 자리씩 사이 좋게 나눠가졌다. 오래 전부터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타 팀과의 대결은 승부가 뻔하다보니 대륙 예선전은 호주와 뉴질랜드의 ‘정기전‘처럼 되어 버렸다. 호주는 1971년 이후 모두 18번 우승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상황이 달라질지 모른다. 지난 봄, 서울을 찾은 FIBA 패트릭 바우먼 사무총장은 "2016년경에는 호주나 뉴질랜드 같은 팀들이 아시아에 편입될 수도 있다"고 전망한 바 있다.
이미 축구에서는 호주가 아시아 지역예선에서 경쟁 중이다. 만약 바우먼 총장의 말처럼 될 경우 아시아 무대는 또 한 번 요동칠 가능성이 높다. 당장 2019년 월드컵 예선부터는 상황이 달라질 것이다. 호주는 올림픽 무대에서도 8강에 무난히 오를 정도로 강팀이기 때문. 세대교체가 활발히 이뤄진 뉴질랜드 역시 경쟁력이 있는 팀이다. 두 팀이 아시아 무대에 편입될 경우에는 이란과 중국도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