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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축구 > 국내
슈팅과의 전쟁, 골키퍼들 전성시대
출처:MK스포츠|2013-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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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컵 4강 2경기로 인해 지난 주말(14~15일)은 K리그 클래식 일정이 없었다. 덕분에 포항 제주 전북 부산을 제외한 다른 팀들은 꿀맛 같은 휴식을 취했다. 스플릿 라운드 시작 이후 상위그룹은 상위그룹대로, 하위그룹은 하위그룹대로 숨 막히는 ‘진검승부‘를 치렀던 이들이 잠시 숨을 고를 수 있었던 소중한 ‘짬‘이었다. 잠시 쉬어가는 페이지가 나온 김에 라운드가 진행될 때는 놓칠 수 있는 포인트를 짚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바쁘든 한가하든, 좀처럼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어려운 골키퍼들에 대한 이야기다.

근래 대한민국 축구계의 중요한 화두는 ‘골 결정력 부재‘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에서 비롯됐으나 실상 K리그라고 다르지 않다. K리그 감독들의 머리와 가슴도 홍명보 감독의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러나 국가대표와 K리그의 상황은 다소 차이가 있다. 대표팀은 찌르는 창의 무딤, 넣는 이들의 무기력함이 주요 원인이라면 K리그는 받아내는 방패가 단단한 영향이 크다. 유난히 골키퍼들의 활약상이 돋보이는 시즌이다.



기존에 명성을 떨치던 이들은 이름값을 톡톡히 해내고 있으며 베테랑들은 노련함이 빛을 발하고 젊은 선수들은 일취월장했다. 적어도 상위 스플릿에 오른 7개 팀의 주전골키퍼라면 누가 대표팀에 들어가도 이상할 것 없다는 평가들이 적잖다. 어쩌면 "나도 가능해"라는 분위기가 좋은 자극제가 됐을지도 모를 일이다. 여기저기서 ‘슈퍼세이브‘라는 탄성이 멈추지 않는다. 마흔 줄이 넘은 최은성에게도, 20대 초반 김승규에게도 찬사가 끊이질 않는다. 호평이 잇따른 골키퍼가 안방을 지킨 팀들은 고스란히 상위 스플릿에 진출했다. 팀의 성적을 ‘지켜낸‘ 상위그룹 골키퍼들을 ‘사자성어(?)‘와 함께 조명한다. 순서는 9월17일 현재 리그 성적에 따른다.

‘평가절하‘ 신화용(포항/24경기 22실점 경기당 0.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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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17일 수원0:2포항 영상 중 <전반 25분 신화용 연속 선방>

2004년 포항 입단 이후 지금껏 10시즌 동안 스틸야드의 수호신으로 활약하고 있는 ‘원클럽맨‘. 첫해와 이듬해까지 신화용이 출전한 경기는 ‘0‘이었다. 당시 포항에 ‘거목‘ 김병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병지가 떠난 2006년부터 기회가 찾아왔고 이후로는 붙박이다. 지난 시즌을 끝으로 FA 자격을 획득했던 신화용을 바라보는 황선홍 감독의 마음은 좌불안석이었다. 모 구단이 거액을 베팅했다는 불안한 소문 속에서 "화용이는 올 시즌 내가 구상하는 스쿼드에 무조건 있어야한다"는 말로 간절한 의지를 전했을 정도다. K리그에서 가장 평가절하된 골키퍼다. ‘절하‘의 가장 큰 이유는 아무래도 신장 탓이 크다. 등록 상 182cm에 불과(?)한 신화용의 키는 분명 골키퍼 치고는 작다. 대신 신화용은 빠르고 날쌔다. 순발력과 점프력이 겸비된 덕분에 날아다니는 장면이 심심치가 않다. 진짜 작은 사람들에게 어울리는 말이라 다소 적절하진 않을 수 있으나, 신화용의 키가 5cm만 더 컸어도 대표팀 문턱은 낮아졌을 것이다.

‘GK대세‘ 김승규(울산/23경기 21실점 경기당 0.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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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10일 울산2:2전북 영상 중 <후반 39분 김승규 빠른 순발력>

시쳇말로 요새 대세다. 지금껏 ‘아성‘ 같은 이미지가 강했던 선배들을 모두 뛰어넘고 있다. 2008년 울산에 입단한 김승규가 2011년까지 4시즌 동안 출전했던 정규리그 경기는 11경기뿐이었다. 하지만 11경기 동안 내준 것은 7실점에 불과하다. 준수한 방어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전자리를 꿰차지 못했던 것은 김영광이라는 걸출한 골키퍼가 버티고 있었던 탓이다. 그러나 이제 상황이 달라졌다. 지난 시즌 12경기 출전으로 서서히 달라지는 흐름을 만든 김승규는 올해 들어 김영광을 밀어내고 울산의 No.1 수문장으로 올라섰다. 김호곤 감독은 김영광이 장갑을 끼던 상황에도 PK 허용 시 김승규를 내보낸 적이 있다. 순발력과 판단력, 대담함은 일찌감치 정평이 났었다. 1990년생. 앞길이 창창하다는 것이 또 큰 장점이다. 이젠 미래자원이 아닌 현재대세가 된 김승규는 2010년 남아공월드컵 이후 흔들림 없던 정성룡의 국가대표 자리를 위협하는 수준까지 이르렀다. 지금의 경쟁력이라면, 정성룡도 두렵지 않다.

‘전화위복‘ 김용대(서울/26경기 28실점 경기당 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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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28일 서울1:1전북 영상 중 <후반 26분 김용대 선방>

지난 시즌 단 1경기의 ‘열외‘ 없이 정규리그 44경기에 모두 출전해 불과 42골만 내준 ‘용대사르‘의 철벽방어가 있었기에 FC서울의 우승도 가능했다. 최용수 감독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우승의 숨은 공로자는 분명 김용대"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연말 시상식에서 베스트GK상이 김용대에게 향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그 화려했던 시간과 견주면 올 시즌 초반은 초라했다. 김용대답지 않게 실수가 잦았다. 그 실수는 거의 실점으로 연결됐고, 팀의 패배와도 맞물렸다. 서울이 디펜딩 챔프답지 않게 ‘갈지 자‘ 걸음을 걸었던 것에는 김용대의 불안함이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최용수 감독은 기다렸다. 신예 유상훈을 출전시키는 자극제를 적절히 섞기도 했으나 근본적인 치료약은 ‘믿음‘이었다. 그 믿음과 함께 김용대는 서서히 자신의 기량을 되찾기 시작했고 최근 12경기에서 9승3무라는 무패가도의 중심에 그가 있었다. 초반 위기가 외려 전화위복이 되어 ‘용대사르‘를 업그레이드 시킨 셈이다.

‘귀감골리‘ 최은성(전북/21경기 20실점 경기당 0.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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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22일 울산2:2전북 영상 중 <전반 20분 최은성 슈퍼세이브>

김승규와 스무 살 가까이 차이 난다. 불혹이 넘은 나이다. 대전의 레전드에서 지난 시즌부터 전북의 수호신으로 거듭난 최은성은 현재 플레잉코치 신분이다. 후배 권순태를 가르치는 역할도 함께 맡고 있다. 특별할 것은 없다. 함께 하는 것 자체가 가르침이다. 귀감이 된다는 말은 최은성을 두고 하는 말이다. 김병지 버금가는 철인이고 17시즌 째라는 두터운 시간 속에 쌓인 경험은 후배들이 따라올 수 없는 자산이다. 그냥 경험으로 버티는 수준이 아니다. 여전히 후배들과 견줘 손색 없는 순발력을 과시하고 있다. 신화용만큼 작은 신장(184cm)이지만 신화용만큼 ‘비행술‘이 뛰어나다. 타고난 탄력도 탄력이지만 부단한 자기관리의 덕분이다. 전북의 김욱헌 홍보팀장은 "봉동에 있는 숙소에서는 물론, ACL 원정을 가서도 웨이트 트레이닝장에 가장 오래도록 있는 선수는 최은성"이라며 혀를 내두fms다. "축구하는 자체가 행복"이라 말하는 축구바보다. 불혹이 넘은 지금까지 리그 톱클래스를 유지하는 비결이다.

‘명불허전‘ 정성룡(수원/24경기 28실점 경기당 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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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11일 경남0:3수원 영상 중 <전반 12분 정성룡 PK선방>

지난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서 이운재라는 ‘벽‘을 넘고 골키퍼 장갑을 낀 이후 대한민국 대표팀 안방은 정성룡의 몫이었다. 골키퍼로서는 이상적인 신체조건, 특히 일반적인 이들보다 긴 팔 다리를 앞세워 새로운 거미손으로 자리매김한 정성룡의 행보는 거침이 없었다. 그런데 올해 들어 이상기류가 감지됐다. ‘폼‘이 다소 떨어졌다는 지적이 심심치 않았고, 급기야 붙박이로 여겨졌던 대표팀 자리도 후배들과 경쟁해야하는 처지가 됐다. 하지만 그의 기량 자체는 여전히 톱클래스라는 평이다. 수원의 동료 오장은은 "성룡이 형의 기량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다른 골키퍼들의 기량이 많이 성장한 것은 맞으나 성룡이 형이 떨어진 것은 결코 아니다"면서 "풍부한 경험과 노련한 운영은 따라올 선수가 없다. 이런 골키퍼가 뒤에 있으면, 정말 든든하다"는 말로 두둑한 신뢰를 보냈다. 워낙 잘 나갔기에 ‘시련‘ ‘위기‘라는 표현까지 나오고 있는 것이다. 명불허전, 대한민국 거미손 계보를 잇고 있는 정성룡의 입지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대기만성‘ 권정혁(인천/28경기 33실점 경기당 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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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29일 인천1:1포항 영상 중 <전반 33분 권정혁 선방>

전형적인 대기만성형 선수다. 1978년생으로 35살인 권정혁은 김남일(1977년생) 설기현(1979년생)과 함께 인천의 최고참이다. 하지만 김남일 설기현의 과거와 권정혁의 그것은 사뭇 다르다. 인천의 축구명문 부평동중과 부평고를 거쳐 대학 최강 고려대를 졸업하고 2001년 울산현대에 입단하는 등 코스는 화려했지만 프로에서는 썩 빛을 보지 못했다. 입대 후 광주상무 소속이던 2006년만 주전으로 활약했을 뿐 내내 백업이었다. 2011년 인천으로 이적한 뒤에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2013년의 시작과 함께 만개하고 있다. 인천이 올 시즌 치른 28경기에 모두 출전하며 ‘봉길매직‘ 약진의 최후방 보루로 소금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김봉길 인천 감독은 "골키퍼의 가장 큰 덕목이라 할 수 있는 안정감이라는 측면에서는 이름값과 다른 실력을 지녔다"면서 "인천의 수비수들이 대부분 젊은데, 권정혁의 침착함이 큰 도움이 되고 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35살에 꽃핀 전성기, 그는 대기만성형이다.

‘절치부심‘ 이범영(부산/24경기 24실점 경기당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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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1일 포항1:2부산 영상 중 <후반 25분 이범영 연속 슈퍼세이브>

부산아이파크는 지난 9월1일 포항 원정으로 치러진 26라운드에서 2-1 승리를 거두고 상위 스플릿의 막차를 탔다. 전반기 마지막 경기, 그것도 추가시간에 터진 박용호의 짜릿한 버저비터 결승골과 함께 극적으로 진출했다. 경기 후 조명은 박용호에게 향했다. 하지만 신들렸던 이범영의 선방쇼가 없었다면 박용호의 골도 없었다. 포항의 파상공세를 그야말로 동물적인 감각으로 막아내면서 기적을 현실로 만들었다. 그가 만든 기적은 노력의 산물이었다. 지난 7월 홍명보호 1기에 승선했던 이범영은 이후 김승규에게 밀렸다. 관련해 이범영은 "대표팀에서 좋지 않은 모습을 보여 스스로 실망을 많이 했다. 덕분에 칼을 갈았다"며 절치부심하는 계기가 됐다는 뜻을 전했다. 런던올림픽에 정성룡과 함께 출전하는 등 지금까지 순조로운 길을 걸어온 이범영에게 2013시즌은 김승규로 인해 ‘아차‘ 싶은 시간이 되고 있다. 그 자극이 아직 갈 길이 먼 이범영을 성장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김승규만큼 주목할 골키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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